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으며

[덕유]

 

                                   나무를 심으며

                                                                           김 홍 은

  봄이 되니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너나할 것 없이 생기가 돈다. 특히 진달래꽃을 바라보면 중학교에 다닐 때가 생각 난다. 아버지는 나무를 해가지고 오시던 어느 날, 꽃 몽우리 진 진달래가지를 병에다 꽂아 책상위에다 놓아주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일 장에 가서 천자문을 한권 사다줄 테니 서당엘 다니 거라.” 내가 어릴 적만 해도 고향 이웃마을에는 서당이 있었다.  

 일년지계는 막여수곡(一年之計 莫如樹穀)이요, 십년지계는 막여수목(十年之計 莫如樹木)이요, 백년지계는 막여수인(百年之計 莫如樹人)이니라.

 그때 서당에서 배운 글귀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배우면서도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오십 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깊은 의미를 터득하게 되었다. 성현들의 말씀은 꽃과 열매나 다름이 없음을 안다. 그러나 배움이나 어떤 계획들을 제때 행함에 있어서 부족하게 살아왔기에 이제서 지난세월들이 후회스러움으로 남을 뿐이다.

 나는 젊은 나날을 살아가면서 배운 바를 실천함이 늘 게을렀다. 어느새 내 인생의 봄이 오고간 게 육십 회가 훌쩍 넘었다. 금년은 이것저것 다 물리치고 나무를 심어야겠다는 마음이 요동을 쳤다. 그동안 의욕만 앞서있을 뿐 모든 여건을 갖추질 못해 뜻을 이루지 못하아였다. 소중한 나날을 안타깝게도 허송세월만 보냈다.

 학교에서 임학(林學)을 전공하지만 자신은 이룩해 놓질 못했다. 학생들에게는 십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일이라고 가르쳐왔다. 과일나무 한그루도 제대로 심어 놓지 않고 입으로만 교육을 시킨 내 자신의 꼴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금년은 정년을 앞두고 이제라도 나무를 심어 기르면서 살아갈까 하고, 시골에다 묵밭을 샀다. 오랫동안 관리 하지 않아 갈대밭이다.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은 흔히 말하길, 하다 하다가 할 것이 없으면 농사나 지으며 살지 한다. 이는 전혀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남이 하는 일이라 그저 아무렇게나 쉽게 생각하고 하는 말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기운도 있고 부지런하고, 식물을 다루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

 어느 새 시골사람들은 해동하기가 무섭게 일찍이 이 밭 저 밭에서 밭갈이를 하느라 분주하 다. 마늘밭에는 깔아주었던 짚을 거두어 태우느라 알싸한 연기냄새가 들판을 메웠다. 꼭 고향을 찾아 온 기분이다. 양지 바른 밭둑에는 어느새 냉이도 새파랗게 돋아났다.

 옆집 밭은 무슨 씨앗을 뿌리려는지 정성을 다해서 반듯하게 정리를 해놓았다. 포실 포실한 고운 흙이 성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마을 분에게 밭갈이를 부탁하였다. 나무가 자란 억새밭이라서 경운기로는 밭을 갈 수가 없단다. 얼마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는지 밭인지 산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포 크레인으로 우선 흙을 파서 뒤집후 정리를 하라고 알려준다. 며칠 후 포크레인을 들여서 종일 600평을  정리를 하고 밭을 만들었다. 줄을 맞춰 매실나무, 살구나무, 회나무를 심고, 바닥에는 검정비닐을 씌웠다. 이렇게 공을 들이고 나니 이제는 제법 밭 같다. 

사람의 마음도 평소 갈고 닦지 않으면, 이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용에 보면, 앎을 얻게 됨도 어떤 사람은 나면서부터 알고(惑生而知之), 어떤 사람은 배워서 알고(惑學而知之), 어떤 사람은 직접 몸으로 겪어봐야만 안다(惑困而知之)고 한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안다는 것은 모두가 같아진다고 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던가. 

 인생의 삶이란 반드시 돈이 많고, 여유가 있다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듯 싶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이를 가꾸다보면 고되고 힘들어도 노력하여 기쁨을 얻게 될 때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또 있을까.

  땅을 경운(耕耘)한 다음, 다져진 흙을 깨어 부드럽게 만들어 물이 스며들게 하고, 산소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일은 사람이 자신을 늘 갈고 닦는 일이나 다름이 없다. 때를 잃지 않고 제초를 하고, 식물의 뿌리에 영양공급이 잘 이루어지도록 게으르지 않게 노력하는 작업도 가을에 가서 수확을 누리기 위한 고통이다. 인생의 삶도 이와 무엇이 다른가. 

 삶이란, 바로 순수하게 땅을 파고, 거름을 주고, 땀을 흘리며 소중한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평소, 크게 욕심내지 않고 얼마나 부지런히 가꾸었는가에 따라 식물은 열매를 맺게 마련이다. 수확은 바로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이다.   

 이 봄은 고되기는 하였지만, 풀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무를 심어놓은 보람을 느겼다. 밭도 한층 번듯해 보이고 제법 부자가 된 느낌까지 들었다. 관리를 한다는 것은 이렇게 가치를 높여준다는 걸, 그동안 왜 모르고 살았던가. 일찍 이치를 깨닫지 못함이 후회가 되었다. 우리 인생도 심전(心田)을 일구는 일은, 씨를 뿌리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마음도 부지런히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 풀밭이 될지 모른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똘이장군]

교수님의 평소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담백한 글을 읽고, 많은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비타민]

그' 마음의 관리'가 항상 긴장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유혹과 위험에 노출되었습니다. 성경말씀에 "무엇보다 마음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교수님의 글을 보니 더욱더 견고한 심지로 균형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엇선비]

어려서 과수일을 힘들게 해서 그런지.....나무 심고 기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조금압니다....무리하시지 마시고 쉬엄 쉬엄 가꾸세요...

[난초s]

교수님의 지금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이치를 깨닫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험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삶의 열정을 놓지 않으시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아직도 꿈을 심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좋은 주말 되세요.^ * ^

[개여울]

몸살이 날 정도로 뛰어 다니시던게 엊그제 같은데 심어놓은 나무들은 그곳에 활착하여 힘 차게 생장을 하리라 믿습니다. 살면서 마음밭을 잘 관리해 잡초가 성하지 않게 하는 일이 참으로 인생사에 중요할 것 같습니다.

[향나무]

다시 한번 마음을 고추세워 봅니다.

[雲鳥樓]

마음밭을 비옥하게 가꾸며 풍요를 기원합니다.

[이효순]

나무를 심는 마음엔 늘 먼 미래가 담겨 있어서 꿈으로 가득합니다. 자연에서 인생의 삶을 배우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교수님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김순덕]

육십여년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결실이 이제심으셨으니 서서히 여기서 감동이 오는 글을 하나하나 열매 맺을것이 명약관화합니다 사랑으로 보듬을 나무 언제우리도 그 꿈나무보고싶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