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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동생과 <너의 결혼식>에 가 축하해 주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대사는 귓등에 남아 있을 것만 같다. |
타이밍에 맞추어서 더 큰 원을 그리고 더 이상 커지지 않을 동그라미 속에서 아들 만날 것을 약속해 줄 수 있니?
<처서>
치과에 다녀왔단다.
가을. 이름부터 고운 가을하늘 아래에 빨래감을 널고 오다가 우편물을 가득 싣고 하늘을 향해가는 비행기를 보았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불광천의 철이른 코스모스를 붙혀 아들에게 편지를 쓴 오늘이라는 하늘이 곱구나!
<백로>
하늘 한 조각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 다 주고도 더 주고픈 내 아들이 들어 있는 파란 하늘이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새들이 먹을 거리를 저장한다는 <백로>이다.
어느 덧 흰 이슬이 내리는 절기가 되었다.
아들이 가본 <김홍도> 할아버지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엄마의 초딩 1학년 때의 가을 소묘라고 이름 지어둔 심상 한 장면을 그려본다.
기러기가 열을 지어 날아가고 목화꽃은 피고 그 아래에 열무가 자라고, 상사화에 묻어온 공소의 종소리
달팽이 기어가던 고인돌, 고인돌위에 얹어 둔 아기 고구마. 반찬거리로 따 놓은 고구마 순
초가을의 들꽃들. 처마위, 조롱박꽃 청승스럽게 피고 둥근 박속에 보은표 박씨라도 들어있기를 바랐던 수십년 전
아들아!
박을 타면 금화가 들어있을 거야. 아들 다 줄께..
아들인 먼저 하늘나라에 가 버린 달이라 그런지 더 파아랗게 보이는 하늘이구나.
<추분>
동면을 준비하다는 추분이 벌써 왔구나.
동문이라는 바구니에 담겨진 소담스러운 과실처럼, 운치를 더해 주는 들국화처럼 곱기만 한 슬프도록 화려한 10월 3일.
독립운동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며, 정한수 떠 놓고 빌고 또 비는 노처녀 같은 서울 속의 산을 걷다가 왔다..
<한로>
차분한 성품의 여성이 늦은 나이에 시집가서 자식 많이 낳아 잘 기른 귀부인으로 보이는 나무란다. 은행 두알이 꼭 우리 아들 복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귀한 물건 같아.
국화화분에 물을 주고 오다가 하늘이 넘 이뻐 사진을 찍은 후.. 들어와 컴에 앉았다. 뭉게구름이 흘러 가더구나...
< 상강>
`신발주머니에 공기돌을 잔뜩 넣어 가지고 가던 시절도 있었는데,..벌써 희꿋희꿋한 머리털,,,,내일 초딩 동창운동회가 있단다. 수색동에서 살던 아들이 아빠하고 비행기 만들어 날리다가 아빠 모교에 가서 다시 날려보다가 왔었던 기억이 새롭구나. 그땐 엄마가 가장 행복한 줄 알았다.
아들의 초상 때 와주었던 자매들과 상암동에 다녀왔다. 꽃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라던 시인 <박목월>의 배꽃 반쯤 가린 달도 오늘은 단풍 잎 반쯤 가리고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갈 것 같구나.
<입동>
욕망이 버거운 짐이 아닌 뭉게구름으로 보이게 한 가을을 찬미한다. ~라고 외쳐본다, 아들아 듣고 있니?
성당 구역 식구 중 형제님이 돌아가셨는데, 망자의 여동생
,, 권모 선배님의, 근 4년간 한 달에 한 번 씩 병문안 갔던 할머니도 돌아 가신지가 1996년.
아들이 초딩 1학년 시절,
권오경선배님께 선배에게 동창회보를 건네주었다.
인연이라는 분홍빛 원피스 같은 단어가 참 고맙더구나, 이런저런 인연을 만나면 고운 빛깔의 원피스를 입은 것 같더라.,
오랫동안 긴 머리를 한쪽으로 묶고 다녔는데, 머리카락을 자르고 파마를 했다. 엄마 어떠니?
<소설>
. 네 아우가 다니는. 회사에서 공기청정기를 선물로 주는 것을 집으로 보냈단다. 파란색 신호를 보니 우리 집 공기는 청정한가 보다.
한강에 가서 차분하게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왔다.
<소한>
설이 다가오고 있다. 아침나절이 쌀쌀해서 하루 종일 집안을 뱅뱅돌았다. 엄지 발가락이 빠져버렸어. 새로 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마치 아들의 이가 빠진 뒤에 새로 났던 것처럼 말이다. 추위에 잘 있느냐고 물어야만 하는 엄마가 밉지 않니?
엄만 후두개염으로 큰 병원에 다녀왔다. 정말 아프더라,. 아들도 꼭 머플러 하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으렴,
<대한> 마지막 절기이다. 평생 변변한 직장 하나 없는 너의 대부님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려므나. 보험카드 하나 없어서 엄마 보험카드를 아들의 대부님의 아내인 피어니라가 빌려가더라 어디다 썼는지 원.. 가련한 인생들, 하느님께 꼬옥 기도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