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기의 계절은 분명 가을이긴 한데 가을을 건너뛰어 곧장 겨울로 가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산골이다. 이른 아침으론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었고 기온은 빙점을 향하여 곤두박질을 한다. 그나마 한낮에는 따사로운 가을 햇볕이 위로를 하지만 해질녘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가운 공기가 사방에 퍼진다. 어찌되었거나 설다목(雪多目) 산골의 기후는 아주 재밌다고 할까, 너무 특이하다고 할까? 이런 고장에서 촌부는 24년째 잘 살고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겨울부터 다음해 봄까지 살아가기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는 갈무리의 계절이며, 농사에서는 정리의 계절이기도 하다. 어느새 가을걷이는 끝나고 밭설거지를 시작했다. 점점 비워져 가고있는 밭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놈 촌부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테지? 이또한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생각에 이내 마음을 가다듬는다.
아내가 고구마순을 데쳐 가을 햇볕에 말려야 겠다고 했다. 우리가 참 좋아하는 반찬거리를 이 계절이 아닌 다음 계절에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좋은 일이라서 돕겠다고 했다. 사실 고구마순은 껍질을 벗겨야만 하는 것이라서 손이 많이 간다. 덩굴에서 하나하나 일일이 따야하는 것부터 시작해 하나씩 잎을 따내고 껍질을 벗겨내고 데쳐야 비로소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되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고구마를 길러서 고구마와 더불어 고구마순도 상당히 많이 수확했다. 일부는 갈무리를 하여 겨우내 먹고 싶을때 먹을 수 있도록 묵나물로 말려놓기로 했다. 아내가 데쳐서 주면 촌부가 채반에 받아 고루 펼쳐 가을 햇볕에 잘 마르게 햇볕이 잘 드는 장독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참 정겨운 모습이다. 이런 걸 산골스런 정경이고 시골스런 정취라고 말하는 것이겠지 싶다.
첫댓글 가을이 깊어 갑니다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을 준비 하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일을 하는 것은 뿌듯함이지만 때론 허전하기도 합니다. 특히 카페에 들어오면 함께하던 아우님 생각에 울컥하기도 합니다. 하루빨리 우리들과 함께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ㅠㅠ
잔잔한 가을 날의 행복입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