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청년 목소리 과대대표…명확한 반대로 공론장 채워야"=한국 / 1/24(금) / 한겨레 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꿈틀거리기 시작한 극우세력이 서울서부지법 폭력사태에 이르면서 20~30대 남성의 극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30대 남성 다수가 극우화됐다는 인식은 무리한 진단이며, 이런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오히려 이들을 우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30대 남성이 각종 헤이트(증오) 언설의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위헌적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내란 동조의 선봉에 섰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 현재로서는 20~30대의 성별별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분석한 자료가 없고, 비상계엄 이후 20~30대의 탄핵 찬성 여론은 반대보다 많기 때문이다.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실시된 지난해 12월 셋째 주 탄핵 반대 응답은 20대에서 15%, 30대에서 13%에 불과했다. 한 달 뒤인 올해 1월 셋째 주에는 탄핵 반대 응답이 20대에서 20%, 30대에서 26%로 증가했지만 이는 50대(34%), 60대(48%), 70대 이상(69%)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비율이다. 한 달 새 탄핵 반대 응답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대는 70대 이상(30%포인트 상승)과 60대(27%포인트 상승)였다.
오히려 문제는 20~30대 극우 남성의 과대한 대표성이다. 전문가들은 극우적 성향을 가진 소수만 보고 20~30대 남성 다수가 극우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반대로 극우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남성이 다수인 온라인 커뮤니티의 소통 모습을 보면 소수의 행동주의자들이 적극적인 극우 언설을 생산하고, 다수의 남성은 동의하든 말든 소극적으로 방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극우 남성들이 또래 집단 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20~30대 남성을 악마화하는 논의는 비극우 남성들에게 스스로를 소수파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30대 남성 전체의 극우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0~30대 남성 다수는 반페미니즘 정서도, 여러 사안에서의 진보적 성향도 있다는 모순된 인식을 보이고 있지만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이들이 극우적인 또래 집단 쪽으로 끌려들어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극우정치를 연구하는 황인정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젊은 남성들에게는 반페미니즘으로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반공사상을 몸소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며 "그러나 극우의 서사에 계속 노출되면 방관하는 20~30대 남성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국민의힘 측이 성전에 참전하는 아스팔트 십자군 발언과 같은 서부지법 폭력사태에 가담한 피의자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해당한다. 극우적 행태에 정치권 주류가 사실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뒷받침해 지지기반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답은 극우적 언행에 대해서는 단호한 반대 의견으로 공론의 장을 채우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국회의원과 공당은 '폭력은 안 된다' 는 수준의 원칙적인 메시지를 넘어 극우와 분명히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며 "유럽 사회도 나치 집회가 한 번이라도 열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당신들은 소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으로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