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도시’. 청춘의 도시로 불리는 춘천이 가진 또 하나의 수식어다. 2018년 총부가가치 기준 춘천지역 지역내총생산(GRDP) 7조2362억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공공,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으로 1조7212억원(23.8%)이다.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의 핵심인 제조업은 4510억원으로 6.3% 수준에 그친다.
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는 대부분 공공의 영역에 쏠려있다. 수도권과 비교해 낮은 임금, 저조한 고용률 등 취업에 불리한 환경으로 인해 지역 청년이 떠난다. 청년 인구 유인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손꼽히는 이유다.
‘공무원의 도시’ 한가운데, 공공의 영역 밖에서 제 몫의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은 어떤 모습일까. 수도권 등 대도시로 진학 또는 취업했다 연고지로 돌아오는 U턴, 대도시를 떠나 고향 인근의 중소도시로 이주하는 J턴, 대도시에서 연고 없는 지역에 정착하는 I턴 등으로 춘천으로의 전입 유형을 분류했다. ‘턴족’ 청년들의 밥벌이에 대해 소개한다.
■토박이의 춘천 다시 보기
허문영(83회) 동문은 효자동에서 태어났다. 남춘천중, 춘천고 졸업 이후 대학 재학 기간 대전에 머물렀던 몇 년을 제외하면 내내 춘천에서 인생의 시간을 보낸 토박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취업한 U턴족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5년간의 디자인 회사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로컬성을 기반에 둔 리빙 브랜드 사업을 기획 중이다. 내년 봄 사농동에 공간을 완성하고 ‘디어라운드’라는 카페 겸 스테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량 생산된 대형 브랜드 제품 보다는 취향을 기반으로 한 크래프트 문화에 집중, 춘천의 색깔을 살려 브랜드화하고 주방용품, 침구 등 리빙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춘천의 물, 숲, 호수 등 자연적 소재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친환경 섬유를 활용한 제품을 구상했다.
허문영 동문은 패션·섬유를 전공한 후 시각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전 직장에서 브랜드 컨설팅과 인테리어 사업까지 경험했다. 실무 경험에 학술 전문성을 쌓기 위해 강원대에서 비주얼 시각 디자인 분야 석사과정을 마쳤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주거비를 아껴 가며 창업을 위한 자본을 착실히 모았다. 부모님이 보유하고 있던 토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창업 결심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춘천 출신 토박이로 로컬의 색깔을 살린 브랜드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허씨는 외지 인구의 유입보다는 지역의 청년들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자인 콘텐츠 분야는 유행에 민감한데다, 각종 지원금을 목적으로 외지에서 유입됐다가 다시 타 지역의 지원 제도를 찾아 떠나는 일부 청년 창업가의 행태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의 색깔을 활용하는 방식은 이 지역 출신이 가장 잘 안다”며 “과거 디자이너는 의뢰인의 하청업체 개념으로 일해왔지만 요즘은 협업의 관계가 강조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 브랜드를 먼저 확립해야 다른 분야로의 확장도 가능해진다”며 “로컬의 여러 창업자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춘천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