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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등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04년 한나라당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인해 ‘잘해야 50석’이란 얘기가 나올 만큼 참패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공천 물갈이를 하고 박근혜 의원을 당 대표로 내세워 120석을 얻는 선전을 했었다. 신당의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주목하는 것도 공천혁명과 ‘박근혜 리더십’이다.
신당 우상호 의원은 27일 “신당의 쇄신은 결국 당의 리더를 새로 세우는 문제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과거 한나라당도 탄핵 직후 위기가 왔을 때 그로부터 가장 자유로웠던 박근혜 의원을 당 대표로 세웠다. (정치적) 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쨌든 위기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그는 “적(敵)이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화영 의원도 “2004년 한나라당은 ‘자산 관리형’으로 갔다. 자기들 내부 지지층을 더 결집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내세워 천막당사로 자기 혁신 의지를 보이면서 되살아났다”고 했다.
26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한 민주노동당도 여성인 심상정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워 위기 돌파를 모색 중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심 의원을 당의 간판으로 삼아 총선을 치르자는 의견이 많다”며 “이를 테면 ‘민노당의 박근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24일 신당 의원총회에서는 한나라당의 공천 혁신을 배우자는 얘기가 나왔다. 송영길 의원은 “2004년 한나라당은 재선 의원이고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김문수 의원이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과감한 공천 혁신을 했다”며 ‘물갈이’를 주장했다.
정장선 의원은 “한나라당은 앞으로 더 빠르게 쇄신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당은 2004년 한나라당보다 더 강도 높게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당의 정책 노선 자체를 ‘우(右)로 한 클릭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수찬 의원은 “지난 프랑스 대선 때 사회당 후보였던 루아얄은 당의 진보 노선을 고수해서 표를 더하지 못한 반면 보수파의 후보였던 사르코지는 유연한 정책적 대응으로 지지층을 추가로 확보했다”며 “신당이 이런 부분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총선 불출마 압력을 받고 있는 당 중진들이나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는 호남 의원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딴 살림’을 차려서라도 출마할 듯한 태세다. 신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개혁 세력이 수구 보수 세력으로부터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