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거래처 어르신의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 건강검진 예약을 해 놓아 삼일간 일을
쉬겠다.'는 전화다.
오늘 낮에 폰이 울리길래
"네, 오빠 사랑해요."
서방에게도 안 하는 낯 간지러운 소리를 외간 남자에게 한다.
병원에 다니신 어르신께 밝은 기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허허허~~ " 흡족하게 웃으시더니
"열다섯 단 내 놨어. 이젠 힘들어 일도 못하겠네."
새벽 4시에 노부부가 밭에 나와 정오 쯤 일을 마치고는 끝났다는 보고를 한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참, 검진 결과는 어때요?"
"괜찮다네, 다섯 군데 검사했는데 이상 없대."
"아휴, 다행이네요."
"근데, 의사가 '요새 애인 생겼어요?'묻더라구."
또, 또 무슨 이야기 하시려나 웃음을 참는데
"의사도 공짜돈은 안 먹는가벼."
"예, 고생하셨어요. 더운데 집에 가서 푹 쉬세요."
운전 중이라 서둘러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어르신의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지만 요즘
의사는 환자의 기분 상태까지도 파악되는가?
위암 진단을 받고도 다행히 초기에 수술을 하고
지금은 완쾌됐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다.
다른 거래처 사람들로부터.
그래서 정기적으로 건강 체크를 하시나 보다.
삐쩍 마른 체형의 어르신이지만 땀 뻘뻘 흘리면서
일 하시는 모습에 위암을 앓았는지 전혀 몰랐었다.
癌을 앓았던 사람들은 병을 이기고 나면 제 2의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덤으로 받은 삶에 악착을 버리고 달관의 눈으로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본다.
어차피 한번 가는 세상을 조급해 하지 않는다.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남을 더
웃게 만든다.
쭈글탱이 할망인 내가 더 쭈글탱이 할으방에게
삶의 활력을 드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르신의 푸근한 넉살에 웃음을 되찾게 된
건 나였다는 걸 왜 여태 몰랐을까?
왜 맨날 '오빠 사랑해요.' 말 하라구 다그쳤을까?
어떤 날은 주책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삶은 짧다는 걸 이미 체득한 어르신이지만
난 내 인생이 유한하다는 인식을 못했다.
앞만 보고 허겁지겁 달려오느라 깊이 있는 지혜와
혜안이 없었다.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첫댓글 오빠 사랑해요 ㅎㅎ 참 듣기 좋은 말이고 감사한 말이죠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말 그리고 행복을 주는 말이죠
큰병을 앓고 나아신 분들의 삶은 긍정적이라 하더군요
남은 삶을 웃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니까요
좋은 글 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제주는 폭염경보가 내렸네요.
계란 아스팔트에 던지면
금방 프라이 될 것 같은.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동기들 제주 여행 계획 새우고 있답니다 ㅎㅎㅎㅎㅎ
@박희정 와아~
멋진 일입니다.
바닷가 여행인지
올레길 여행인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겁니다.
요즘 폭염이 계속됩니다.
그말씀 한마디로 남자는 엄청난 힘이 난다는걸 아시네요 ㅎ
아,진짜요?
위낙 둔해서...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남자가 달콤한 말 건네면
여자들은 경계심부터 갖지요.
남자들은 안 그런가 봅니다.ㅎ
그렇쵸.
젊으나 늙으나.
젊으나 늙으나 남자들은 오빠라고 불러주면 좋아 하는 것 같아요
암튼 즐겁게 일하시니 얘기만 들어도 재밌네요
그러게요.
여긴 가마솥 더위입니다.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