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문득 '애자'라는 영화를 보면서 '믿음'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와 딸의 사랑에 감동되는 바가 별로 없어서 싱거운 면이 있었는데
끝무렵 죽은 엄마가 와서 영전사진 앞에 있는 딸에게 '이제 간다'라고 말할 때
저는 사람들과의 사랑도 서로를 받쳐주는 믿음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랬습니다.
엄마가 딸을 받쳐주는 모습처럼요.
어쩌면 사람들에게 주어진 인생은 수면위와 아래처럼 나누어져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수면위에서 가라앉지 않도록 부력의 힘을 불어넣어주는 죽을 때까지 풀가동되는 모터같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 외출하셨던 엄마가 들어와서는 같이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드셨습니다.
엄마는 잘 지치고 잘 슬프고 잘 풀어지고 잘 웃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가 잘 흥미를 잃고는 금방 잠이 든 것입니다.
영화보다 잠이 급하신 엄마 옆에서 영화를 보니 엄마의 품이 느껴집니다.
애자처럼 악다구니 쓰기도 하고 그러다 집 나가서 '내가 이 집에 다시 들어오면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를 악물던 순간이 우숩게 엄마와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출 때도 있습니다
아들의 눈물이나 의사친구가 술먹으면서 슬퍼하는 모습보다 죽은이가 애자 옆에 와서 자식새끼 걱정하는 모습에서
진짜 저 아줌마가 '없는'사람이구나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된다는 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애자와 애자 엄마간의 사랑이 잘 안 와닿아서 많이 슬프진 않았지만 김영애 아줌마의 슬픈 표정 좋아하는지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ㅎㅎ
오히려 영화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는데요.
'엄마를 대신하고 비교할 수 있는 사랑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테지만 어떤 만남은 엄마와 같은 부력의 힘으로 서로를 받쳐주는 만남이길 바래봅니다.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믿음보다 인간의 이성으로 행해지는 믿음이 더 값진 것이 아닐까요. 오랜 후에 사람 사이의 달콤함이 사라지는 사이사이에 그런 믿음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보리님과 보리님 어머니의 짧은 일상이 더 영화같은 애틋함이 배어 있어요. 잘 지치고 잘 슬프고 잘 풀어지고 잘 웃으시는 어머니, 많이 많이 안아드리세요.
보리님 글 읽고는 생활속에 가벼움을 적절히 섞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유월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그 과정을 천천히 그리고 진정으로 한다면 받는 사람은 반드시 알아주는 것 같아요. '엄마를 기쁘게 하는 몇가지 방법' 이런 거 생각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