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赤信號)
최 병 창
오래오래 짓눌리다
자라지 못한 왼손가락하나가
일이 좀 생겼다고
익명으로 소식을 전해왔다
지금부턴 하루에
열두 번씩은 눈을 감아야 한다고
시간을 보는 눈과
시간을 듣는 귀는 처음부터 정확했다
키워내지도 못하고
잘라내지도 못한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와도 지금에 와서는
새로운 목소리를 좇아
꽃잎의 숫자를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
바위 속에서 태어난 영혼의 갈 곳이란
태양가까이를 나를 수가 없어
날마다 태어나는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독한 썰물만을 따라다니고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달아오른 깃발에
집중 아닌 집중을 심어놓고도
겨울 장미하나도 건져내지 못했으니
퉁퉁 부은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시야처럼
하루에 열두 번씩
눈을 감아야 한다는 역설처럼
끊임없이
햇살 설거지가
이유 없이 달그락거리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변변찮은 오해 앞에서
전혀 똑같지 않은 거리를 생각해 보네
반기거나 반기지 않거나
아무래도 잘못 든 햇살이
쌉쌀한 불면을 부채질하지 않는다면.
< 2017. 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