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늬바람이 불어올때즘,
그소년은 내게 달려온다.
"지은아!"
"경훈아!"
...보고싶었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축하해"
"아... 응..."
내일 나는 얼굴은 커녕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신부로 들어가게 된다.
내가 나의 소꿉친구인 경훈이를 사랑하게 된지도 3살이후니까...
벌써 15년이나 흘렀다.
하지만, 18살 소녀의 풋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나고야 말것이다.
무슨 18살이 결혼을 하겠느냐만은, 우리집은 한때 잘나가던 재벌가의 집안이었다.
5년전 부도를 맞이했고, 2년전 재기에 성공...
작년엔 정치에까지 손을 대신 아버지셨다.
그리고 나는 심장판막증으로... 그 심장판막증이 결국엔 심부전이 되어버렸다.
수술할 시기도 놓친데다, 수술해도 다시 재발의 가능성이 높아 그냥...
그냥... 하기 싫다.
심장판막증인 골치덩어리 딸내미가 죽기전에 어서 정치와 기업을 위해 어느 남자에게 팔려가는 것이었다.
"내려가자"
"그래."
그렇게 초원을 걸으며 손을 맞잡곤 서쪽의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앞에서 나는 경훈이의 얼굴을 보고, 보며 또 보았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 보기 힘들, 나의 친구...
나의 첫사랑...
경훈이는 자신의 얼굴을 계속 보기만하는 내가 이상했는지...
"지은아? 할말있어?"
"... 아니.. 아니... 그리워서..."
"무슨말이야?"
"아니, 잘자!"
"..."
울고있는 나의 미소가 얼마나 이상할지는 나도 잘 알것같다.
나의 꿈엔 경훈이가 맑은 하늘처럼 밝게 웃으며 나에게 말을 하고있다.
이래서 일꺼다...
내가 반한게... 하늘을 닮았으니까...
난 어짜피 하늘로 가게되니까...
다음날 정신없이 서울로 올라가 후다닥 결혼까지 마친 나는 다시 비행기를 타고 체코의
프라하로 가게 되었다.
남편이라는 작자는 역시나 나의 짐작대로 배불뚝이의 마흔을 넘긴 아저씨이다.
아까부터 내손을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나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보기에 정말 재수없는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역겨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다음 5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잠만 자고 말았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고 12시의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구시가지 광장에서 나는 비둘기들의
화려한 날갯짓에 눈이 멀고 말았다.
아니, 비둘기들의 날개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그 작은 면적의 하늘은 나의 심장에 충격을
강한 가할수 있었다.
아직 밤이 되지 않아 나는 첫날밤을 좀 더 뒤로 미룰수 있었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잡을 수도 없고 되돌릴수 없었다.
이럴땐 조앤.K.롤링의 '해리포터'의 해리가 부러울 정도이다.
그들은 마법사니까...
시간은 물론 사람 마음까지 마음대로 할수 있을테니...
배불뚝이 아저씨의 강한 항의 못이겨 욕실에서 나간 그날밤 나는 내가 나이길 포기했다.
내입술을 탐하는 그 두꺼운 입도, 내몸을 어루만지는 그 투박한 손도 모두 잊고...
생각했다.
억울했다.
아픈것도 싫은데...
나의 첫사랑이 내곁에 없는것도 서러운데...
결혼조차 내맘대로 할수 없다는 사실이 나의 눈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다음날 팰리스 호텔 스위트룸에서 새벽의 찬공기를 느끼며 어젯밤 생각하고 새벽에 결심한
나는 욕조로 들어갔다.
-물은 따뜻했다.
면도칼을 들었다.
-면도칼은 깨끗했다.
팔을 들었다.
-내가 가지고 온 옷중에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은 난 팔을 걷어올리고,
팔에 칼을 대었다.
-면도칼은 차가웠다.
팔을 그었다.
-아팠지만 계속했다.
욕조가 붉어진다.
-내피로 점점 더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무생각이 없다.
-그냥... 이대로 경훈이를 그리고 싶다.
경훈이가 그립다.
-아니, 하늘을 닮은 경훈이가 그립다.
욕조물이 따뜻하다.
-내피로 따뜻하다.
졸음이 밀려온다.
-작은 창으론 벌써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하늘이 보인다.
-손바닥만한 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좀 더 포근하고 반갑고... 그리고 그리웠다.
이젠 나의 집이 될 푸르디 푸른 하늘이 그립고,
그 하늘을 닮은 나의 첫사랑이 그립고,
나의 젊은 날이 그립고,
멀리 있는 나의 행복이 그립다.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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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한 호텔에서 현 정치의원의 딸이 죽은채로 발견되었다.
정치인 김 훈씨(45)의 딸 김지은(18)양은 죽기 하루전날 결혼을 한 상태여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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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지... 지은아...
나 있잖아 너 많이 좋아했어.
아니 좋아해.
네가 하늘을 많이 좋아한다고 말했었지?
그래서 난 그 하늘을 닮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웃기지?
그래, 나도 웃겨.
하지만 난 네가 결혼하기 전날...
나에게 보인 웃음...
그 아름다운 미소를 잊을수 없어.
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 눈물을 내가 다 마시고 싶을만큼 아름다웠다.
훗, 이런말 하면 뭐하냐.
이미 넌 갔는데.
이세상에 없는데...
널 많이 사랑했는데...
있잖아.
삼년전에 네가 떠나고 나...
아주 많이 생각했어.
그동안 여자도 많이 만나봤는데 역시나 난 널 사랑하나봐.
지금 이 푸른 하늘을 보기만해도 나의 가슴이 쿵쾅댄다는걸 넌 아니?
있잖아.
그 하늘 혼자 있기 외롭지 않니?
난 이 땅에 홀로 있어서 너무 외로워.
추워...
같이 가자.
그리워, 지은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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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춘천의 한 도로에서 추돌사고 발생
한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부상.
사망자는 김경훈(21)씨 이며, 목격자들의 말로는 김씨의 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덤프트럭을 박고 이후,
김씨의 뒤를 따르던 차가 김씨의 차를 박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씨는 정치인 김 훈씨의 양자아들로 이로써 김 훈씨는 3년동안 두명의 자녀를
같은날에 잃는 안타까움이 세상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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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CIEL)은 하늘을 뜻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보신분은 아실겁니다.;
여기엔 단편이라는 말머리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번외로 말머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점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양해해주십시요m(_ _)m
그리고 아마... 일주일에서 한달안에 장편(혹은 중편)을 올릴께요;;;
호평이나 혹평(그래도 받기 싫다;ㅂ;)을 해주시길...........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번외 ]
*C〃I〃E〃L - 부제 : 그리움 [번외라기 보단 단편입니다. 여긴 말머리가 없어서]
큐트초코칩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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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16 20:4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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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슬퍼요 ㅠ 재미있네요 ㅠ
슬퍼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