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콩나물 국밥에는 모주 한잔이 곁들여져야 제격이다.
모주(母酒)란 청주를 뜨고 나서 막걸리를 거르고 난 술 지게미에 다시 물을 부어 만든 찌끼 술이니, 실은 술이라 할 것도 없는 맹물을 조금 면한 ‘술물’이다.
요즈음에는 양조장 막걸리에 계피와 흑설탕을 넣어 끓인 것을 전주에서는 모주라 하지만, 바로 이러한 알코올 도수가 낮은 모주를 해장술로 한잔 마심으로써 지난 저녁의 알딸딸한 명정 상태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술을 깨고 속을 확 풀어주는 것을 술꾼들은 즐긴다.
벽초 홍명희의 아들 홍기문은 <조선문화총화>에서 모주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대동야승>에 의하면, 선조의 왕비였던 인목대비가 광해군 때에 피위되자, 인목대비의 어머니요 아버지 연흥부원군 김제남의 부인인 노씨가 제주도에 귀양가게 되었는데, 귀양 간 사람에게 배급해주는 양식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동네에서 술지게미를 얻어서 싸구려 술을 만들어 팔아 생활했다고 한다.
이 술을 처음에는 대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 곧 대비모주(大妃母酒)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대비’ 두자를 빼버리고 그냥 ‘모주’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전주 콩나물 국밥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믿거나 말거나’ 욕쟁이 할머니 버전이 전해온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창 위세를 부리던 70년대 어느 날 전주에서 하루를 묵었다 한다. 이튿날 새벽 지난밤의 술로 헝크러진 속을 풀려고 경호원을 시켜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콩나물 국밥집에 전화를 걸어 국밥을 배달해달랬다 한다.
그러나 배달 대신 “술 처먹었으면 직접 와서 뜨끈뜨근한 국밥을 먹어야지, 어떤 시러배놈이 배달해달라는 거야!”
욕만 한 사발 먹어버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박정희가 직접 와서 국밥을 시켜 훌훌 맛있게 먹는데,
그것을 보고는 욕쟁이 할머니 왈 “박정희같이 생긴 놈이 잘도 처먹는다. 이젠 속 풀렸지?”라고 했다나.
시원한 콩나물국에 모주 한잔이면 간밤의 숙취가 말끔히 가신다.
출처 - 네이버카페 |
첫댓글 아쉽네요. 권할 때 마셔 볼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