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산 이야기 1
프롤로그 (저자 솔로몬 연구소 대표 김성호)
정말 강한 기업은 위기에 더욱 강해진다
교또식 경영의 포문을 연 회사- 학력 파괴, 연공서열 파괴, 능력 본위 무한 경쟁
심기가 좀 불편해지더라도 참기 바란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기 마련이다.
일본 열도를 얼어붙게 한 10년 장기 불황에 살아남은, 아니 무려 10배의 성장을 이룬 기업, 일본전산의 사장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의 망언-- “회사 다니기 싫으면 그만 둬라! 불황이니 뭐니 지껄일 그 시간에 일을 해라. 주말로 반납하고 일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으면, 어떤 회사도 살아날 수 있다. 우리는 남들이 어렵다 할 때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직원들도 더 많이 가져간다. 앓는 소리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인재는 어려울 때 더욱 힘을 발휘한다. 누가 우리 사람인지도, 어려울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스피드가 5할이다. 중노동이라고 할 만큼의 노력이 3할이다. 능력은 1할 5푼, 학력은 고작 3푼, 회사지명도라야 2푼 값어치일 뿐이다. 이것이 불황을 이기고 돈 버는 기업의 전략 안배다.”
“남들보다 두 배로 일하라”, “주말도 없이 일하라”, “신입사원주제에 쉴 생각을 하다니”, “해결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전근대적인 폭군 CEO 밑에서 일하는 직원의 이직률은 최저 수준이다. 직원들의 눈빛에 사장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하다. 종종 사장보다도 한 술 더 뜨는 직원이 있다. 수상한 회사다.
나가모리 사장은 밑바닥에서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해, 삼류라고 불리는 평범하다 못해 뒤떨어지는 인재들과 함께, 단기간 내에 엄청난 규모와 기술력의 회사를 만들어 냈다. 직업학교 졸업이 그의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월 스티리트 저널>이 뽑은 가장 존경받는 CEO 30인에 최초로 선정되었다. 그의 이름과 나란히 워렌 버핏, 스티브 잡스과 같은 사람이 나온다.
1981년 <우리의 다짐>
‘타협’ 금지 ‘책임전가’ 금지 ‘변명’ 금지
1983년 <믿음이 가지 않는 사원의 조건>
힘들 때 바로 도망가는 사원
자주 몸이 아파 쉬고, 지각하며 건강 간리 의식이 없는 사원
쉽게 남의 일처럼 발언하는 평론가 사원
끝맺음이 어설픈 사원
쉽게 ‘하겠다’고 말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원
1999년 <우리의 철학>
행동에 있어서는 스피드- 경쟁 상대보다 두 배 빠르게
생각에 있어서는 비용 개념- 낭비하는 습관, 무리라고 말하는 습관, 기복이 있는 일처리 제거
경영에 있어서는 개성- 어설프게 남 흉내 내지 않도록
2003년 <신성장 선언> 이길 때까지 싸우는 집단
Part 1 위기에 강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
Chapter 1. 어설픈 정신상태의 일류보다, 하겠다는 삼류가 낫다(일본전산의 직원 트레이닝 방법)
경영자는 회사의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다. 한순간도 사업 외의 것에 정신을 빼앗겨서는 안 되고, 그런 여유가 생길 리도 없다. 한가하게 골프나 치러 다니는 사장은 낙제점이다. 감투에 혹해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전산은 학교 성적은 전혀 보지 않고, 면접만으로 사원을 뽑는다. 준비가 안 된 직원을 뽑아놓으니 가르치기에 바쁘다. 가르치려면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눈팔 새가 없다. 우리에게 일은 곡 직업이자 취미이자 소일거리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 삼류 인재들이 모여 일류가 된 비결이다.
나가모리 시게노부가 직장생활을 하며 의욕을 보일 때마다 직장 선배라는 사람들의 얘기는 한결같았다.
“날고 기는 일류 인재에, 시설과 환경도 우리보다 몇 배나 좋은 곳과 싸워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해.”
“아무리 시간을 투자한다 해도 안 되는 일은 안 된다.”
시작할 때부터 ‘안 되면 말지’하는 태도로 접근하니 안 되는 건 당연지사다. ‘나는 박사도 아닌데 그런 것을 만들 수 있겠어?’ 된다고 생각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안 된다고 말하는 구차한 변명 따위를 듣느라 시간 낭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끝까지 밤새워 방법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일본전산의 창립취지다. 그는 시간만 들이면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확신을 실험하기 위해 과감히 창업을 했다. 그와 창업 멤버들은 일을 시작하면서 “세상에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일본전산 직원들은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다가 안 되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닌데”, “괜히 하겠다고 했다가 실패하면 고과만 깎이게 돼 있어” 등등의 말은 하지 않는다. 일본전산 직원들은 지독할 정도로 우직하고 끈질기다. 처음부터 강하게 훈련시킨다.
“남들이 두 손 들고 떠날 때까지, 끝까지 버티면 못 해 낼 것도 없다. 모두가 포기하게 된다면, 우리밖에 남는 사람이 없게 될 아닌가? 그게 바로 부전승이다.”
“우리 직원들 지능지수의 합은 일류기업에 뒤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에너지의 합만큼은 수백, 수천 배라고 자랑할 만하지요.”
일본전산의 모토- 즉시 한다(Do it now), 반드시 한다(Do it without fail), 될 때까지 한다(Do it until completed)
1975년 첫 공채를 했다. 대학 나온, 배울 만큼 배운 인재를 채용해보려고 했는데 찌꺼기들만 모였다. 취업설명회 겸 면접을 한다고 공고했는데 불경기인데다 취업난이 심해서 여러 사람이 올 줄 알았지만 세 차례나 대학생 중 한 명도 취업설명회에 오지 않았다. 네 번째 취업설명회를 개최했을 때 5,6명이 나타났는데 어느 기업도 뽑지 않게 생긴 친구들이었다. 수십 군데 면접을 보고 모두 낙방한 한심한 친구들이었다. 학벌이나 성적도 평균 이하였다. A학점이나 B학점은 찾아보기 힘들고, C학점마저도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했다면서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도 몰랐다. 이런 놈을 채용해서 앞으로 같이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나가모리 사장은 눈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장인어른의 황금 같은 조언- 우선 기본기가 있는 사람을 뽑게나. 가르쳐서라도 써야할 것 아닌가? 기본이 있는 사람에 대해 내가 좀 알지. 머리가 기발하게 좋진 않아도, 일처리를 똑부러지게 하는 사람은 따로 있네. 밥 먹는 게 빠르고, 용변 보는 게 빠르고, 씻는 게 빠른 놈이야.
Chapter 2.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상태만 본다
일본 전산의 골 때리는 입사시험
첫 시험. “이번에 일본전산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 아무개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문장을 일어서서 읽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의바르게 자신감 있는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수했을 때 반성도 빠르다. 그것은 진보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표출된다.
둘째 시험. 밥 빨리 먹기 시험이다. 응시자 160명에게 준비된 도시락을 주었다. 밥은 설익은 데다 반찬은 말린 오징어, 멸치 볶음, 콩자반 같은 씹기 고약한 것들뿐이었다. 돈 아껴보겠다고 이따위 부실한 음식을 준비하다니… 성적도 보지 않고 전공 공부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았다. 합격선을 10분 정도로 잡고, 밥을 가장 빨리 먹는 순서대로 33명을 무조건 합격시켰다. 어떤 사람은 도시락에 손도 안 대고 인상만 쓰고 있고, 어떤 사람은 반찬은 안 먹고 밥만 먹기도 했다. 합격자 중에는 대학에서 2-3년 유급당한 사람도 몇 명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회사의 간부로 성장했다. 밥 빨리 먹기 시험을 도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은 일하는 것도 빠르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 사람은 결단력이 빠르고, 동작이 빠르며, 일하는 속도도 빠르다. 더불어 위가 튼튼해서 소화도 잘 시킨다. 건강한 신체를 포함해, 갖춰야 할 기본기는 다 갖춘 사람인 것이다.
셋째 시험. 화장실 청소 시험이다. 1975년부터 일본전산은 신입사원은 무조건 1년간 변소 청소를 해야 했다. 그리고 나면 일단 화장실을 더럽게 쓰지 않게 된다. 그것이 일상으로 이어지면, 사무실이나 공장에서도 정리정돈이 습관화되고 집기와 장비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정착된다. 일본전산에서는 청소를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를 못하는 사람은 제아무리 잘났어도 큰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뜻이다. 평일 아침 조례를 하기 전에 임직원 전체가 모두 모여 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회사라면 청소는 용역업체에 맡기겠지만 일본전산의 생각은 좀 다르다. 밑바닥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사 시험을 아예 변소 청소로 치른 것이다. 어떤 응시자는 화를 내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변소 청소나 하는 저급 인력으로 취급하다니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의 겉과 속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인재란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나 성적이 우수한 사람, 혹은 일류 기업 경력자가 아닙니다. 마음 속에 불씨를 가지고 있어서, 언제든지 그것을 점화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불씨를 가진 사람이라면 화장실 청소처럼 남들이 싫어하는 일도 서슴없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장이나 사무실을 청소하는 단순 반복적인 일에서 제대로 수련이 되지 않으면, 매일 반복되는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전략을 세우는데 꼭 필요한 끈기, 집요함, 인내력 같은 것이 생길 리 만무하다. 아무리 훌륭한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했다 해도 밑바닥 경험을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한 직장에서 오래 견뎌낼 수 없을뿐더러, 나중에 아랫사람을 제대로 부릴 수 없다. 아랫사람을 제대로 키울 힘도 없다. 화장실 청소 입사 시험은 끝까지 책임지고 다른 사람 손이 안 가도록 일처리 하는 버릇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런 것이 중요하다는 기업 문화를 처음부터 강하게 인식시켰다.
무엇을 하든 도사와 달인이 되라!
한큐철도(阪急電鐵)의 설립자 고바야시 이치조(小林一三)- “신발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면, 신발정리를 세계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렇게 된다면 누구도 당신을 신발정리만 하는 심부름꾼으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 하찮은 일이라 할지라도 철저하게 파고들면 언제가 도사의 경지에 도달한다. 작고 하찮은 일과 크고 위대한 성취는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돼 있다. 궂은 일이라도 그것에 통달하면 그때부터는 궂은 일만 하는 머슴의 세계가 아니라, 창공을 붕붕 날아다니는 도사의 세계가 열린다.
도사나 달인은 이렇게 세심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도사나 달인이 되려면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Be extra careful and stay out of trouble." (Proverbs 14:16)
그래서 일본전산은 청소 하나에도 프로 의식을 강조한다. 컴퓨터실을 청소한다면 보통 바닥을 쓸고 닦고, 컴퓨터 모니터와 케이스를 닦는 정도다. 그러나 일본전산 직원들은 컴퓨터를 모두 바닥으로 내려놓고,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부분에 쌓인 먼지까지 다 닦아 낸 다음, 컴퓨터를 닦아 제자리에 올려놓은 다음에야 바닥을 쓸고 닦는다. 진정한 프로는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생각이 미쳐야 한다.
네 번째 시험. 오래 달리기 시험이다. 조건은 끝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걷건 뛰건 기어서 가건 좋은데, 비록 기록이 늦더라도 중간에 주저앉아 쉬지 않아야 한다. 그럼 합격이다. 이 오래 달리기 시험은 계속 해서 노력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것이다. 거북이 같이 능력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늦더라도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토끼를 이긴다. 재주가 많은 사람일수록 무언가를 오랫동안 하는 데는 익숙지 못하다. 반면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 중에서도 집중력이 뛰어나서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해내는 아이도 있다. 회사에서는 후자의 아이들이 필요하다. 일본전산은 토끼와 거북이 중에 거북이 같은 사람, 그것도 게으른 거북이가 아니라, 부지런한 거북이를 뽑고 키우는데 집중되어 있다. 일본 전산 직원들은 이런 괴짜 테스트를 통해 초일류로 단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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