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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항공의 슬리핑클라스
고유가 시대에 항공사 간 인수합병은 물론 저가 운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비용절감에 힘쓰다 보니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한국에서 엘에이는 노스웨스트를 이용했는데 기내식과 함께 무료로 제공되던
와인이나 위스키 맥주 같은 주류음료가 한 잔에 5불을 따로 내고 마시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목도 마르고 잠도 청하기 위해 맥주 한켄을 주문했더니 어김없이 5불을 내라고 했다.
그렇다고 안마실수도 없으니 난생 처음 비행기에서 돈을 내고 맥주를 사마셨다.
아까운 돈을 내서일까? 무료일 때는 한꺼번에 벌컥벌컥 들이 켰을 맥주를 닭 물 먹듯 한 모금씩 아껴 마셨다.
엘에이에서 필라델피아로 가기 위해 유에스 에어웨이에 예약을 하고 공항에 나갔다.
그런데 체크인 창구에 직원들이 보이지 않고 <셀프체크인>이라는 안내판이 내 걸려 있었다.
승객들은 줄을 서 있다가 빈 모니터를 찾아가 스스로 체크인 조작을 한다.
스크린의 안내에 따라 스크린에 나타난 자판에 이름과 목적지를 치면 빈 좌석 배치도가 뜬다.
승객이 원하는 자리를 터치하면 마치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현금?나오듯이 좌석티켓 한 장이 나온다.
티켓에는 비행기 편, 보딩 타임과 보딩 게이트 그리고 좌석번호가 찍혀 있다.
승객의 짐은 직원 한두 명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베기지접수를 한 다음 승객에게는 베기지체크를 내 주는 것으로
체크인이 끝난다. 다만 승객의 체크인 조작실수나 예약 이상 등 어떤 사유로 셀프체크인이 이루어 지지 못하는 경우를
위해 트러블 슈터 창구 하나가 한쪽 끝에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문제를 해결해 준다.
미국의 경우 이런 셀프체크인 시스템은 국내선뿐만 아니라 국제선 까지도 확대 시행 추세에 있다. 승객이 알코올음료를
돈을 내고 마시게 하는 것과 같이 셀프체크인도 직원 수를 줄여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일 것이다. 당장은 승객에게
불편한 듯 해도 그 효과가 요금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면 승객들도 과히 괘념치 않고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컴퓨터의 발달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변화가운데 하나가 사람 할일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인데 이것이 기업 쪽에서는
경영개선이겠지만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에서 자칫 산업혁명기의 기계파괴운동에 해당할 현대판 러다이츠운동
같은 서버 파괴나 해킹 또는 악성바이러스를 통한 일대 컴퓨터 마비 사태라도 일어나지 않을는지.
비행기 여행을 하다보면 승객의 호칭을 여러가지로 부르는 것을 보게된다.
전에는 일등석인 훠스트클라스와 이등석인 이코노미클라스로 구분하다가 중간에 비지니스클라스가 생겼었다.
보딩시간이 되면 먼저 훠스트와 비지니스클라스 승객부터 탑승을 시킨 다음 이코노미클라스 승객이 탑승을 한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항공사에서는 종전의 훠스트클라스와 비지니스클라스 승객을 <엘리트>승객으로 이코노미클라스
승객은 <제너럴>승객으로 부르고 있다. 사실 <제너럴>이라는 말도 군대에서는 군의 최고 영예라 할 장군의 직위를
의미하는 존칭이지만 <엘리트>에 대응하는 말로서의 <제너럴>은 사정이 다르다.
비싼 요금 내고 타는 승객이 넓고 안락한 자리와 차별화된 기내식과 서비스를 제공받고 엘리트 승객으로 불려지는 것은
해당 승객 편에서 보면 당연하기도 하고 높은 프라이드까지 불러일으키는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나머지 승객들에게는
그리 유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보다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의자 두께를 좁히고 좌석을 밀착해 배치함으로써 마치 닭장에 갇힌 닭처럼
쪼그리고 앉아 긴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장거리 이코노미 여행객들 중에는 무심코 쓰이고 있는 <엘리트>와 <제너럴>이라는
말에 자격지심이기는 해도 마치 양반과 상놈쯤으로 차별해 부르는 듯한 야속한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그런데 <엘리트>와 <제너럴>이라는 호칭 말고도 새로운 호칭들이 등장하거나 등장이 예상되고 있다.
얼마 전 싱가포르 항공은 '기내 섹스 금지'라는 규정까지 마련할 만큼 화제가 된 값 비싼 <슬리핑클라스>를 팔고 있다.
장거리여행객에게 절실한 것은 실속 없이 호화로운 서비스보다는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는 침대일 것이다.
루프트한자도 승객들의 요구에 부응해서 새로 도입할 A380기의 일부를 침대칸 <벙커클라스>를 꾸미고 있다고 한다.
유스호스텔이나 학교 기숙사의 3층 침대처럼 줄지어 배치된 형식이어서 같은 공간에 이코노미석과 맞먹는 수의 승객을
실을 수 있으니 굳이 값 비싼 훠스트클라스 사지 않아도 편히 자면서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머지않아 '소 떼 클라스' Cattle Class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항공사가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고 승객이 엉거주춤 서서 엉덩이만 살짝 걸친 채 여행하는 일종의 '입석' standing
concept 좌석을 빗대서 누군가가 자조적으로 갖다 붙인 이름이 아닌가 한다.
하긴 우스개 소리겠지만 '스튜어드'와 '스튜어디스'라는 말의 원래의 의미가 돼지 밥 주는 남자, 돼지 밥 주는 여자라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뜻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 뜻대로라면 모든 비행기 승객들이 모두 돼지가 되고 마는 셈이어서 지금은
남녀 구분치 않고 <플라이트 어텐던트>로 바꿔 부르고 있다니 승객도 돼지 신세는 면한 셈이다.
말이란 이렇게 다양한 계층의 입장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제너럴클라스>라는 말 한마디에 기분 상해하는 나 같은 속 좁은 승객들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좀 더
사려 깊은 용어선택이 아쉽다.
첫댓글 '클라스 유감'이 인터넷 신문 조선.com(블로그 뉴스)에 인기 블로그 글로 소개되었습니다.
제네럴클래스에 기분 상하신 점에 이해가 갑니다, 아마도 엘리뜨클래스에 대한 반감으로 보입니다만. 그런데 엘리뜨클래스는 캐시카우클래스로 여기시고 위안을 삼으시죠. 원래 장사치들에게 이익을 많이 내주는 물건을 일컬어 cash cow라 하지 않습니까? 이것보다 제네럴클래스는 훨씬 우아한 부류들의 공간이 되는 셈이네요. 그건 그렇고, 언제 오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