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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수은, 카드뮴 그리고 메르스 매뉴얼
헤비메탈(heavy metal)은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196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 발생한 록 음악의 한 장르로 음량을 매우 크게 한 특이한 형태의 기타 연주와 폭발적인 모습의 드럼 연주, 그리고 찢어질 듯한 고음과 으르렁거리는 저음을 오가는 보컬의 소리를 특징으로 하는 음악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헤비메탈 밴드인 블랙 사바스의 <아이언 맨(Iron Man)>은 영화 <아이언 맨>의 엔딩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우리에게 친숙하다.
헤비메탈이란 음악 장르가 ‘엄청 시끄러워 듣기 힘든 음악’ 또는 ‘듣기만 해도 속이 시원하고 내 안에 숨겨진 절망과 분노 등을 표출하는 멋진 음악’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받으면서 호와 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처럼 또 다른 헤비메탈(heavy metal)인 중금속 역시 ‘꼭 필요’ 하지만 ‘너무 무서운’ 두 얼굴을 가진 화학 원소다.
중금속은 일반적으로 주기율표의 아래쪽(4주기 이상)에 위치한 비중1)이 4 이상인 무거운(heavy) 금속(metal)을 말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이나 과학에서 상황에 따라 비중을 3.5 이상으로 보기도 하고 정의에는 분명 포함되는 우라늄(U), 플루토늄(Pu), 라듐(Ra) 등의 금속은 방사성 금속으로 따로 분류하는 등 정의가 아직까지 불분명한 대표적인 화학 물질이다.
‘중금속’이라고 하면 납(Pb) 중독이나 수은(Hg) 중독으로 인한 ‘미나마타병’ 또는 카드뮴(Cd) 중독으로 인한 ‘이타이이타이병’ 등 온갖 희귀한 질병이 먼저 떠올라 무조건 나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인 철(Fe)처럼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미량 금속 원소인 구리(Cu)나 아연(Zn) 등도 납이나 수은과 같은 중금속이다.
이렇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중금속은 화학을 처음 배울 때 접하게 되는 주족 원소(main group)의 금속, 예를 들어 1족 원소인 알칼리 금속(리튬(Li), 나트륨(=소듐, Na), 칼륨(=포타슘, K))과 2족 원소인 알칼리 토금속(베릴륨(Be), 마그네슘(Mg), 칼슘(Ca))하고 화학적으로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중금속과 주족 원소의 금속(알칼리 금속이나 알칼리 토금속)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전자를 잃고 양이온이 되는 금속성이 나타나는 과정에 있다. 화학에서 원소 간의 화학 결합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자의 가장 바깥 껍질 전자의 수를 8개로 맞추어 안정해지려는 옥텟 규칙 때문이다.2) 옥텟 규칙을 만족하려고 1족 원소인 나트륨은 반드시 1개의 전자를 버리고 나트륨 이온(Na+)으로, 2족 원소인 칼슘은 반드시 2개의 전자를 버리고 칼슘 이온(Ca2+)이 된다.
하지만 대표적인 중금속인 납, 수은, 카드뮴, 크로뮴(=크롬, Cr), 주석(Sn), 니켈(Ni), 코발트(Co), 망가니즈(Mn), 텅스텐(W) 등은 전이 금속(transition metal)으로 주족 원소 금속과는 다르게 한 종류의 원자가 잃는 전자의 개수가 다양해서 여러 전하를 가진 이온을 만드는 특성이 있다.
전이 금속은 원래 ‘전이 원소’라는 원소의 한 부류인데, 여기에 속하는 모든 원소가 금속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이 금속이라고 부른다. 전이 금속은 여러 종류 전하를 가진 이온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색깔을 나타낸다. 주족 원소의 금속들이 산소랑 결합한 산화물(Na2O, CaO)은 주로 염기성을 띠지만, 전이 금속의 산화물은 높은 전하(+5, +6, +7 등)에서는 산성, 낮은 전하(+1, +2)에서는 염기성, 그리고 중간 전하에서는 양쪽성을 모두 나타내는 화학적 특성이 있다. 또한 전이 금속은 비중이 큰 중금속 계열이 많고 녹는점이 높고 굳기가 단단하며 자성을 띤다.
리튬의 경우 언제나 +1인 리튬 이온(Li+)이 되고, 마그네슘은 언제나 +2인 마그네슘 이온(Mg2+)이 된다. 대표적인 전이 금속인 크로뮴(=크롬, Cr)은 전자를 1개부터 6개까지 잃어서 +1, +2, +3, +4, +5, +6 이렇게 여섯 가지의 양이온이 될 수 있으며, 이 중에서 자연계에서는 주로 +3과 +6이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크로뮴이 낯선 화학 원소라고 생각된다면 화장실 세면대를 떠올려보자. 세면대에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는 잘 닦아주면 광택이 나고, 계속 물이 나오는 곳인데도 녹이 슬지 않는다. 이게 바로 크로뮴으로 도금이 되어서 가능한 현상이다.
원자 번호 24번인 크로뮴은 약간 푸른빛이 나는 회색 중금속으로 광택이 나고 단단하며 부식이 거의 되지 않아 수도꼭지나 자동차 부품, 주방 기구, 가구 부품 등 여러 곳의 표면 보호를 위한 도금, 스테인레스강과 니크롬(nichrome) 합금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 된다. 놀라운 크로뮴의 도금 성능은 1976년 진시황릉 병마용갱에서 약 2,200년 전에 만든 청동 화살촉과 칼 들이 부식이 되지 않은 채로 발견된 예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니켈과 크로뮴이 무게비로 80%와 20% 정도 섞인 니크롬 합금도 전기 저항이 크고 녹는점이 높아서 전열기, 헤어드라이어, 오븐, 토스터 등에 사용된다.
크로뮴이 다른 원소와 화학적으로 결합한 화합물은 다양한 전하수만큼이나 다양한 색을 나타내므로 안료3)나 산화제, 자성을 띠는 특성을 이용한 자기테이프(카세트 테이프 등)의 재료 물질(Cr4+)로 사용되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크로뮴 화합물의 색은 아마도 크롬 옐로(chrome yellow)라고 부르던 크로뮴산납(PbCrO4)을 이용한 미국 통학버스의 노란색(Cr6+)일 것이다.
이 밖에도 +1~+6까지의 전하 중에서 어떤 수의 전하를 갖고 어떤 종류의 다른 원소와 결합하느냐에 따라서 빨간색, 주황색, 초록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다. 루비의 정열적인 빨간색과 에메랄드의 오묘한 초록색 역시 크로뮴 원소가 만드는 색깔이다.
중금속은 여러 가지 전하수에 따라서 색깔과 화학적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생물체 내에서의 작용도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Cr3+(3가 크로뮴)는 아주 미량이 생물체 내에 들어 있는데, 포유동물의 몸속에 있는 Cr3+는 당과 지질 대사에 관여하고 인슐린과 함께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Cr6+(6가 크로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크로뮴 원자가 전자 6개를 잃어서 생긴 Cr6+는 산화력4)
이렇듯 다양한 전하를 가져 여러 가지 화학적 특징과 색을 나타내는 것이 전이 금속의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인간의 삶에 유익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중금속의 양면성이랄까?
고대부터 인류가 그 특성을 알고 사용했던 7대 금속 원소로는 금(Au), 은(Ag), 구리(Cu), 주석(Sn), 철(Fe), 수은(Hg), 그리고 납(Pb)이 있다. 원자 번호가 82번인 납은 금속 중에서 무르고 녹는점이 낮아서 가공이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밀도가 크고 잘 부식되지 않는 중금속이기 때문에 전자를 1개에서 4개까지 잃을 수 있으므로 +1, +2, +3, +4까지의 전하수를 가질 수 있으며, 아주 예전부터 인류가 즐겨 사용하였다.
주로 화합물에서는 +2와 +4의 전하를 갖고, 이 두 전하 사이의 전자의 이동을 이용해 자동차의 배터리로 알려진 납축전지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 밖에도 땜납, 유리, 고압 전선의 피복제, 탄환 등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며, 밀도가 큰 특성을 이용해 낚싯대나 그물의 추, 테니스 라켓, 자동차 타이어의 무게중심을 잡는 데도 사용한다.
방사선을 막아주는 성질이 있어서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선 촬영 기계나 원자로의 방사선 차단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납은 비중이 11이 넘는 무거운 중금속이기 때문에 엑스선 촬영을 할 때 방사선사나 환자의 보호자가 입는 방사선 차단용 앞치마에도 납이 들어 있어 매우 무겁다.
고대 제국 중에서 가장 발전된 형태의 관개 시설을 자랑했던 로마 제국에서는 수도관과 배관 시스템, 냄비 같은 조리 도구나 안료, 얼굴을 희게 만드는 화장품, 그리고 포도주에 납을 넣고 끓여서 사용했던 감미료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게 납이 사용되었다. 현재에는 납의 독성이 밝혀져 로마 제국 몰락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관이나 조리 도구, 도자기 유약, 가솔린 첨가제 등의 고전적인 용도로의 사용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납이 인체에 들어오면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헴(heme)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막게 되어서 빈혈을 초래하고 중추 신경계를 손상시키며 뇌 장애를 일으켜서 이상한 물건을 먹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데, 이 증상은 어린이에게 더 심하게 나타난다.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귀족들은 병사와 장군 들과는 다르게 하나 같이 얼굴이 매우 하얗다. 제국의 말기에는 먹는 데에서 오는 쾌락을 느끼기 위하여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는 연회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납 중독 증상이 심했던 건 아닐까.
납은 인체 내에 평균 약 120mg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공기, 식물, 동물 그리고 토양과 물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의 모든 영역에 미량이지만 존재한다. 납은 앞으로 다루게 될 수은이나 카드뮴에 비하면 효소와 결합하는 정도가 크지 않아서 독성이 조금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2mg의 납을 배출하는 것이 가능해서 아주 다량으로 중독되지 않는다면 다른 중금속에 비해서 그나마 조금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납 중독의 주요 증상은 두통, 복통, 구토, 빈혈, 혼수, 만성 신장염, 중추 신경계 장애와 환각 등이며 이런 납 중독 사고를 막기 위해서 공기 중의 납 농도를 엄청나게 증가시킨 주범인 유연 휘발유(납을 첨가제로 넣은 휘발유)를 모두 무연 휘발유로 바꾸었다. 장난감의 색을 내는 데에도 납의 사용을 줄이도록 하고 있으며, 학교와 유치원 같이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도 납 성분이 없고 안전한 페인트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끓어오르는 과학에 대한 열망으로 눈을 반짝반짝하면서 인두를 이용해서 땜납을 녹여서 전기 회로를 완성하는 것을 볼 때면 기특하면서도 걱정스럽다. 인두로 녹은 납에서 나오는 연기가 아이들에게 흡수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납이 다른 중금속에 비해서 덜 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아이들이 가까이에서 증기를 흡입하면 체내에 차곡차곡 쌓이는 생물 농축 현상을 나타내는 중금속의 특성상 절대 권장할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납땜으로 하는 실험은 미뤄두면 어떨까? 청소년기에 하게 되더라도 아주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가능하면 너무 가까이 붙어서 하지는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알려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출처: 셔터스톡〉
원자 번호 80번 수은(Mercury)은 상온에서 유일한 액체인 금속으로 은과 같은 색깔과 광택을 가지고 ‘빠르게 흐르는 은’이라는 뜻의 ‘quicksilver’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과 +2 두 가지 종류의 양이온이 될 수 있으며 자연계에서는 주로 황과 결합한 진한 붉은 색화합물인 HgS(진사, 辰砂) 광석의 형태로 얻어진다. 아주 예전부터 사용되던 7대 금속에 포함되며 현재까지 사용된 용도가 3,000여 가지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발견된 3만 년 전에 그려진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에서도 진사를 이용해 빨간색을 표현했던 것처럼 수은과 수은 화합물은 고대부터 의약품과 화장품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중국 진시황제에게는 불로불사의 약으로 여겨져서 그가 꼬박꼬박 챙겨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독성이 매우 큰 수은을 불로장생약으로 챙겨 먹은 바람에 진시황제가 일찍 죽긴 했지만 말이다.
중세 시대를 휩쓸었던 연금술의 정점에도 수은이 있었다. 근대로 와서는 체온계, 온도계, 혈압계, 치아 치료용 아말감, 전지, 수은등과 형광등, 의약품 등에 널리 사용되었다. 공업적으로는 전기 스위치나 소금물에서 염소 기체(Cl2)와 수산화나트륨(NaOH)를 생산하는 전극, 그리고 석탄을 원료로 PVC(Poly Vinyl Chloride, 폴리염화비닐)5)
예전에는 동그랗고 납작한 단추 모양의 전지는 대부분 수은 전지였다. 최근에는 수은의 독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규제가 강화되어 수은 전지는 거의 퇴출되어가고 있지만, 수명이 다할 때까지 1.35V의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특유의 장점으로 보청기 등의 특수한 경우에는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파서 병원을 가면 반짝거리는 수은이 들어 있는 유리 체온계를 입에 물리거나 겨드랑이에 넣어주고 체온을 쟀던 기억이 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지만 입에 물린 체온계가 잘못해서 깨지는 사고가 나면 그 수은이 고스란히 체내로 들어왔을 것이다.
사람 몸에는 약 6mg의 수은이 들어 있고, 대기 1m3에도 평균 2~10ng의 수은이 들어 있어서 우리가 먹는 음식과 물, 그리고 공기에는 모두 미량의 수은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정도의 극소량 수은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만약 고농도의 수은이 몸속에 들어오게 된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액체인 수은과 접촉하면 피부를 통해서도 흡수되고, 액체에서 증기 상태로 변한 수은이 호흡기를 통해서 체내로 들어와서 중추 신경계가 제 기능을 못하게 하여 발열, 구토, 설사, 신장 손상 등의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메틸수은(CH3HgX)6)을 비롯한 유기 수은 화합물7)SH)와 결합해 효소의 기능을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중추 신경계에도 독성을 나타낸다.
문제는 이러한 중독으로 인해 손발 마비, 지각, 청각, 언어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일 때에는 이미 중추 신경계가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수은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금속은 생물체 몸으로 들어오면 배출이나 분해가 잘 되지 않고 계속 쌓이는 ‘생물 농축’ 현상을 일으킨다. 어느 먹이사슬에서건 최상위 소비자인 인간의 몸에 쌓이는 양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메틸수은은 태아에 심각한 독성을 나타내므로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는 체중 60kg의 성인을 기준으로 일주일간 수은 섭취량의 상한선을 0.2mg으로 제한하고 있다. 임산부의 경우는 조금 더 엄격하게 적용해 생선 중에서 크기가 커서 생물 농축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참치캔이나 참치회의 경우 임신 기간 중에는 너무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
세상에는 매우 많은 중금속이 있고 대부분의 중금속이 생물에 대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중 특히 수은 중독이 널리 알려진 데에는 1956년 일본의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발생한 ‘미나마타병’ 때문이다. 인근 화학 공장에서 사용한 황산수은(HgSO4)에서 미량으로 발생한 메틸수은이 바다로 방류되었고 메틸수은이 포함된 어패류를 먹은 사람들의 중추 신경계에 큰 이상이 생겨서 2,265명이 병에 걸리고 1,784명이 사망한(2001년 3월 집계) 수은 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은 전 세계에 중금속의 위험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원자번호 48번 카드뮴(Cd)은 아연을 채굴할 때 부산물로 얻어지는 금속이다. 철의 부식을 방지하는 도금 금속, 니켈-카드뮴 2차 전지,8) 다양한 색의 안료, 플라스틱 안정제, 브라운관 TV의 인광체 등으로 사용했으나 독성 문제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소비재를 만드는 공정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비중이 커서 무거운 중금속이므로 휴대용 전자기기에 사용되던 2차 전지의 자리도 리튬 이온전지에게 내주었다. 최근에는 대용량의 전력을 저장하는 목적의 산업용 니켈-카드뮴 전지로 쓰는 비율이 늘어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중금속이다.
강한 독성 때문에 페인트 안료로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노란색의 황화카드뮴(CdS) 안료, 붉은색의 셀렌화카드뮴(CdSe) 안료,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섞은 주황색 안료는 색이 아주 선명하고 변색이 안 되는 매우 좋은 안료로 대체제를 찾기가 힘들어서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현재에도 생산되는 카드뮴의 약 10%는 안료로 사용되고 있다.
카드뮴은 인체 내에 들어오면 혈액을 타고 간과 신장에 축적되어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 특히 신장에 축적된 카드뮴은 인체의 필수 단백질과 당을 그대로 체외로 배출하게 만들 정도로 신장을 망가뜨려서 불임과 중추 신경계, 면역계의 손상 등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또한 폐암의 원인인 발암 물질 중금속으로 흡연할 때 담배에 들어 있는 카드뮴이 흡수되어 일으키는 폐 손상도 오랜 시간 축적되면 매우 심각하다.
하지만 카드뮴 하면 떠오르는 ‘이타이이타이병’은 카드뮴이 몸 안에 들어 와서 칼슘 대사에 이상을 일으켜서 뼈를 약하게 만들어서 생기는 병이다. 1910년부터 환자가 발병하였으나 그 원인을 모르다가 1968년에서야 주변 아연광산에서 채굴한 폐광석을 강에 그냥 버려서 카드뮴이 유출되어 강물을 식수나 농업 용수로 사용한 주민들에게 카드뮴 중독 현상이 일어나서 생긴 병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허리와 관절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의사가 맥을 짚거나 환자가 기침을 하는 것만으로도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져서 환자들마다 ‘이타이 이타이(아프다 아프다)’라고 신음한 것이 병명이 된 것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는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강한 날숨으로 최대 시속은 약 160km/h에 이를 정도로 매우 빠르고 강력하다. 이타이이타이병 같은 카드뮴 중독환자가 감기에 걸리게 되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순간 약해진 갈비뼈 여러 개가 부러지게 되고 일상 생활에서 당연하게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에도 뼈가 부러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 물론 카드뮴 중독에 걸리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겨울철 계단을 내려가는 행동을 할 때 갑자기 나온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서 몸에 충격을 받게 되면 척추나 디스크에 무리가 가서 디스크에 걸리기 쉽게 된다. 별거 아닌 기침과 재채기가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 특히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몰랐을 때 생기는 결과를 우리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 너무나 뼈아프게 경험했다.
새로 발견된 인플루엔자 종류 중에서도 심한 재채기와 기침을 가장 주된 증상으로 하는 메르스가 처음 확진된 이후 혹시나 몰라 격리하고 검사해야하는 주변인의 범위를 반경 2m 안에서 오랜 시간 접촉한 사람으로 한정한 지침으로 인해서 잠재 환자 대부분을 검사하지 않는 우를 범한 것이다. 바이러스 같은 작은 입자를 초속 200m나 되는 강한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내뿜었을 때 과연 반경 2m 안에 있었던 직접 접촉자에게만 전달이 되었을까? 모르긴 해도 누군가가 교실에서 이런 기침을 했다면 교실 전체로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보는 것이 과학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타당한 생각 아닐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카피는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즐겁다.”이다. 하지만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는 정확한 이론을 알고 있을 때에만 빛을 발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밀도와 같은 값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중은 어떤 물질의 밀도를 표준 물질(액체는 1기압 4℃의 물, 기체는 1기압 21℃의 공기)의 밀도로 나눈 값으로 단위가 없다.
연재 2회 <비닐 봉지의 진실> 참조
물질에 색을 내는 색소. 흔히 혼동하는 염료는 물에 녹는 색소로 섬유나 종이에 스며들어 고정시킨다면 안료는 물이나 기름에 녹지 않는 미세한 고체 분말로 도료, 물감, 인쇄 잉크, 플라스틱 등에 섞어서 사용하는 색소이다.
다른 물질의 전자를 빼앗은 힘
연재 3회 <코팅 프라이팬의 비밀> 참조
X는 F, Cl, Br, I중 하나지만 주로 Cl인 경우가 제일 많다.
탄소와 수소가 기본인 탄소 화합물과 수은이 결합한 물질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 사용하는 전지
발행일 : 2018. 07. 04.
저자 김민경 화학자,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 화학과 부교수
한양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화학환경공학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2009년 한양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후 매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생들이 뽑은 Best Teacher로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한양대학교 저명강의교수상을, 2016년에는 ‘생활 속의 화학’ 강의가 교육부 KMOOC 강의에 선정되었다. 산업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온라인강의 <안전 365! 화학안전강의>를 진행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실버버그의 일반화학》 (2판, 3판), Burdge의 《일반화학》(4판), 《일반화학의 기초》(1판), McMurry 《일반화학》(7판), 《핵심일반화학》(7판), Bauer의 《화학의 기초》(4판), Brown의 《유기화학입문》(6판)이 있다.
2018 파워라이터ON은 임지현, 이상욱, 박종기, 양지열, 진중권, 김민경, 전중환, 이택광, 정종현, 주영하 등 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이자 유명한 분야 전문가 10인의 지식 콘텐츠를 간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연재 프로그램입니다.
2018 파워라이터ON 연재는 네이버문화재단
[네이버 지식백과] 내겐 너무 무서운, 헤비메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