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생각
큰아이 학교가 마치기를 기다려
병원에 갔다가 다시 학원으로,
둘째 유치원생 병원갔다가 학원으로..,
기침에, 수도꼭지처럼 누런 콧물에,
밤새 절절 끓는 고열로 잠을 못이루던
돌지난 아이 들쳐업고 잰걸음으로 다니길 근 한달여...
띠개비를 걸친 어깨 결림인지..
몸살끼 인지...마구 쑤셔온다.
내몸 고치러 병원엘 가자니 그것마저 귀잖아서
쌍화탕을 한개 뜨끈하게 데워 마시고
잠든 아이옆에 누웠다.
"아~ 우리 엄마는 우리육남매를 어떻게 키워 내셨을까?
어떻게 혼자 벌어먹여 살리셨을까?"
괴로움에 그렁거리던 눈물이 그리움의 눈물로 스며나온다.
녹초가 된 내몸뚱이를 방바닥에 떠맡기고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당신의 절반인 세 아이데리고,
그것도 밥해먹고 아이들만 돌보면 되는 전업주부인데도
이리 난리 버거지를 쳐대는데...
그예전 내어렸을적에 아버지노릇까지 해내며
요즘말로 쓰리 잡스? 아니, 파이브잡스라고
지어줘도 모자랄 직업으로
육남매를 키워내신 내어머니가 존경스러워진다.
내어렸을적,
농사철에는 땅떼기 한자락 안남겨 주신 아부지땜에
남의집 밭매는 품팔이를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일하셨고...
땔나무를 지게에 지고 해다 날르셨고,
봄 가을이면 누에를 길러서 동글동글 누에가 집을지으면
내다 팔아서 가끔은 검정 고무신을 새것으로 사다 주셨다.
겨울이면 생선 행상을 하셨었는데,
꽁꽁 언 어름 눈길을 맨발이나 다름없는
허연 코고무신에 의지해서 다녔다.
언젠가 폭설이 내렸던 겨울밤,
기다리다 잠들었다. 잠자다 깨어난 한밤중 나는
"언니야! 엄마 왜 안오나?어? 무서워 죽겠다 아~앙앙"거렸다.
언니는 "엄마가 눈이 너무 많이내려서 못오시는 가부다.
우리끼리 그냥 자자"했고
나는 엄마 없는 집이 왜그리도 무서웠었는지...
동생들과 마구 울어댔다.
할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는지 큰언니는 어머니를 마중 나갔다.
한참후 어머니와 언니는 허리까지 찬 눈을 헤치며
돌아 오셨고 나는 반가워서 목놓아 울어버렸다.
당신이 고통스러움은 묻어두시고
자식들 생각에 사오신 눈깔 사탕을 먹으며 잠자리에 들고...
밤새 언몸을 녹이는 어머니의 고통스런 신음이 들렸다.
그때 나는 어머니가 끙끙 거리시던 고통도 몰랐고, 다음날
"아이고 야들아! 돈사지말고 해먹어야 것다. 그냥...
내가 늑들 멕여 살리라고 하는긴데..
이거를 뭐하러 아끼는가 모르것다"시며
고무다라에 이고 다니시던 자반고등어를 조림을 해주셨다.
무우가 생선 토막보다 많은 것을 어머니는 무우만 드셨고
철몰랐던 우리들은 그 맛있는 생선살을 개눈깜추듯 먹었다.
큰언니가"엄마 왜 무우만 먹는겨?"하면 어머니는
"나는 고기보다 무시가 더 맛난다. 나는 맛난거
먹을테니께 늑들도 맛난고기나 마이 먹거라"하셨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진짜 그러신줄 알았다.
중학교 다닐때 까지도...
날이훤한 낮에는 먹여 살릴 생각에 흙먼지를 뒤집어 쓰시면서,
밤이면 피로에 쌓인 몸을 누일새 없이
열병에 시달리면 찬물수건으로 내려주시며 한숨 못 누이셨다.
그갓더 한명이 아닌 육남매 였으니..
평생을 그리 고생하셨었을걸 생각하니 ...
고깟 밤잠 좀 설친것 가지고..
고깟 며칠 코앞 병원에 쫓아다닌걸 가지고
끙끙 거리는 내가 어머니의 그림자 속에서
너무 작아져 버렸다.
나약한 아니, 성의 없는 한아이의 엄마라는 자격이 의심스럽다.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엄마를 생각하는
철든 어른인줄 알았다.
그런데, 먹고 입고 사는것이 편리한 요즘
세아이 키우는것에도 허우적 거리며
힘겹다고 징징대는 나는 아직도 철들려면 멀었나보다.
가을과 겨울사이
"하이고 야야! 물이 따스운걸 보니께 하매 겨울인기부다"
도랑가에 김이 올라오는 이맘때쯤
때꺼리를 걱정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이제는 힘겨운 걸음 걸이 굽어진 다리와 칠순의 노인네가
"인쟈 겨울이 되는 가보다"
하시며 걱정이 아닌 아림과 뿌둣함이 뒤섞인
감상에 젖으시겠지.
날이 추워 오니 , 세아이의 감기를 끝내고
내몸이 녹초가 된 이즈음에 엄마 생각에
자꾸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
깊어가는 가을,
다가오는 겨울의 문턱에서 주저리 주저리
엄마 그리움에 젖어본다
2004년11월11일 아침 두꺼비(파비우스)
출처/MBC여성시대
음악/ Paul Mauriat/ Amore Grande A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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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정말 잘보구갑니다...글속에서 내어린시절 생각이나는군요~~ 어릴적 그 시절에 땔감을 지게에지고 아버지는 그렇게 겨우살이 준비를하셨지요..요즈음 정말 먹을것이 흔한 세상이라 그어려웠던 그시절 요즈음 아이들은 정말 모르는것같아요......
엄마의 따사로운 정이 소록소록 피어나는 아침나절 입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엄마 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나네요 고생만 하시다 저세상 가신 엄마 이제야 엄마의 자리가 어떤자리 인지 알것 같은디 ..
엄마, 마음이 저려오네요.
우리가 어머니의 큰 마음을 헤아릴려면 아직도 멀은것 갔죠? 알면서도 행치 못하는 마음이 가끔은 서글퍼지네요...모두 행복하세요^*^
눈물이 흐릅니다. 우리 엄마도 그렇게 ...이렇게 우리를 키워 주셨는데 .... 이제는 영원히 쉬시러 먼데로 가신 엄마... 자식 둘 키우며 힘들때마다 엄마를 생각하며 힘을 내곤 한답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내색 한번 없이...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부모님께 효도합시다.살아계실때 ....
오랜만에 들러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얼마전에 친정 다녀왔는데 또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 자식을 향한 부모에 조건 없는 사랑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날씨가 추워지니까 이글이 더욱 간절하게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