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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잠동치(飛潛同置)
날고 잠긴다는 표현을 서로 같은 작품에 함께 둔다는 뜻으로, 한시에서 대구를 이루는 표현을 이르는 말이다. 한시를 지을 때 좋은 작품을 얻기 위한 기본적인 수사법이다.
飛 : 날 비(飛/0)
潛 : 잠길 잠(氵/12)
同 : 한 가지 동(口/3)
置 : 둘 치(罒/8)
한시를 지을 때에는 한 연(聯) 안의 두 구(句)가 자수가 같고, 문법 구성이 같으며, 서로 대응하는 말로 대구를 이루어야 한다.
한 작품 안에서 ‘위로 나는 표현법’과 ‘아래로 잠기는 표현법’이 서로 대응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일러 ‘비잠동치’라고 한다.
‘비잠동치’의 기법을 알맞게 운용한 예로는 고려 시대의 문신 박인량(朴寅亮)의 ‘사송과사주구산사(使宋過泗州龜山寺)’가 주로 인용된다.
사송과사주구산사(使宋過泗州龜山寺)
巉巖怪石疊成山
山有蓮坊水四環
가파른 바위와 기이한 돌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산 위 사찰은 물이 사방을 둘러쌌다.
塔影倒江飜浪底
磬聲搖月落雲間
탑 그림자 강물에 떨어져 물결 밑에 어른거리고, 풍경 소리 달을 흔들고 구름 사이에 떨어진다.
門前客棹洪波疾
竹下僧棋白日閒
문 앞 나그네 노에 물살이 빨라지고, 대나무 아래 중 바둑 두니 대낮이 한가롭다.
一奉皇華堪惜別
更留詩句約重攀
명을 받잡아 사신으로 가니 이별이 못내 아쉬워, 다시 시구를 남기고 다시 오르기를 기약한다
이 시의 제1연에서는 ‘산’과 ‘물’이 대구를 이루고, 제2연에서는 ‘탑 그림자’와 ‘풍경 소리’가 대구를 이루며, 제3연에서는 ‘빠른 물살’과 ‘한가로운 대낮’이 대구를 이루고, 제4연에서는 ‘이별’과 ‘다시 오르기’가 대구를 이룬다.
특히 제1연과 제2연의 경우는 ‘산 위의 풍경’과 ‘산 아래 강물의 풍경’을 그려 ‘위로 나는 표현법’과 ‘아래로 잠기는 표현법’을 대비시켰다. 시구의 글자 하나 하나가 모두 대구가 되는 것으로는 다음을 예로 들 수 있다.
남조(南朝) 양(梁)나라 무제(武帝)의 연주(連珠)
硯磨墨以騰文
筆飛毫以書信
벼루는 먹을 갈아 글을 짓고, 붓은 터럭을 날려 편지를 쓰네
벼루(硏)와 붓(筆), 갈다(磨)와 날다(飛), 먹(墨)과 터럭(毫), 짓다(騰)와 쓰다(書), 글(文)과 편지(信)가 모두 서로 대응하고 있다.
▶️ 飛(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가 날개 치며 나는 모양으로, 날다, 날리다, 빠름의 뜻이 있다. 부수(部首)로 쓰일 때는 날비몸이라 한다. ❷상형문자로 飛자는 '날다'나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와 몸통을 함께 그린 것이다. 飛자는 본래 '날다'를 뜻하기 위해 만들었던 非(아닐 비)자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만을 그렸던 非자와는 달리 새의 몸통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飛(비)는 ①날다 ②지다, 떨어지다 ③오르다 ④빠르다, 빨리 가다 ⑤근거 없는 말이 떠돌다 ⑥튀다, 튀기다 ⑦넘다, 뛰어 넘다 ⑧날리다, 빨리 닿게 하다 ⑨높다 ⑩비방(誹謗)하다 ⑪새, 날짐승 ⑫빨리 달리는 말 ⑬높이 솟아 있는 모양 ⑭무늬 ⑮바둑 행마(行馬)의 한 가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상(翔)이다. 용례로는 어떤 일의 영향이 다른 데까지 번짐을 비화(飛火), 공중으로 날아서 감을 비행(飛行), 태양을 달리 일컫는 말을 비륜(飛輪), 빠른 배를 비가(飛舸), 하늘을 나는 용을 비룡(飛龍), 날아 다니는 새를 비조(飛鳥),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비약(飛躍), 날아 오름을 비상(飛上), 공중으로 높이 떠오름을 비등(飛騰), 세차게 흐름을 비류(飛流), 공중을 날아다님을 비상(飛翔), 하늘에 오름을 비승(飛昇), 매우 높게 놓은 다리를 비교(飛橋), 날아서 흩어짐을 비산(飛散), 날아오는 총알을 비환(飛丸), 여름 밤에 불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방을 비아(飛蛾), 날아가 버림을 비거(飛去), 내리는 서리를 비상(飛霜), 바람에 흩날리며 나리는 눈을 비설(飛雪),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호(飛虎), 던지는 칼 또는 칼을 던져 맞히는 솜씨를 비도(飛刀), 띄엄띄엄 넘어가면서 읽음을 비독(飛讀), 날아 움직임을 비동(飛動), 일의 첫머리를 비두(飛頭), 힘차고 씩씩하게 뻗어 나아감을 웅비(雄飛), 높이 낢을 고비(高飛), 떼지어 낢을 군비(群飛), 어지럽게 날아다님을 난비(亂飛), 먼 데 있는 것을 잘 보고 잘 듣는 귀와 눈이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의 넓고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 또는 그 도구의 뜻으로 책을 두고 이르는 말을 비이장목(飛耳長目), 날쌔게 말에 올라 탐을 이르는 말을 비신상마(飛身上馬), 천리까지 날아감을 이르는 말을 비우천리(飛于千里), 날아가고 날아옴을 일컫는 말을 비거비래(飛去飛來), 곧바로 흘러 떨어짐을 일컫는 말을 비류직하(飛流直下), 특히 여자의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이르는 말을 비상지원(飛霜之怨), 성인이나 영웅이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 있음을 비유하는 말을 비룡재천(飛龍在天),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는 말을 비사주석(飛沙走石), 새도 날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성이나 진지의 방비가 아주 튼튼함을 이르는 말을 비조불입(飛鳥不入),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때가 일치해 혐의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오비이락(烏飛梨落), 바람이 불어 우박이 이리 저리 흩어진다는 뜻으로 엉망으로 깨어져 흩어져 버림이나 사방으로 흩어짐을 일컫는 말을 풍비박산(風飛雹散), 넋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지다라는 뜻으로 몹시 놀라 어찌할 바를 모름을 일컫는 말을 혼비백산(魂飛魄散), 새가 삼 년 간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큰 일을 하기 위하여 침착하게 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불비불명(不飛不鳴),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일컫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벽을 깨고 날아갔다는 뜻으로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출세함을 이르는 말을 파벽비거(破壁飛去),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뜻으로 남모르게 활동함을 이르는 말을 암중비약(暗中飛躍), 두 마리의 봉황이 나란히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제가 함께 영달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양봉제비(兩鳳齊飛), 제비가 날아올 즈음 기러기는 떠난다는 뜻으로 사람이 서로 멀리 떨어져 소식없이 지냄을 이르는 말을 연안대비(燕雁代飛),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오뉴월의 더운 날씨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월비상(六月飛霜), 함께 잠자고 함께 날아간다는 뜻으로 부부를 일컫는 말을 쌍숙쌍비(雙宿雙飛), 오는 해이고 토는 달을 뜻하는 데에서 세월이 빨리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오비토주(烏飛兔走) 등에 쓰인다.
▶️ 潛(잠길 잠)은 ❶형성문자로 潜(잠)의 본자(本字), 濳(잠)은 와자(訛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꿰뚫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朁(참, 잠)으로 이루어졌다. 물속을 꿰뚫고 간다는 뜻이 전(轉)하여 물속에 들어가다, 잠기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潛자는 '잠기다'나 '가라앉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潛자는 水(물 수)자와 朁(일찍이 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朁자는 사람들이 크게 하품을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潛자는 본래 '자맥질하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래서 하품하는 모습을 그린 朁자를 응용해 수영하며 숨을 내쉰다는 뜻을 표현했다. 다만 지금의 潛자는 자맥질을 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다 하여 '감추다'나 '숨기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潛(잠)은 ①잠기다 ②가라앉다, 마음을 가라앉히다 ③자맥질하다(물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짓) ④감추다, 숨기다 ⑤깊다 ⑥소(沼) ⑦고기깃(물고기가 모여들게 넣어두는 풀) ⑧물의 이름, 한수(漢水)의 이칭(異稱) ⑨몰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잠길 침(沈), 잠길 침(浸), 묻힐 인(湮)이다. 용례로는 속에 숨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을 잠재(潛在), 요란하거나 시끄럽지 않고 조용함을 잠잠(潛潛),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몰래 숨어 엎드림을 잠복(潛伏), 남몰래 들어옴을 잠입(潛入), 물 속으로 들어감을 잠수(潛水), 종적을 아주 감춤을 잠적(潛跡), 남몰래 숨어 있음을 잠거(潛居), 남몰래 다님이나 숨어서 감을 잠행(潛行), 몸을 물위로 드러내지 않고 물 속에서만 치는 헤엄을 잠영(潛泳),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은 생각에 잠김을 잠사(潛思), 법으로 거래가 금지된 물건을 몰래 파는 장수를 잠상(潛商), 가만히 웃음을 잠소(潛笑), 몸을 감추어 나타내지 않음을 잠신(潛身), 마음을 가라앉힘을 잠심(潛心), 정신을 모아서 잘 들음을 잠청(潛聽), 몰래 내통함을 잠통(潛通), 몰래 침입하여 약탈함을 잠략(潛掠), 남 몰래 매장함을 잠매(潛埋), 분한 마음을 숨김을 잠분(潛憤),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남 몰래 찾아 감을 잠예(潛詣), 남 몰래 숨기어 지님을 잠지(潛持), 남 몰래 문질러 지워 없앰을 잠찰(潛擦), 단단히 붙여 봉한 것을 남 몰래 뜯음을 잠탁(潛坼), 물 속에 깊이 잠겨 있는 물고기를 잠린(潛鱗), 몰래 달아나 깊숙이 숨음을 잠찬(潛竄), 성정이 가라앉아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을 침잠(沈潛), 물러나 가만히 있음을 퇴잠(退潛), 물에 잠겨 있는 용은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천하를 품을 만한 영웅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잠룡물용(潛龍勿用), 남이 알아보지 못하게 미복으로 넌지시 다닌다는 말을 미복잠행(微服潛行) 등에 쓰인다.
▶️ 同(한가지 동)은 ❶회의문자로 仝(동)이 고자(古字)이다. 여러 사람(멀경 部)의 말(口)이 하나(一)로 모인다는 뜻이 합(合)하여 같다를 뜻한다. 혹은 凡(범)은 모든 것을 종합하는 일과 口(구)는 사람의 입이라는 뜻을 합(合)하여 사람의 모든 말이 맞다는 데서 같다 라고도 한다. ❷회의문자로 同자는 ‘한 가지’나 ‘같다’, ‘함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同자는 凡(무릇 범)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凡자는 큰 그릇을 그린 것으로 ‘무릇’이나 ‘모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모두’라는 뜻을 가진 凡자에 口자를 더한 同자는 ‘모두가 말을 하다’ 즉,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모임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발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同자는 ‘함께’나 ‘같다’, ‘무리’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同(동)은 (1)한자어(漢字語)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같은 한 그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한가지 ②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③함께(=同) ④그 ⑤전한 바와 같은 ⑥같다 ⑦같이하다 ⑧합치다 ⑨균일하게 하다 ⑩화합하다 ⑪모이다 ⑫회동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 일(一), 한가지 공(共),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이/리(異),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같은 시간이나 시기를 동시(同時),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보는 사람을 동료(同僚), 같은 의견이나 의사를 동의(同意), 한 나라 또는 한 민족에 속하는 백성을 동포(同胞), 같은 문자를 동자(同字), 함께 참가하는 것을 동참(同參), 아우나 손아래 누이를 동생(同生), 의견이나 견해에 있어 같이 생각함을 동감(同感), 같은 시기나 같은 무렵을 동기(同期), 주장이나 목적이 서로 같은 사람을 동지(同志), 데리고 함께 다님을 동반(同伴), 여러 사람이 일을 같이 함을 공동(共同), 여럿이 어울려서 하나를 이룸을 합동(合同),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보거나 생각함을 혼동(混同),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임을 회동(會同), 조금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체로 같음을 대동(大同), 힘과 마음을 함께 합함을 협동(協同), 서로 같지 않음을 부동(不同), 같은 병자끼리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하고 서로 도운다는 말을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침상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각기 딴 생각을 함을 이르는 말을 동상이몽(同床異夢),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으로 같이 고생하고 같이 즐긴다는 말을 동고동락(同苦同樂),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뜻으로 같은 조건이라면 좀 더 낫고 편리한 것을 택한다는 말을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간다는 뜻으로 원수끼리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는 같은 배를 타고 서로 협조하게 된다는 말을 동주제강(同舟濟江), 같은 배에 탄 사람이 배가 전복될 때 서로 힘을 모아 구조한다는 뜻으로 이해 관계가 같은 사람은 알거나 모르거나 간에 서로 돕게 됨을 이르는 말을 동주상구(同舟相救), 동족끼리 서로 싸우고 죽임을 일컫는 말을 동족상잔(同族相殘), 같은 소리는 서로 응대한다는 뜻으로 의견을 같이하면 자연히 서로 통하여 친해진다는 말을 동성상응(同聲相應), 발음은 같으나 글자가 다름 또는 그 글자를 이르는 말을 동음이자(同音異字), 기풍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서로 동류를 찾아 모인다는 말을 동기상구(同氣相求), 같은 성에다 같은 관향이나 성도 같고 본도 같음을 일컫는 말을 동성동본(同姓同本),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의견의 사람끼리 한패가 되고 다른 의견의 사람은 물리친다는 말을 동당벌이(同黨伐異), 같은 뿌리와 잇닿은 나뭇가지라는 뜻으로 형제 자매를 일컫는 말을 동근연지(同根連枝), 겉으로는 동의를 표시하면서 내심으로는 그렇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동이불화(同而不和), 같은 목표를 위해 일치단결된 마음을 이르는 말을 동심동덕(同心同德), 같은 업은 이해 관계로 인하여 서로 원수가 되기 쉽다는 말을 동업상구(同業相仇), 이름은 같으나 사람이 다름 또는 그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동명이인(同名異人) 등에 쓰인다.
▶️ 置(둘 치)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그물망머리(罒=网, 㓁, 罓; 그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똑바로 세우다의 뜻을 가지는 直(직)으로 이루어졌다. 그물을 세운다는 뜻이 전(轉)하여 설치하다의 뜻이 있다. 그래서 置(치)는 ①두다, 배치(配置)하다 ②내버려 두다 ③버리다, 폐기(廢棄)하다 ④사면(赦免)하다, 석방(釋放)하다 ⑤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차려 놓다 ⑥세우다, 설치(設置)하다 ⑦사다, 사들이다 ⑧위탁(委託)하다, 맡기다 ⑨임명(任命)하다 ⑩(식물을)심다 ⑪만들다, 마련하다 ⑫값, 값어치 ⑬역참(驛站: 조선 시대의 여행 체계를 일컫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폐할 폐(廢)이다. 용례로는 무엇에 생각이나 마음을 둠을 치념(置念), 독약을 음식에 섞음을 치독(置毒), 어떤 일에 특별히 힘씀을 치력(置力), 금전이나 물품의 출납을 기록함을 치부(置簿), 원망을 함을 치원(置怨), 바둑에서 한복판이나 에워싸인 중앙에다 한 점을 놓음을 치중(置中), 그냥 내버려 둠을 치지(置之), 바꾸어 놓음을 치환(置換), 몸을 어디에다 둠을 치신(置身), 술자리를 벌임을 치주(置酒), 어떤 일에 중점을 둠을 치중(置重), 일을 잘 정돈하여 처치함을 조치(措置), 어떤 기계나 장치 등을 어느 곳에 달거나 매거나 붙이거나 하여 놓아두는 것을 설치(設置), 어떤 목적에 따라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계나 도구를 그 장소에 정착시키는 것을 장치(裝置), 그대로 내버려 둠을 방치(放置), 사회적인 신분이나 지위 또는 사람이나 물건이 자리잡고 있는 곳을 위치(位置), 할당하여 각각 자리잡게 됨을 배치(配置), 다음으로 미루어 문제삼지 않음을 차치(且置), 마련하여 갖추어 둠을 비치(備置), 사람이나 물건을 일정한 지배 아래 둠을 유치(留置), 마주 대하게 놓음을 대치(對置), 다른 것으로 대신 놓음을 대치(代置), 제도나 설비 따위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둠을 존치(存置), 두려워 몸 둘 바를 모른다는 말을 치신무지(置身無地), 술상을 놓고 높이 모인다는 뜻으로 성대히 베푸는 연회를 이르는 말을 치주고회(置酒高會), 내버려 두고 상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치지도외(置之度外), 잊어 버리고 별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치지망역(置之忘域), 내버려 두고 묻지도 않는다는 말을 치지물문(置之勿問), 송곳을 세울 만한 좁은 땅을 이르는 말을 치추지지(置錐之地)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