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캠핑장에 모닥불을 피웠다.
이글거리던 태양은 서산 넘어 요세미티 숲속으로 숨었고,
머리위로 별이 쏟아지는 밤이다.
손주들, 아들부부와 나는 타다닥 소리 내며
빨갛게 타오르는 장작불을 두고 빙 둘러앉아 각자 자기 마시멜로를 굽기 시작했다.
불빛에 비치는 손주들의 상기된 얼굴은 대단한 일을 공모하는 것처럼 심각해 보였다.
긴 쇠꼬챙이에 끼운 마시멜로를 불 가까이에 고정해 놓고 두 손으로 천천히 돌려가며
갈색으로 변하고 크게 부풀어질 때까지 시간을 두고 굽는다.
10살된 쌍둥이 손주들과 아들은 갈색의 아기 주먹 만한 크기의 마시멜로을 구워 냈다.
하지만 일곱살 손녀와 내 것은 검게 타기만 했고 전혀 부풀지 않아 실망으로 울상이 되었다.
“마시멜로를 잘 굽기 위해서는 어머니에게 제일 없는 것,
인내심이 있어야 돼요”라는 아들의 뜻밖의 말에 내 귀를 의심했다.
평소 참을성이 없는 내 자신을 알지만, 아들에게는 어머니로서,
환자에게는 간호사로서 잘 참으며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내 아들이 지금 한 말을 믿을 수 있겠냐?”하고 며느리에게 말하자
“자녀들이 부모를 잘 알고, 그들은 진실을 말해요”하며 며느리는 제 남편의 편(?)을 들었다.
내 기분이 조금 상한 것을 느낀 아들은 “어머니는 우리에게 최선을 다하셨어요.
제 말은 어머니가 대체로 성격이 급하고, 빠르게 생각하고 일하기 때문에
주위에 좀 느린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을 보며 자랐어요”라며 부연 설명을 했다.
내 성격대로 마시멜로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굽지 못했다.
기다림을 못 이겨 불에 넣어 검게 태운 것은 내 인내심 부족이다.
두 아들이 이런 어머니에 맞추며 자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들 말대로 나도 나름 최선을 다 했고, 그들도 잘 따라주어서 꿈을 이루며 산다고 생각했다.
어제 어퍼폴까지 힘든 등산을 했더니 종아리가 아프고,
오늘 카약할 때 입은 햇볕 화상으로 빨갛게 부은 발등이 불편한 내 마음 한 구석처럼 쓰라린다.
젊었을 때처럼 판단이 예리하지 못하고, 몸도 민첩하고는 거리가 먼 아둔하고 느려졌다.
몸이 마음을 따라 주지 못하는데도 기다리지 못하고 서두르다 보니 자주 넘어지고 사고를 낸다.
원하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젊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어간다.
예전에는 노인에게서는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운다고 했지만-
요즘은 인공지능이 다 해결해주니 노인에게 물을 일이 없어졌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고 했다.
잘 참는 노력 밖에 없을 것 같다.
이해하고 포용해주며 바른 삶의 본보기로 엎드려
후손들에게 어려운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야겠다.
어느 시인은 ‘믿음이 있는 자는 좋은 것을 얻고,
인내하는 자는 더 나은 것을 얻고,
포기하지 않는 자는 최고의 것을 얻는다’고 했다.
남편은 내게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5초만 기다렸다 말하고,
행동하며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서 걸어보라고 조언해준다.
이 기회에 이왕 걸림돌에서 디딤돌이 되자고 작심했으니 믿음을 가지고 잘 참고 견뎌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울창한 숲 속에 어둠이 깊어 지자, 낮 동안 숨어있던
크고 작은 별들이 멀리서 가까이서 제 몫을 다하며 반짝이고 있다.
“할머니, 하늘의 별이 많을까요? 땅의 모래가 많을까요”
손자가 다섯 살 때 물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때도 별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오늘 밤도 모래 보다 별이 내 생각만큼 더 많아 보인다.
마시멜로를 굽는 것처럼, 저 밝고 작은 별 같은 후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서두르지 않고 조심해서 별을 캔다.
별 하나에 바다처럼 넓은 인내를,
별 둘에 우리 할머니의 온유한 마음을,
별 셋에 꽃보다 아름다운 아기의 미소를…
세상이 별처럼 반짝이도록 바구니 한 가득 별을 담아온다.
<김영화>
미주 한국일보
2024년7월26일(금)字
2024년7월26일(금)
캐나다 몬트리올 累家에서
청송(靑松)카페<http://cafe.daum.net/bluepinetreesenior >
운영위원 김용옥(KIM YONG OK)拜上
첫댓글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고 했다.
잘 참는 노력 밖에 없을 것 같다.
이해하고 포용해주며 바른 삶의 본보기로 엎드려
후손들에게 어려운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야겠다.
어느 시인은 ‘믿음이 있는 자는 좋은 것을 얻고,
인내하는 자는 더 나은 것을 얻고
포기하지 않는 자는 최고의 것을 얻는다’ 고 했다.
하늘은 쳐다보는 사람의 것이라 말 했듯이
우리 조금은 넉넉함으로 감사생활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