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째, 조금 적응이 되는 듯 시간은 계속 나라를 이동하면서 변하지만 큰틀에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스폐인에서 네번 째 큰 도시인 세비야에도 어김없이 새벽은 오고. 오전은 세비야 시내 관광이다. 과달카비르강 근처의 항구를 방위하고 오가는 배를 검문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12각의 황금의 탑을 답사하고 스페인 광장과 세비야 대성당을 돌아본다. 웅장하다. 하지만 이 성당을 축조하기 위해 쓰여진 막대한 자금과 민중들의 피와 땀. 얼마나 수많은 사연들이 서린 문화유산들인가? 그 의미를 생각하다가 보면 그냥 무심히 바라볼 수가 없는 것이 세월을 이어온 문화유산들이다.
오후 일정은 아프리카의 모로코로 가는 일정이다. 아프리카, 그것도 북아프리카로 가는 마음은 마냥 설레면서도 불편하다. 지구의 5대양 6대주 가운데서 가장 삶이 궁핍한 아프리카. 그 중 가장 개방된 나라이자 북유럽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잘 사는 나라 중에 속한다는 모로코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고서 돌아올 것인가?
스페인의 끝 지점 타리파항구는 조용했다. 바로 이곳이 내가 야심차게 국가에 제안했던 동해바닷가를 걷고 러시아를 지나 포르투칼의 리스본을 거쳐 케이프타운까지 가는 해파랑길의 중간기착지로구나.
타리파항에서 타국으로 가는 수속을 밟고 배에 승선하여 바라본 항구가 그림같다. 세상의 모든 것이 가까이서가 아니면 다 그림인데.
한 시간 남짓 항해하여 도착한 모로코의 탕헤르항에 어둠이 내리고. 그래, 내가 난생 처음 드디어 아프리카에 왔구나. 싶은데 , 도시는 유럽풍이다. 오늘 답사할 고대 도시 페스는 어떤 풍경으로 내 마음에 남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