“가난은 슬퍼지는 않으나 불쾌 하다. - 전혜린 ” 대하여
뛰어나다 함은
뛰어나지 못한 무리 속에 적응 할 수 없고 적응 될 수 없는 고립으로 고독하고 고단한
존재 일 수도 있다. 가난의 슬픔과 운명의 슬픔은 차이가 있다. 그 가난도 운명 이면
할 말은 없다. 그 전혜린의 가난도 슬픔일수 있다.
그녀의 찬란한 학력은 우선 두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그의 학문지향이 통속적 범주 속
에 있지 않음은 더욱 경외심(敬畏心)을 갖게 한다. 출세를 위한 것도 아니고 큰돈을 벌
자는 것도 아니면서 학문 자체를 좋아한 것 같다. 그러면서 차원 높은 철학적 사상 같
은 것의 인격체 형성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그가 유학시절 경제적인 심한 궁핍을 느끼면서 표현한 그의 절규 같은 표현을 늘 기억
하고 있다.
“가난은 슬퍼지는 않으나 불쾌 하다.”
그녀로서는 모든 것에 자신만만할 수 있는 지식적 풍부한 재산을 가지고서 자존심이
상해서 한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슬프면서도 우정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닌가도 생각
해 보았다. 나이 들어 다시 쳐다본 그녀는 그 지식 재산을 가지고 괜찮은 남편과 8살
난 딸을 둔 채 31세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정지시켰다. 그의 정신세계를 읽어보며
그녀의 차원 높은 고결함과 열렬한 인생고뇌 탈출은 참 매력적으로 내 영혼을 건드리
면서 다가온다. 인간으로써 선망하고 그리워할 대상의 여인이 아닌 혼으로 다가오는
애틋함을 느낀다.
불문학자인 동생 전채린은 말한다. “그녀는 끈기와 탄력과 집중력으로 생을 긍정하고
생의 완벽성을 구했으며, 그러기에 그녀는 완벽을 위해 자유의 문으로 향한 길을 스스
로 선택하여 영생(永生)을 얻은 지도 모른다.”
오! 오!
이런 여인은 미모로, 혹은 학덕으로, 어떤 유형의 여자에게서도 느끼지 못할 영혼의
매력을 읽는다. 황진이를 바라보는, 미스 코리아를 바라보는, 그런 대상으로서의 여인
일수 없는 전혜린의 그 영혼의 매력에 몸서리를 친다. 정말로 사랑하고 싶은 여자인
그가 가난에 대한 느낌의 표현이 신기롭다. 그러나 가난도 슬플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가난의 슬픔은 극복 될 수 있으나 운명의 슬픔은 극복될 수 없는 것이라 슬플 수도 있
겠다.
언젠가 관부 연락선의 뱃길로 현해탄을 지나던 밤. 시커먼 파도 속에 몸을 날린 윤심덕
과 김우진의 사랑 장면을 골똘히 상상 해 본적 있다. 1897년생으로 동갑내기인 두 사람
이 1926년 같이 생을 마감 했고 1934년생 전혜린은 1965년에 생을 마감 했다.
유형은 다르나 진행해도 좋을 자기 목숨들을 중지시킨 별난 사람들의 행동이 정말 경이
롭다. 어네스트 헤밍헤이, 가와바다 야스나리, 그렇게 목숨 중지시킨 사람들도 함께
그렇다. 가난으로 감정적 슬픔의 고통과 상처를 받는 사람들에게 전혜린의 “가난은 슬퍼
지는 않으나 불쾌 하다”는 말을 한번쯤 음미 해 볼 수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19년 4월22일 02시 33분
※사족(蛇足):
전혜린의 짝이 될 만한 남편 김철수 교수는 대 법학자로써 황우여, 박철언, 조병륜, 양건,
박용상, 문광삼, 홍정선, 박홍우, 김문현, 김종서, 황도수, 백윤철, 김상철, 같은 기라성
같은 법조인 들을 제자로 두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랑스러운 경북중고. 33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첫댓글 전혜린이 많은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인문학적 우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저희도 대학시절 늘 까만 옷을 입고 젊은 후배,제자들과 어울리던 그를 잘 기억합니다. 그의 부친 전봉덕은 일제때 고문 양과를 합격하고 평북에서 군수생활을 했으며 해방 후 헌병사령관과 변호사 회장도 한 사람이며 전채린은 전혜린(장녀)의 언니가 아니고 동생입니다. 그는 가난 때문에 고생한 사람은 아니며 부녀가 모두 천재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고 정신적으로 너무 앞서 갔기때문에 젊은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봅니다.김철수 교수는 저희도 가끔 만나는 매우 뛰어난 원로선배 헌법학자이며 지금 부인은 대구 출신입니다.
오래 전부터 경이로운 그네의 특이한 매력에 멀리서 선망 해오던 여인이었습니다. 문득 생각이 떠 올라 몇자 적은 글입니다. 정암 형의 말씀들을 오래전 일초 형에게서 잘 듣고 있었습니다만 채린 혜린 자매의 언니 동생 순서를 바꿔 논 실수는 소제의 치매 초기 현상 같아 서글퍼 집니다. 그 지적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