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분위기좋았던 양평 전원주택에서 과음으로 타고 온 차에 스마트 폰을 두고 내려 그걸 찾느라 토요일 오전 내내 바빴고. 때 마침 점심에 W Hotel에서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어 가기로 하였으나 동기회 총무에게 대신 축의금을 전화로 부탁하였다. 안내장에 나온 바 check-in이 3시부터라 3시에 집을 나서 거침없이 달려 불과 30여분 만에 워커힐 주차타워에 차를 세운다.
로비에 마련된 데스크에서 room key와 meal coupon을 받고
객실 엘리베이터를 타서 5층을 누르니 작동이 되지 않는다.
내려 물어보니까 보안때문에 key를 넣어야 된다고.
나 역시 병원의 중환자실이나 내 연구실이 있는 층에 들어가려면 보안 키가 필요하다.
그러나 컴컴한 엘리베이터 안에 미리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작은 틈으로 넣어야되는 곳을 찾아 헤매려니 짜증이 난다.
객실의 key도 아래에서 올려 넣으니 역시 불편, 현관이 너무 좁아서 문을 열고 드나들기 어렵다.
허나 객실에 들어가니까 창밖으로 바로 한강이 조망이 되고 내가 이따금씩 걸었던 광진교에서 고덕까지가 강건너이다.
십여년전 워커힐의 Tower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깨어나니 광나루의 피어오르던 물안개가 생각난다.
이는 잘츠부르크 옆 몬제호수가의 호텔에서 자고 나서도 같은 풍경이었지만.
한층 아래인 4층 야외 루프가든에서 저녁 7시부터 BBQ party가 있다며 그때는 커턴을 쳐 달라는 안내문이 와있다.
어차피 나도 그 시간에는 방에 들어있지 않을거니까 "no problem"
방안에는 이런 주머니가 하나 있어

열어보니 속에는 안내장과 두종류의 쵸컬릿, soft drink 한병, 그리고 3 D puzzle까지.
그건 신장실 큰애가 있는 간호사에게 주어야지.

안내장에는 호텔의 이용에 관한 것과 심포지엄 일정표이 나와 있다.





저녁은 일식으로, 아침은 도리없이 뷔페로 하기로.

워커힐 사우나는 전에 내가 내과학회 임원으로 컨벤션 센터에서 학회를 개최하였을 때,
지금은 내과학회 장소가 그랜드 힐턴호텔로 바뀌었지만,
마음 좋은 판촉지배인에게 공짜 쿠폰을 얻어 한번 씩 쉬러 간적이 있었다.
기억나는 걸로는 cold room이 있어 영하 십여도로 한난계가 나와 있어 정신이 버쩍 드는 곳.
그런데 이번에는 처와 같이 왔고 따로 비싼 돈을 들일 생각은 없다.


들어와서 창밖을 찍어 본다.

저기가 BBQ party가 열리는 장소이구나.

창가의 저 스탠드는 chek-out할 때까지 on-off스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쉽게 찾을 수 없으면 누가 찾나?

이건 어디서 어딜보고 찍은거지.
하여튼 거실과 욕실사이에도 유리로 되어있고 나중에야 그 사이에 커턴이 있고 이를 오르내리는 스위치를 욕실내에서 발견하였다.
무슨 객실 탐험이라고.

그러나 잘 갖추어진 amenities.

Guidebook에는 의자가 두개이었으나 하나 밖에 없네요.
그런데 이 의자는 너무 크고 무겁고 폭이 넓어서 벼개를 두어개 등에 대어도 편하지 않다.
무슨 용도?
그리고 침대를 둘러가며 튀어나 있는 장식가구.
몇번이나 걸리고 받히고 왜 이런 필요없는 걸 해 놓았을까?
침대의 쿠선은 너무 푹신하여 몸이 운신을 하기 어렵웠다.

쿠션을 세개나 둔 여기는 의자대용이라 보기는 너무 좁고 침대대용은 더구나 아니고 이것도 무슨 용도?

오후 미팅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일식당으로 들어간다.

여기도 어둑컴컴.


먼저 간단한 새우요리가 한마리씩.

이어 바싹하게 잘 튀긴 새우튀김.
이건 앞에서 지지직소리를 들으며 보글보글 기름속에서 올라오는 공기방울을 보며 먹어야 제맛이지만.

처가 시킨 송이 볶음밥

내가 시킨 우동
음식의 맛은 흠잡을데가 없었다.

나오면서 입구의 술들을 찍었다.

저녁 식사를 맛있게 가뿐하게 마치고

로비에 나오니까 신혼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다.
따라온 사람은 들러리?

가을 바람인가? 피부에 닿는 상쾌한 기분.

강건너 도시의 불빛 들.
이럴 때는 노출을 수동으로, 좀 길게 해야되는데.

W hotel 입구의 현대판 열주들.
잠시 걷다가 방에 들어오니까

샴페인과 과일이 준비되어 있고



"Thank you card"까지.
찬 샴페인을 마시며 건배를 하고 욕조에 따끈한 물을 받아 bath를 즐긴다.
Bath salt같은데 돋보기를 써도 보이질 않으니 넣을 수가 없다.
명멸하는 한강을 오가는 불빛을 내려다 보며 나는 커피를, 처는 티를 한잔 끓여 마신다.

옆에 준비된 물건들은 여러가지가 있고 그 중 하나인 Boss 생수는 가격만 만 4천원.
간단한 화장품과 면도기, 와인과 안주, 그리고 쵸컬릿과 비스켓, 남녀속옷과 나에게는 무용지물인 콘돔까지.
아, 트럼프도 한벌 있다.
면도기를 사면 시계가 덤으로.

아래는 여러 종류의 차들

일찍 잠이 깨었으나 자고 있는 처를 보면서 부산떨기 싫어 가만히 소리 죽여 TV를 켠다.
이 프로에서는 일본 마츠노이(松の井)호텔의 오카미를 친절의 달인으로 소개한다.
두아이의 어머니로 남편친구의 호텔에 오카미로 일한지 3년, 전통적으로 오카미는 여관의 안주인이었으나
최근 이런 전통은 사라진 때 어떻게 그 많은 여관과 호텔에서 뽑힌 가에 대하여 그 녀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
하는 일과 마음 씀씀이가 과연 남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한다.

창을 통해 본 광진교, 다리 아래에 하부 전망대가 보이나요?
가볍게 아차산을 오르려다가 처와 함께 아침을 먼저 먹으러 내려갔다.
아침은 이곳에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맨 먼저 좌장을 맡았던 김교수부부와 딸,
우리나라에서 초연한 'Phantom of Opera"에서 크리스틴역을 맡아 열연을 하였었다.
그 때 나는 벌써 런던에서 이 뮤지컬을 한번 보았고 크리스틴역을 이유라와 더블캐스트로 진행하였으나
일부러 김교수 딸이 공연할 때 VIP석에서 구경을 하였었고 이게 뮤지컬 흥행의 시초가 된걸로 안다.
자리에는 같은 뮤지컬배우라는 사위가 아직 백일도 안된 애를 보고 있다.
음식은 그런대로 구색은 갖추었으나 일식 부분이 좀 약해서 미소국, 수란, 김, 두부요리가 없었다.
앉아 있으니 "계란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하여 무심코 오믈렛을 시켰으나 주문하고 보니
차라리 poached eggs를 시켜 에그 베네딕틴을 하였더라면.
그러나 Cold dish가 있는 곳은 마치 wine celler처럼 해놓아
여러 종류의 치즈도 마르지 않아 좋았다.
옆 식탁의 젊은 애들은 음식을 수북히 담아 와서 제대로 먹지도 않고 남기곤 한다.
빈그릇을 가지러 온 종업원에게 옆에서 들어라는 듯
"음식을 다 비워서 좋지요"
그런데 커피맛은 별로로 방에서 끓여 마셨던 커피가 더 좋았다.
종업원들의 두발과 복장도 캐쥬얼하니 여기는 분명 젊은이들 대상이다.

홀에 설치해 놓은 작품들?

영어 공부하게 같이 올려 두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프런트에 안내를 받아 짧은 산책을 나간다.
A 지점에서 나무계단을 오른다.
오르는 양 곁에는 벌개미취의 보라빛 꽃과 보라빛 맥문동 꽃은 이미 지고 아직은 파란 열매만 염주알 처럼 달려 가을을 예고한다.

오르는 중에 워커장군 추모비가 숨어 있었네.

25년 전에 건립하였다고 쓰여져 있는 데 그동안 헤아릴 수도 없이 워커힐에 왔건만
이런 추모비가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오늘의 우리나라를 있게한 그분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추모비 앞에서 거수경례를 부친다.

정면으로 보이는 W Hotel, 그쪽에서 보면 아차산 뷰로 한강이 보이는 내가 묵었던 곳보다는 전망이 못하다.
그래서 패키지 프로그램은 모두 이 쪽 방이다.

워커힐의 상징건물이 들어선 이 자리에 차라리 크고 높다란 동상을 세웠더라면.
四大疑惑事件의 미안함도 상쇄되었을 터.
이는 5·16군사정변 후 군사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4가지 사건으로 증권파동, 워커힐사건, 새나라자동차사건,
빠찡꼬사건 등의 하나이었다.
민주공화당의 창당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저질러진 일.

조용한 명월관 앞을 지난다.
객실로 돌아와 의관 정제하고 회의장으로 내려갔다.
오후에 들어와서 저녁과, 밤을 보내고, 아침까지 먹고 지내다 간다.
눈에 뜨이는 여러 개선점은 호텔 측에 전해주어야 겠다.
첫댓글 그 W hotel은 꽤 비싼 호텔로 알고 있는데, 숙박비와 식사비를 어떻게 조달했나요...
학회에서...? 구경 잘 했습니다.
아직은 내가 써 먹을 만하여 모든게 초청자측의 full sponser이지요.
요즘은 스폰서도 통이 커졌나 봅니다. 그 비용이 엄청났을 텐데...
모든 걸 양성화 시키니 나같이 음성적인 혜택을 못보는 사람에게는 덕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