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은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다.
경부선과 서해안선이 모두 지나가는 입지여서 수많은 공장이 위치하며,
추가로 미군부대 이전으로 정부에서 밀어주는 것까지 덧붙여,
굉장한 속도로 개발 붐이 이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중읍도 평택 개발 붐의 수혜자 중 하나다.
원래 안중면으로서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던 이곳이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빠르게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지금은 인구 5만 명을 바라보는 도시로 성장하였다.
안중터미널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설 중 하나다.
2010년 전까지는 읍내 한복판 건물 주차장을 사용할 만큼 열악했으나,
읍내 남쪽 끝에 정식 터미널 시설을 만들고 이전을 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모습이 바뀐 이후 안중터미널은 승객이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이용객은 509명으로, 화정, 서수원, 양평을 이미 추월하였다.
그러나 희망적인 수치와는 달리 이곳에는 이상한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과연 이상한 징조가 무엇인지 잠시 살펴보려고 한다.
약 7년 만에 안중터미널을 다시 오게 되었다.
안중터미널이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번 온 적이 있었는데,
자리를 잡을 만한 시점을 골라 다시 한 번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다.
터미널이 있는 부근은 이미 2000년대 말에 개발이 끝나서 주변 풍경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버스터미널 역시 마찬가지로 지어진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지지 않은 채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7년 전과 똑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니 왠지 반갑게 느껴졌지만,
겉모습이 같다고 해서 세부적인 것까지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http://cafe.daum.net/busmania/3Cbp/145
이 당시와 비교해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달라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 본다.
7년 전엔 터미널 대합실이 다소 썰렁하고 조용하여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던 반면에,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여 활기가 넘치는 뜨거운 공간으로 바뀌었다.
우연히도 지난번 방문 때는 여름, 이번에는 겨울에 발자국을 남기게 되었는데,
터미널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계절과 정반대였다.
두 게시글 사진을 번갈아보면 차이가 더욱 명확히 보일 것이다.
매점과 분식집을 겸하는 상점 하나와 조그마한 슈퍼 하나가 대합실 안에 들어왔고,
수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은 연령, 계층, 국적을 가릴 것 없이 다양하다.
사람 자체를 보기가 쉽지 않았던 지난번과 가장 대비되는 인상적인 광경이 아닐까 싶다.
안타깝게도 지난번 방문 때는 시간표를 찍지 않아서 10년 전 구터미널 시절과 시간표를 비교해보겠다.
여기서 가장 비중이 있는 서울(남부) 시간표는 28회 → 34회, 첫차 막차 시간표가 거의 동일하다.
추가로 1월 2일부터 평택에서 반포동을 오가는 고속버스 중 8회가 여기서 출발하므로,
서울 가는 버스 횟수가 더 늘어남과 동시에 시외버스 / 전환시외간 경쟁이 붙게 된다.
부천 26회 → 10회(평일)/12회(주말), 인천 12회 → 8회, 안산 4회 → 8회, 당진 10회 → 13회,
그리고 서산(10년 전 2회), 남양주(10년 전 1회)행 폐지라는 차이가 생겼다.
이렇게만 보면 오히려 10년 전보다 노선 수가 약간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중 시외버스 노선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이유는,
경기도 경부선 서쪽 지역이 전통적으로 교통이 불편한 오지였기 때문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은 했지만 이곳에 단독 노선을 만들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주변에 마땅히 큰 마을이 없었던 까닭에 노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안중 사람들은 서울이나 수원, 인천 정도가 아니면 다른 지역을 갈 때 대부분 평택역으로 나간다.
향남환승터미널 개통으로 서해안 연선의 추가 노선 개통 가능성이 열렸지만,
3년 넘게 지났음에도 두 곳을 경유해 시외로 나가는 노선이 개통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은 시기상조인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시간표에서 봤듯이 안중은 10년 전보다 서울행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였다.
그 사실은 승차장에 나와서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마침 좋은 시간대를 만나 여러 노선이 들어오는 시점에 승차장으로 나왔는데,
승차장을 전부 잡아먹을 만큼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길게 줄을 서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타는 버스는 서울(남부)행 버스였다.
수원행 버스가 이미 그전부터 승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수원행을 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차 안에 있는 승객도 많아야 대여섯 명 정도로 보였고,
같은 시간에 승차장에 들어온 인천행은 그보다 타는 사람이 더 적었다.
수원, 인천행 버스는 문을 열고 손가락만 빠는 사이에,
서울행 버스가 들어오자마자 긴 줄이 순식간에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즉, 승차장에 서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거의 전부가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수원행도 인천행도 나름 자주 다니는 안중의 주요 노선이지만,
서울행 앞에선 감히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엄청난 쏠림 현상을 보였다.
서울행은 만차, 나머지는 공기수송이라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안중읍을 비롯해 청북, 포승 등등 주변 지역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안중터미널을 이용할만한 잠재 수요도 상당히 늘어났으나,
정작 노선은 서울행을 제외하면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을 확인했던 현장이었다.
서울행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줄어들거나 폐지되는 서울로의 쏠림 현상은,
비단 안중터미널뿐만 아니라 상당수 전국 터미널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안중처럼 급격히 발전하는 동네의 터미널조차 이런 현상이 보인다는 것은,
점점 서울로 모든 것이 쏠리는 '서울 공화국'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서울에,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터미널이 되어가는 현실을 바라보니,
최근 부동산 등등 다른 분야에서도 똑같이 이어지는 모습이 상기가 된다.
할 말은 많지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복잡 미묘한 상황을 뒤로 한 채,
다른 목적지를 향해 씁쓸한 발자욱을 한 걸음씩 다시 떼었다.
첫댓글 1월2일부터 운행 예정인 안중→서울고속 시간입니다
시간표가 떴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서울(강남)노선은 기존 노선이랑같습니다...안중터미널 주변에 현수막으로 홍보하고있던데...안중오거리도 정차하나봅니다...코버스에 노선이 나오더군요...안중-조암행 일2회노선은 구터미널에서 출발하구요...아산(온양) 구터미널 출발이었으나 승객이 줄어들다보니 운행 중단했더라구요....
그렇군요. 온양행이 없어진건 아쉽지만 강남 노선 개통은 기대가 됩니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한번 타보고 싶네요~
여담이지만 안중터미널 두번 지나가봤는데 다른거보다 '안중'님이 떠오르더군요. 워낙 안중 노선에 전문가이셔서 ㅎ
@ph23 감사힙니다....이 동네 오래살다보니 그런가봅니다...
@안중 ㅎㅎ저도 안중을 지나갈 때 안중님 생각 많이 했습니다. 여기 어딘가에 살고 계실거라 생각하니 재밌더군요~ :)
@Maximum 이용에 도움되었으면합니다....
지인이 포승 쪽에 직장이 있어서 얘기를 들어보니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고, 직장 때문에 이주를 해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직장만 이 안중, 포승, 청북에 두고 서울이나 수도권을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나 임시 거처를 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서울로의 쏠림에 영향을 준게 아닌가 싶구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동수요 패턴이 달라질 수 있을텐데 사실상 신규 산업단지 같은 곳이다보니 그러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인듯 합니다.
저보다 더 정확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사업차 서울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아서 서울 가는 수요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시간이 지나서 평택에 뿌리내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이동 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있겠죠.
안중은 지역 느낌이 왠지 아산에 둔포와 비슷하게 다가오네요. 이번 경기 남서부 기행? 도 흥미롭게 잘 보고 있습니다. 중대형도시 터미널들인데도 전 한번도 가보지 않은 터미널이 많네요. ~
둔포 쪽도 엄청나게 뜨고 있는 동네 아닌가요ㅎㅎ 수도권 2부 남서부 기행이 앞으로는 자주 올라오진 못할 것 같아요. 차근차근 보여드리겠습니다 :)
안중이란곳이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전에는 충남 서해안권차들이 지나가는 길목이였고
아산,공주가는 차들도 안중을 거쳐갔는데 아산,공주방면은 평택~화성고속도로~
남풍세 도로를 이용하니깐 안중외곽도로가
예전만큼의 정체는 없는걸로 압니다.
물론 교통의 요지라해도 대도시가 아닌
시골 시,군,읍으로 연결되는 곳이라
버스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할수밖에 없어
터미널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겠죠?
ㅡㅡㅡㅡ
전에 강원권 버스터미널편에서
10년전과 비교했을때
강릉행 KTX및 시골 인구감소로 엄청난
변화가 있는걸 봤습니다.
홍성(내포신도시)ㅡ합덕ㅡ인주 ㅡ안중
ㅡ향남ㅡ송산 ㅡ(소사~원시선)ㅡ 여의도까지 서해안복선전철이
건설중입니다.
장항선이 천안으로 삥 둘러오는데 홍성에서
서해안복선전철로 바로 올수가 있는거죠.
안중역 위치가 어느쪽인지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어찌될런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잘보고 갑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전에도 39번 국도가 지나가는 길목이었지만 국도 연선에 주요 지역이 거의 없어서 노선 확장에 한계가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서해선이 개통하면 큰 타격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바뀔 지는 개통 후에 지켜봐야겠죠 :)
안중편은 이번이 3번째네요
그이전에도 글 올렸던거봣는데 처음에 올렸던건 구터미널(정류소같은느낌)때 올렸던것과 두번째는 신터미널생겼을때 올린것과 이번이 3번째네요
네 맞습니다. 세번 올린 곳들이 여기 말고도 몇 군데 있죠.
그냥 수도권 한번 돌면서 업데이트한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