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광동진 和光同塵
화광동진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다름 아닌 노자老子이다.
'화광' 이란 자기의 드높은 도덕적 품성과 뛰어난 머리에서
발하는 빛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동진'의 '동'은 동화同化의 뜻으로, 사람들을 감화시켜서 나와 같게
하는 것이다. '진塵'은 먼지나 때를 뜻하며, 더러움을 탄 세상을 말한다.
그래서 먼지로 더러워진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을
동화시키는 것을 '동진'이라고 한다.
이 말을 나중에 선에서 즐겨 쓰게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이나 보살이 속세에 들어와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그 지덕智德을 감추고 그들을 동화시키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비슷한 뜻으로 '입니입수入泥入水'라는 말도 있다. 정말로 잘난
사람은 잘난 체하지 않느다. 잘나지 못한 사람일수록 잘난 체한다.
잘난 사람은 어딘가 모르게 거동 하나 하나에서 훌륭한 티가 배어나온다.
정말로 있는 사람은 있는체하지 않는다.
있는 체하는 사람은 사실 아주 많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로 박식한 사람은 아는 체하지 않는다.
제대로 많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일수록 아는 체한다.
그것은 일종의 열등감의 반작용에서 나오는 어리석은 연기라고 할 수 있다.
정말로 있는 사람은 굳이 있는 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영국의 한 시골에 명문 귀족이 살고 있었다. 그는 재산이 많았으나 생활이
여간 검소하지 않았다. 옷도 10년이 넘도록 똑같은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보다 못해 친구가 왜 좀더 제대로 된 옷을 입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고장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네.
따라서 굳이 값진 옷을 입을 필요가 없다네.
런던에 가도 길거리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없네. 그러니까 무슨 옷을 입어도 나를 비웃는 사람이 없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보통 농부와 마찬가지로 밭일을 했다.
정말로 깨달음에 이른 사람은 자기처럼 다른 사람들도
깨달음에 이르고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은 우쭐대는 것도 아니며, 아랫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듯한
우월감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저절로 남들과 함께 깨달음의
기쁨을 나누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