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국으로 연탄가스 중독자 살려
"선생님, 선생님! 계십니까?"
........
운룡은 모처럼 한가한 틈을 타서 벌써 몇 시간째 옛 의서(醫書)들을 열람하는 중이었다.
운룡의 서가에 쌓인 동양의서만 해도 참으로 많은 분량인데 세상의 의서를 다 합치면 도대
체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조차 힘들 것 같다.
지혜의 소산(所産)들을 문헌으로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줄곧 생각하게
된다. 옛 의서들은 그 시대에나 잠시 소용될 치병술(治病術)과 약처방들을 정리, 소개하여
후세에 전하였지만 그것들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약간의 참고자료는 될지언정 결코
만대불변의 의료법은 도리 수 없는 것이다.
질병의 양태는 시대의 변천과 생활양식의 변화 등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는데 의서들은 어
쩔 수 없이 새로운 질병의 꽁무니만 따라 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원인 모를 괴질이라
도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환자의 죽음을 바라만 보고있을 뿐 아무런 방도를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의료계의 비극이다.
어쩌다가 희대의 명의(명의)들이 나타나 신화적인 치병(治病)의 이적(異蹟)을 남기기는 하
지만 그 사람의 의료술은 그의 사망과 함께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의 이름을 빙자한 사
이비 의료술만이 세상에 횡행하게 된다.
세상의 의료술은 몇 단계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인술(仁術)에 종사하여 날이 오래면 익
숙한[熟] 의사요, 다음은 능숙한[能] 의사이며, 그 다음 단계는 어느 경지에 도달한[達] 의사
이고, 그 다음 단계는 의료술 전반에 통달하여 막힘이 없는[通] 의사이다. 중국의 편작(扁
鵲)·화타(華 ), 인도의 기바(祇婆) 등 역사상 이름난 명의들은 대부분 능통한 의사[通醫]라
고 본다. 그러니까 의사에는 숙의(熟醫),능의(能醫), 달의(達醫), 통의(通醫)가 있고 최고의
궁극적 단계에 하나를 설정한다면 그것은 각의(覺醫)라 하겠다.
우주의 별세계와 지구상 만물의 비밀을 빠짐없이 알고 있는 대각자(大覺者)라야 만대(萬
代)에 전해져도 결코 변함이 없을, 간단하고 손쉬운 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각의
란 말하자면 대각자로서 인술을 베푸는 이를 지칭한다고 하겠다.
각의(覺醫)는, 세상에 질병의 뿌리가 깊고 깊어서 어느 누구도 손쓸 수조차 없는 그러한
최악의 시절에 출현하는 법이다.
운룡은 중국의서《황제내경》(皇帝內經)《의학입문》(醫學入門)《경악전서》(景岳全書)
《본초강목》(本草綱目)등과 조선조의 의서《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동의보감》(東醫寶
鑑) 등의 서목(書目)과 주요 내용들을 대강대강 열람하면서 이들의 호한한 내용들을 일부
유용한 것만 집약해서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이 세상의 의학은 새로이 창조해야 하며 그것은 만대에 가도 변함없을 자연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
"선생님, 안 계십니까? 심히 급한 일로 찾아왔습니다."
운룡은 열람하던 책을 한쪽으로 밀어 놓으며 들어오라고 하였다. 미닫이를 열고 들어서는
젊은 부인네는 낯익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본디 만나고 돌아서면 잊어버릴 정도로 잘 잊는
운룡으로서는 그녀가 누군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선생님, 저 이 소령 처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이고요."
운룡은 그제서야 그녀가 누군지 떠올랐다.
"오 그래. ××× 딸이로구나. 나야 하도 잘 잊어버리니…, 그래 아버지는 편하신가?"
대답 대신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남편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남편이 연탄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국군통합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 였다. 병원에는 남편
말고도 영관급 장교 8명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함께 입원해 있다고 했다.
운룡은 평소 배우고자 찾아오는 의사와 한의사 두어 명에게 전화를 하여 정황을 대략 설
명하고 오라고 하였다. 전화를 받은 의사 한의사 외에 몇 명의 의사들이 운룡의 의료술을
보겠다고 따라 나섰다.
운룡은 침통과 뜸쑥 뭉치를 챙긴 다음 이 소령의 처를 앞세우고 젊은 의사들을 대동하여
통합병원 중환자실로 갔다. 9명의 연탄중독 장교 중 의식이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운룡은 대동하고 간 의사를 시켜 이 소령의 발바닥을 찔러보도록 하였다. 볼펜 끝으로 발
바닥을 콕콕 찌르자 발가락이 움직였다.
"됐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게야. 이 사람들의 생명은 얼마든지 살릴 수 있어."
잠시 후 통합병원의 원장이 보고를 받고는 즉시 중 환자실로 달려왔다. 원장은 육군 준장
이었다. 운룡은 마침 찾아온 원장에게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누워 있는 이들 젊은 장교들을
살려낼 방법이 있으니 해보자고 제의하였다.
"선생님의 제의는 좋은 말씀이지만 우리 위료진들의 판단으로는 이들이 소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봅니다. 소생 불가능이라고 할까요."
운룡은 병원의 의료수준으로는 응당 그렇게 판단하였으리라고 짐작했던 터였다. 연탄가스
중독은 현대의학으로 해독(解毒)할 별다른 묘책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
신은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이 아주 끊어지지 않았을 경우, 아니 극단적으로 말해 숨이 끊어
졌더라도 가슴의 온기가 채 식지 않았다면 실수 없이 모두 살려냈었던 만큼 이들을 살려내
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장군의 판단은 이해가 가요. 그러나 내가 보건대 이 사람들을 얼마든지 소생시킬 수 있
다고 봅니다. 이들이 현재 죽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사(假死)일 뿐 진사(眞死)가 아니므
로 체내의 가스 독만 해독시켜주면 살아나게 되지요."
원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선생께서는, 이렇게나 전신으로 독이 퍼져 있는 것을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해독시킬 수
있다는 얘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운룡은 답답한 심정이었으나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원장의 이해와 시술의 수용을 요망하였
다.
"장군! 물론 장군의 판단대로 이 정도로 독이 전신에 퍼지면 웬만한 약을 가지고는 해독
을 시키기 어렵지요. 그러나 이 경우 약쑥의 불은 영묘한 해독(解毒) 능력을 갖고 있으므
로 중완혈(中脘穴)에 15분 이상타는 쑥뜸을 하게 되면 10장 이내에 반드시 소생할 것입니
다. 이 방법은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직접 효과를 확인한 바이니 한번 장군이 보는 앞에
서 실제로 실험해보고 싶소."
원장은 쑥뜸이라는 말에 몹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 우리 병원에는 머리 좋고 실력 있는 의사가 한두 명이 아니고 나 역시 오랜 의사
생활을 해온 사람입니다. 우리들의 경험상, 약쑥이라든지 기타 한방 치료법으로 연탄가스
중독을 치료한 예를 보지 못했고 또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한방요
법이나 민간요법으로 살린답시고 어물거리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환자를 죽게 하기가 십상
입니다."
운룡은 원장의 편견과 고집이 몹시 불쾌하고 못마땅했지만 어떻게든 설득하여 젊은 장료
들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장군.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데에 한방요법이면 어떻고 양 의학이면 어떻겠소. 궁극적
으로 환자의 질병을 고치는 것이 진정한 의료법이 아닌가요? 어떤 질병을 치료할 적에 각
자 뿌리깊은 전통을 갖고 있는 의학들이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더욱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을거요. 그러나 죽어 가는 환자를 앞에 두고 이러한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더 늦기 전에 이들을 치료하는 것이 나는 급선무라고 보오."
원장도 더 이상 이야기하기가 싫다는 듯 간단히 잘라 말하였다.
"아무튼 저의는 규칙상 외부인의 치료를 용인할 수 없습니다. 양해하여 주십시오."
운룡은 더 이상 노기(怒氣)를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 장군,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데 내부·외부가 어디 있고 한의 양의는 무슨 소용이오?
아마 장군의 가족이 이 지경일 때 누가 찾아와 고쳐보겠다고 하면 소생시킬 방법이 있느
냐고 물어서 어떻게 하든 해보려고 할거요. 이 젊은이들은 장군의 가족이 아니라서 모두
죽게 되는구려. 장군 같은 정신으로 어떻게 나라 일을 제대로 볼 수 있겠소!"
따라갔던 의사와 이 소령의 처는, 계속 큰소리로 원장에게 호통을 치고 있는 운룡을 더밀
듯하여 병실 밖으로 나갔다. 너무 심하게 하면 어차피 군장교들인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리
어 불편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병실 밖으로 나온 운룡은 답답한 심정을 뭐라 형언할 수조차 없었다. 어쩌다가 이 나라에
는 머리가 좀 낮고 경제력도 있는 집 자제들이 하나 같이 서양의학을 공부하여 그것만ㅇㄹ
신앙처럼 떠받들며 살게 되었는지…. 인간의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인술(仁術)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추종하는 서양의학 이외의 모든 의학이 미개하고 보잘 것 없다고 보는
지독한 편견을 공부한 것 같았다.
따라서 의사 홍ОО가 운룡에게 말했다.
"선생님, 진정하십시오. 병원의 책임자들은 본디 그 병원 의사 이외의 의사가 그 병원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매우 불쾌해 할 뿐 아니라 대개 못하게 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어
차피 못 고치는 한이 있어도 병원의 명예문제도 있고 해서 다른 의사의 치료는 거부하는
것입니다. 또 선생님의 경우야 예외이지만 원래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를 다른 의사가 찾
아가 치료한다는 것은 예외에 벗어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어차피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다고 판
단될 경우,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사람의 제의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어쨌든 의사로서 취
할 바른 태도가 되지 못하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홍 군, 이 소령은 군장교의 신분인데 나의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해서 가족들이 그
를 퇴원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퇴원시킬 수만 있어도 살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터이지만 말야…"
"저렇게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서는 퇴원시키기도 용이치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아주 죽은 것도 아니므로 현재로서는 그냥 병원의 치료에 의존하는 길 밖에 없
을 것 같습니다."
이 소령 부인은 운룡에게 그래도 어떻게 살려낼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운룡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녀를 불러 주위 사람들이
잘 듣지 못하도록 나지막한 소리로 한 가지 방법을 일러주었다.
"지금, 병원에서 쑥뜸을 뜨기는 틀렸고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속히 속초에서 나는 마른
명태, 즉 황태(黃太)를 여러 마리 구하여, 그것 다섯 마리를 폭 삶아서 그 국물을 마호병
(보온병)에 담아 가지고 보리차인 양 수시로 먹이도록 하여라. 환자가 의식이 없더라도 계
속 떠 넣어주면 얼마 안가 의식을 회복하고 또 종내는 건강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녀는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아니 마른 명태를 끓여서 그 국물을 먹이라고요? 선생님 그게 그렇게 좋은 겁니까?"
"오, 그래. 그러나 애기 엄마는 그런 것까지는 알 필요 없어.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남
편은 틀림없이 사니라."
운룡은 마른 명태가 뭇별 가운데 북방 수성(水星)분야의 여성정(女星精)을 응하여 화생한
물체이므로 연탄가스 중독, 독사독의 해독(解毒)에 신비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긴 하였지만 우선 당장 그것을 실천에 옮겨 환자를 살리는 일이 급하였으므로 '그렇
게 하면 살릴 수 있다'고만 말해 준 것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의사들은 운룡에게 묻는 것이었다.
"선생님, 이 소령은 소생하기 어렵겠지요? 어찌 해볼 방도가 없으니까요."
운룡은 물끄러미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짙푸른 하늘에 마치 학의 깃털처럼 눈부신
흰 구름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었다.
자연계의 모든 것들은 자연의 원리에 따라 순행(順行)하고 있는데 유독 인간만이 자신과
관련된 이해득실(利害得失)에 연연하여 상도(常道)를 일탈하기 일쑤다. 문득 인간 자체에 대
하여 환멸이 느껴졌다. 그러나 죽어가는 인간들을 수수방관만 한다는 것도 운룡으로서는 못
할 일이다.
"이 소령만은 소생할 걸세. 나머지 여덟 명의 아까운 생명이 문제이지."
모 병원의 수련의로 근무하고 있는 강훈구라는 젊은 의사가 의아해 하며 묻는다.
"이 소령은 소생할 수 있다고요? 상태가 가장 좋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무슨 방법을 쓸
수 있어서입니까?"
"차선의 약물요법을 일러주었어. 죽지는 않을 게야. 마른 명태를 달여 먹이도록 했거든.
쑥뜸처럼 즉시 소생하지는 않더라도 마른 명태 국을 부지런히 떠 넣어주면 죽진 않아. 크
게 후유증도 없고. 마른 명태는 연탄중독·독사독의 해독 신약(神藥)이지."
종로 6가에서 몇 달 전 한의원을 개업한 박지환은 마른 명태가 연탄중독과 독사독 같은
맹독을 해독하는 좋은 약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선생님, 저는 명태가 술 먹고 속 쓰릴 때 국 끓여 먹으면 속을 풀어 주는데 좋다는 정도
로 생각해왔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 약이 됩니까? 해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어 가는 사
람의 수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건 보통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닌데요?"
"박 군, 인간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에 비해 볼 수 없는 세계가 얼마나 광대무변한
지 자네 짐작할 수 있나? 세세한 이야기를 다 하자면 한이 없고 간단히 말해 명태는 뭇별
가운데 28수(宿) 중의 여성정(女星精)으로 화생(化生)하고 바닷물 속의 수정(水精)으로 성
장하므로 강한 해독제를 함유하게 되어 있지. 나는 그것을 거울처럼 환히 보고 있지만 사
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아무도 믿으려들지 않아."
그렇다. 그 누구도 운룡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들지 않는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음
의 위기를 맞이해서도 무엇이 약인 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약이 되는 것을 곁에 두고도
굳이 멀리 떨어진 의료기관을 찾아가 치료를 받다가 생명을 잃는 예가 적지 않다.
절기(節氣)에도 별의 분야가 있는데 대설(大雪)부터 동지(冬至)까지는 여성(女星)분야에
해당된다. 명태는 여성 분야에 속한 생물이므로 대설·동지 무렵을 전후하여 알을 낳기 위
해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들어와 청진 앞 바다 쪽으로 북상(北上)한다.
속초·강릉 부근 앞 바다에서 잡힌 명태는 알을 쓸기 직전의 것이고 또 속초 부근은 그것
을 말리기에 가장 적합한 기후이므로 속초에서 생산되는 명태를 최상의 품질로 치는 것이
다.
명태는 지상 생물들처럼 태양정(太陽精)을 받지 못하므로 그것 자체만으로는 좋은 약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태양열을 쏘여 건조시키게 되면 공간의 수정(水精)과 화기(火氣)인 전류
(電流) 속에 조직되어 있는 색소가 합성되므로 강력한 해독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연탄독은 사오화독(巳午火毒) 가운데 오화(午火)의 독성이고 독사독은 사화(巳火)
의 독성이므로 여성정(女星精)의 수정수기(水精水氣)를 함유한 마른 명태가 약이 되는 것이
다. 그것은 수극화(水剋火)의 원리다.
운룡은 연탄가승 중독되어 사경(死境)을 헤맬 때 마른 명태 5마리씩 달여 먹이도록 하여
소생시킨 예가 적지 않았으나 그때마다 무지(無知)한 사람들에 의해 '쓸 데 없는 짓'을 한다
는 비난을 받곤 했었다. 운룡은 실제로 자신이 여덟 살 나던 해에 독사에 물려 죽어 가는
이웃 청년에게 마른 명태국을 먹이도록 하여 살려내 '하늘이 보낸 신의(神醫)'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으나 환자가 소생하기 직전까지는 언제나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제 2차 세계대전 말엽,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어느 한국인 피해자의 형
이 운룡의 이야기를 듣고 속초산 마른 명태를 대량 싣고 가서 달여 먹여 별다른 후유증 없
이 치료된 일이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은 그까짓 명태로 어떻게 원자폭탄 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느냐며 입에
대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폭의 피해를 입었을 당시에 우리나라의 동해
산 마른 명태처럼 좋은 해독제를 즉시 썼더라면 그렇게 심한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지
않고 치료되었을 사람들은 무척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아는 자, 경험자의 지혜를 무시하는 풍조로 인해 건강에 그렇게 좋
은 속초태도 이제 점차 희귀해져 가는 추세에 있다. 공해시대의 건강을 지켜줄 마른 명태
같은 신약(神藥)이 자꾸만 사라져 가는 것은 결국 인간의 비극을 부르고야 말 조짐 같다.
북양에서 잡은 명태는 그것을 동해안에서 말렸다 하여도 결코 속초산 황태라 할 수 없고
실험해보면 약효가 5분지 1도 안될 정도다. 속초산 황태 5마리 쓰는 것이 북양 명태 25마리
쓰는 것보다 효과가 낫다는 얘기다.
운룡이 통합 병원을 다녀온 지 몇 일 뒤 이 소령 부인이 운룡을 찾아왔다. 과일 한 꾸러
미를 마루에 내려놓고 방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남편의 의식이 돌아왔고 차츰 양태가 좋아지
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정신은 말똥말똥한데 아직 외부 출입을 할 정도로 기운이 회복
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지금도 명태 국을 마호병에 넣어다 먹이고 있는데 언제까지 먹이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운룡은 그녀에게 앞으로도 7일 가량 더 명태 국을 먹이라고 말하였
다.
"선생님, 우리 아이 아빠는 이제 선생님 가르침대로 하여 되살아났지만 나머지 여덟 사람
은 모두 죽었답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왜 세상은 선생님 같은 분의 말씀을 외면
하는지…."
(※ 속초산 황태는 실제로 연탄가스 중독·독사독 기타 중독에 해독효과가 있습니다.)
삼가 일생대오(여백)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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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이야기(마지막회) 명태국으로 연탄가스 중독자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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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1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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