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 반이 채 못 된 시간인데 그냥 일어나 버렸다. 비도 오지 않는데
웬일로 날 파리들도 없고 풀벌레조차 잠을 자는지 적막 속에서 날개가
셋 달린 선풍기만 윙윙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파리새끼도
한 마리 안 보이는 구나. 여지껏 우리 예주가 17살인 줄 알았는데 오늘
-
보니 낭랑18세가 아닌가? 꽃다운 나이에 학원에 쳐 박혀 떡 지우개나 열라
밀고 있다니 조금은 억울하겠다야. 그래도 어떡하니? 네 운명인 것을.
공주야, 서울대 입시 요강을 훌 터보았다만 학과도 실기도 만만치가 않더라.
국, 영, 수, 사탐 중에 3과목 이상 3등급이 나와야 하니 말이다.
-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빠가 보니까 실기가 단 기간 동안 그렇게
일취월장 하는 학생이 없어. 물론 아무리 시간이 짧았어도 열심히 했으니까
네가 는 것이야. 고생했구나. 최근 입시 추세가 재현, 묘사 위주의 실기에서
벗어나 소양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변화된 것이 네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
거로 본다. 작품의 완성도보다(언니처럼 그림을 오래한 사람), 자기 주도적인
사고와 발상, 자기표현을 중심으로(개성) 뽑는 현 입시 방식이 말이다.
홍대가 실기를 폐지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언니 4수 할 때까지 몰랐지
뭐니. 예주야, 네 언니를 롤 모델로 두고 지금처럼 한다면 입시에 성공할 수
-
있을 거야. 아토피 조심하고 7시 이후에 먹는 거 참고, 머릿속에 온통 입시만
생각하자. 이번 방학 동안에 학과 정리를 하고 가야할 텐데 실기 때문에
시간이 빡 셀 거야. 그래도 서-머리를 하고 가야 3학년 때 맘고생을 덜 하지
않겠니? 국어나 사탐은 노트 정리가 굉장히 중요해. 다음에 만날 때 교과서
-
(국, 영, 사탐)가지고 나와서 아빠 좀 보여 줘. 예주야, 박 원순 시장 딸이
서울대 미술학부에서 법과로 옮겼더라. 이번에 법무부장관 후보자 이었던
안 경환 후보자가 지난 16일 밤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도 도장 위조 혼인
신고보다 정유라 갑 질을 버금가는 입시특혜가 더 커서 사퇴할 수밖에
-
없었나 보더라. 언니 예고 입시 때는 특차입학을 2억 원씩 냈다는데 지금도
예체능계에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니 유감이구나. 하기야 흰머리 아줌마
강 경화든, 대한민국이 조국인 조국이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위인이 없어서
아빠가 위로를 받았다. 헐. 예주야, 언니도 너도 보고 싶구나. 또 쓸게.
2017.6.30.fri.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