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곰자리 62
시빌 들라크루아 글/그림 · 이세진 번역
책읽는곰 · 2022년 12월 12일
크리스마스이브, 아이들을 찾아온 작지만 설레는 마법
내일은 크리스마스. 뤼시와 윌리스 남매는 창가에 붙어 서서 눈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눈이 와야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일어날 거라 믿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눈이 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잔뜩 실망한 뤼시에게 아이슬란드에 사는 대모님의 선물이 도착합니다. 뤼시와 윌리스의 집을 꼭 닮은 작은 집이 든 스노볼이지요. 엄마와 윌리스는 반색을 하지만, 뤼시는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입니다. 대모님의 선물도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제 그만 자야지, 우리 장난꾸러기들. 내일은 크리스마스잖니!” 아빠의 말에 남매는 하는 수 없이 저희 방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남매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눈이 오는 걸 봐야 잠이 올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뤼시가 스노볼을 살짝 흔드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아주 차갑고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뺨에 내려앉은 것이지요.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일어난 것입니다!
시빌 들라크루아가 선보이는 가장 그림책다운 그림책
시빌 들라크루아는 그림책이 지닌 여백을 가장 잘 활용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도 최소한의 글과 최소한의 색만을 가지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남매의 설레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 내고 있지요. 책에 쓰인 색은 검정과 하양, 빨강, 세 가지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어난 작은 기적을 놀랍도록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남매의 설렘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 남매의 작은 방에 소복소복 쌓이는 눈, 그리고 눈을 가지고 하는 온갖 놀이까지 말이지요.
글 또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서술과 가족들의 대화만으로 책 전체를 끌어갑니다. 그것만으로도 남매를 찾아온 크리스마스이브의 기적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지요.
그림책 속의 여백은 독자가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렇게 여백을 채워 가는 사이에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자라나지요. 그렇게 깊어지고 넓어진 생각과 느낌 속에서 더욱 놀랍고 아름다운 기적이 피어 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