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사는 광주의 듬직한 진산(鎭山)인 무등산(無等山, 1187m)의 북쪽 자락에 포근히 안긴 오랜
산사(山寺)이다. 7세기 중반에 원효대사(元曉大師)가 창건했다고 전하며, 그런 이유로 절의 이
름도 원효사이다. 허나 원효는 무열왕(武烈王, 재위 654~661)부터 문무왕(文武王, 재위 661~681
) 시절까지 신라 불교의 1인자로 거의 왕경(王京, 경주)에 머물러 있었다. 또한 그 시절 광주는
옛 백제(百濟) 땅으로 백제부흥군의 활동지역이었다. 비록 660년에 백제가 나당(羅唐)연합군에
게 멸망하고 말았지만 백제의 땅이 신라의 그늘에 제대로 들어오기까지 많은 세월을 필요로 했
다. 그런 상황에 어찌 원효가 이런 위험지역까지 와서 절을 세웠겠는가..? 게다가 1980년 절을
발굴하면서 8~9세기에 만들어진 청자파편과 금동불상이 나와 신라 후기에 창건되었음을 보여주
며, 고려 충숙왕(忠肅王, 재위 1314~1339) 시절에 중창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 중기에는 임진왜란 때 승병(僧兵)을 일으켜 조헌(趙憲)과 의기투합한 영규대사(靈圭大師)
가
수도했으며, 1597년 증심사를 중창한 승려 석경(釋經)이 중창했다. 1636년 신원이
중수하고
다음해에 32불을 조성했다. 1789년과 1802년에 선방과 법당을 새로 짓고 1831년 단청불사를 벌
였다. 1894년에는 학산대사(鶴傘大師)가 관아(官衙)에 절 중수를 호소하여
공사비를 지원받고,
지역 유지의 도움으로 절을 중건했다고 한다.
왜정(倭政) 때는 1927년 원담화상이 중수하고 그 이후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쳐 상당한 규모를
지니게 되었다. 허나 6.25전쟁 때 모조리 소실되면서 수백 년을 일구었던 가람이 한 줌의 재가
되고 말았다. 다만 전쟁 이전 이곳을 찾은 육당 최남선(六堂 崔南善)이 쓴 심춘순례(尋春巡禮)
에 왕년의 원효사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법당과 범절이 당당한 일사(一寺)의 풍모를 갖췄다. 본존(本尊)인 석가여래상이 거룩하시고 사
자의 등에다 지운 대법고는 다른데서는 못 보던 것이다. 법당 오른편에 있는 영자전(影子殿)에
는 정면에 달마(達磨)로부터 원효. 청허(淸虛) 내지 서월(瑞月)까지의 초상화를 걸고 따로 영조
50년 갑오(1774)에 담양 서봉사(瑞鳳寺)에서 모셔 온 원효의 초상화를 걸었다. 나한전, 명부전,
선방, 칠성각 같은 것이 다 있고 불상도 볼만하니, 그래도 원효의 창사 이래 오랫동안 명찰(名
刹)이던 자취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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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대웅전을 다시 지으면서 주춧돌 밑에서 고려 때 만들어진 금동비로자나불이 발견되어 모
셨으나 그만 1974년에 도난을 당했다. 1980년 법타가 대웅전과 명부전, 요사를 세웠으며, 그 과
정에서 원효사의 찬란했던 옛 유물 수백 점이 앞다투어 쏟아져 나와 발굴조사를 벌였다. 1992년
개산조당과 종각, 회암루를 지어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비록 고색(古色)의 내음은 형편없이 씻겨 내려갔고, 절의 규모도 조촐하지만 대웅전을 중심으로
명부전, 무등선원, 회암루, 약사전 등 10여 동에 건물이 경내를 가득 채운다. 소장문화유산으로
는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동부도(광주 지방유형문화재 7호, 아쉽게도 만나지 못함)와 만수사에서
가져온
동종이 있으며, 1980년에 발굴된 유물 가운데 32점(금동,청동불상 12점, 소조불두(塑造
佛頭) 18점, 동경(銅鏡) 2점)은 광주 지방유형문화재 8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광주박물관에 가
있다.
깊은 산골에 자리하여 산사의 그윽함과 여유로움, 자연의 내음을 듬뿍 선사하며, 속세의 오염된
마음과 머리를 정화시키기에 그만인 곳이다. 특히 경내로 들어서는 회암루는 속인(俗人)들에게
활짝 개방되어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야기꽃이 쉬엄없이 피어나는 쉼터로
이곳에
서는 누각이 바라보는 정면(동쪽)으로 의상봉과 윤필봉, 누에봉이 바라보인다. 회암루에 앉아
풍경물고기의 잔잔한 음악소리와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을
지배하는 번뇌를 시원하
게 털어버는 것은 어떨까?
※ 원효사 찾아가기 (2011년 10월 기준)
* 광주(광천동)터미널, 광주역(동측), 지하철 금남로5가역(1번 출구), 금남로4가역(2번 출구),
산수5거리에서 1187번 시내버스 이용 (15~25분 간격)
* 주말, 휴일에는 1187-1번 시내버스(원효사↔산수5거리)가 임시 운행된다. (60~80분 간격, 1일
10회 운행)
* 승용차로 가는 경우 (원효사까지 접근 가능)
① 광주시내 → 산수5거리 → 지산유원지입구 → 제4수원지 → 충장사입구에서 우회전 → 원효
사종점 → 원효사 주차장
★ 원효사 관람정보
* 원효사의 오랜 보물인 동부도는 대웅전 뒤쪽 산에 있다. 절 뒷문으로 나가면 오른쪽으로 작은
산길이 나 있는데, 그 길로 가면 동부도가 나온다. 이정표가 따로 없으므로 지나치기 쉽다.
* 원효사에서 늦재를 넘어 증심사로 내려갈 수 있으며, 사양능선과 용추3거리를 거쳐 입석대까
지 4시간 소요
* 소재지 - 광주광역시 북구 금곡동 846 (☎ 062-262-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