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한가위 명절을 맞아 조상님께 올립니다.
작열(灼熱)하던 염제(炎帝 )의 위력(威力)도, 자연의 수레바퀴에 자리를 비켜주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가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한 달 가까이 추석 명절이 일찍 찾아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낮에는 여름, 밤에는 가을처럼 염량(炎凉)이 교차(交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조상님들께서는, 고향 땅 잠자리에서 편안히 쉬셨는지요?
좀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하여 죄송할 뿐입니다.
이곳은 그동안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밖으로는, 꽃다운 나이에 아름다운 꿈을 안고, 제주도 수학 여행길에 올랐던 300여명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침몰참사(沈沒慘死)가 일어나, 자식과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과 온 국민이,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충격에 빠져,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참사가 일어난 근본 원인은, 오로지 금전에 눈이 멀어 황금만능주의에 포로가 된, 일부 몰지각(沒知覺)한 사이비 교주(似以非 敎主)의 비뚤어진 종교관과, 이를 비호하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공동으로 저지른 불량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파(世波)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영혼(靈魂)을 달래주고, 위안(慰安)을 안겨줘야 할 종교(宗敎)의 역할은 사라지고, 오히려 영혼을 파괴하는 괴물(怪物)로 변해버린 허울 좋은 사이비 종교 집단, 믿을 수 없는 아이러니(Irony)가 바로 우리 눈앞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설파한 “신은 죽었다”고 한 말이 문득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이번 참사를 모두가 공감(共感)할 수 있게 말끔히 매듭짓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완벽한 대책을 마련하여, 국민의 생명(生命)과 재산(財産)을 안전(安全)하게 지켜주는 세계 일등국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이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일부 영호남 지역에는 사나운 태풍과 폭우가 쏟아져,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 아직도 수많은 이재민들이 고통과 아픔속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이들의 아픔이 아물기를 바랍니다.
한편 올해는 우리 집안에 큰 경사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 현도 주영이가 평생 동반자(同伴者)인 새색시를 단짝으로 맞아, 단란한 보금자리를 꾸리고, 힘찬 새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두 사람은, 어떠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꿋꿋이 이겨내고, 두 손 마주 잡고 따뜻하고 화목한 새 삶,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Story로 엮어 나가기 바랍니다.
이 길만이 평생 고생하신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께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먼 옛날 증조부님이 인적이 없던 이곳 산속에, 처음으로 감나무골을 여신지 15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4세대 자손들이 사회 중심에서, 각자 책임(責任)과 의무(義務)를 다하면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들은 조상님들의 유지를 받들어, 아래 사항을 가슴에 새기고 옳 곧게 살아가겠습니다.
첫째 현재에 안주(安住)하지 않고,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끊임없이 학문(學問)과 기술(技術)을 갈고 닦아, 나 자신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열정과 집념, 성실과 노력, 도전과 변화를 생활 지침으로 삼아, 나 자신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Up-grade)시키는 원동력으로 삼겠습니다.
둘째 뿌리조차 알 수 없는 황금만능(黃金萬能) 물신주의(物神主義)를 뿌리치고, 조상 대대로 면면히 이어온 미풍양속(美風良俗)을 잘 가꾸고, 경노효친(敬老孝親), 상경하애(上敬下愛), 상부상조(相扶相助) 등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면서, 형제자매(兄弟姉妹)간 혈육(血肉)의 정(情)을 나누고, 이웃 간에는 따뜻한 온정의 손길로 보듬어 나가겠습니다.
셋째 언제 어디서나 의(義)롭고 떳떳한 몸가짐과 선비정신으로, 충(忠), 효(孝), 예(禮)를 생활신조로 삼아, 주위로부터 찬사를 듣는 자랑스러운 후손이 되겠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忠 孝 禮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아름다운 도덕(道德)이며 윤리(倫理)입니다.
어느덧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 점점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아래, 산들 바람과 함께 들에는 황금물결, 산에는 오색과일이 붉게 물들어 가는, 풍성한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차례를 올립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맛있게 드시고, 후손들과 반갑게 만나는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이제 헤어질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옛 성현(聖賢)의 말씀처럼, 인간 만사(출생과 사망, 결혼과 이별 등)와 자연계 현상(사계절의 순환, 시간의 흐름 등)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이 순간 헤어지더라도, 멀지 않은 장래에 다시 만날 날이 올 것입니다. 다가오는 설날 다시 뵈올때까지 고이 잠드소서.
갑오년(2014) 한가위 아침
후 손 완 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