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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44번국도-소승폭포 -귀떼기청봉 - 상투바위골 - 44번국도
2014년 7월 12일
육덕+2, 한국, 요물
자양쉼터 - 44번국도 - 자양6교 - 소승폭포 - 암릉 - 너덜겅 - 서북능선 - 귀떼기청봉, △1,576.4 - 서북능선 - 상류
- 제2폭포 - 제1폭포 -44번국도, 자양2교
시장을 봐 이틀동안 해결할 의식주에 필요한 것을 베낭에 넣고 들고 하니 한 짐의 보따리가 무겁다. 밤 2시에 전철역 홍대입구에
서 모이기로 약속하여 2시간 전에 한국이와 도착해 맥주 1캔씩 먹고 시간을 보냈다. 역 뒤켠에 자리잡고 시간을 보내던 중 젊은
남녀가 싸움을 하며 심한 행동까지 거침없는 걸 보고도 말 한마디 못한 나는 맹추가 되었다.
2시간을 보낸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3번출구로 가니 육덕님과 일행 2분이 와 계시다. 육덕님 친구분 중 한 분은 작년 독주골과 직
백운 산행시 같이 했던 분이고 한 분은 처음 뵙는 분이었다. 한국이가 큰 베낭을 가져와 육덕님 차는 가득하고 내심 미안한 마음
가지며 설악산으로 출발했다.
차는 어두움을 가르며 질주를 했는데 어데쯤 가는 줄도 모르게 나는 잠들었다 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44번 국도의 한계령
못가 자양쉼터에 차를 세우고 아침을 라면으로 해결한 뒤 소승폭포로 향했다. 소승폭포는 한계령을 오가며 언제 한 번 와야 겠다
고 늘 생각에 있던 곳으로 쉽게 들머리를 찾을 수 있었다.
길은 평탄하고 순해서 쉽게 소승폭포로 오를 수 있는 곳이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우고 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 여름향취가 물씬 풍기는 산이 이방인을 맞는다.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파고 들고 있음에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시간이 된다.
나무들이 하늘높이 하늘을 가르는 나무들 뒤로 검은 괴암괴석이 심술이라도 부리는 듯 물도 없이 알몸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오랫만에 와 보는 암벽에 눈이 시리다. 자연을 자연대로 나두면 홀로 쓸쓸히 이렇게 낯선 풍경과 함께 설악 여정을 북돋아
주는가 보다.
흔들리는 나뭇잎, 검은 폭포의 거대한 암벽, 밝아 온 새벽은 여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름향기를 맘껏 발산한다. 멋지다.
자연이 그린 암벽화는 곡선을 그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80m쯤 되어 보인다는 이 소승폭포는 음영의 묘가 물씬 풍기는
폭포라 하겠다.
같이 온 분들과 찍은 사진은 없고 한국이와 찍은 사진만이 내 사진기에서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소승폭포에 눈도장을 찍었다.
바싹 말라 버린 소승폭포에 당도하여 한 잔씩 잔을 돌리며 소승폭포를 채색하게 된다.
소승폭포 옆으로 오를 수 있었다.
소승폭포 위에는 바위가 곡예를 하듯 소승폭포를 호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육덕님이 깔아 놓은 로프를 잡아 당겨 오르며 거친 암릉을 기며 씨름하며 올라야 했다.
남설악의 가리봉, 주걱봉, 3형제봉의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설악산의 마테호른이라고 부르는 주걱봉이 가운데에 서북
능선의 안산처럼 보였다.
사진 삼매경에 빠진 우리는 여기 저기서 찰칵 소리가 이어진다.
나도, 너도 ,
소승폭포를 원없이 구경이라도 한 듯 흔적없이 사라진 풍경은 또 한마리의 돼지가 암릉에 앉아 있는 듯 방긋 웃고 있는 표정으로
우리를 부른다.
돼지를 잡아 당겨 크게 찍었는데 일명 '해피돼지'란다. 주둥이가 소나무에 가려 있지만 저 아래서는 주둥이까지 다 보인다고
아우성치며 영낙없는 돼지 한마리가 앉아 있다고 한다.
저 돼지 보러 왔단다.
그래서 또 한잔 한댄다. 이래서 한잔, 저래서 한잔.
귀떼기청봉과 상투바위가 위용을 드러낸다.
상투바위와 그 바위군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보는 즐거움으로 만족한다.
쳐다 보고 또 쳐다 보아도 암봉과 단애는 멋지구랴.
설악산 가자며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온 한국이가 이것 보고 지친구들 데리고 또 와 보는 것 아닌지 내심 걱정된다. [함부로 설악산
친구들한테 가자는 곳 아니다. 불의의 사고가 나면 가자는 사람도 책임이 있거늘.] 대장님 이하 그 분들도 나도 한국이를 조심시킨
다.
하늘이 준 자연의 보고에는 산은 산대로 바위는 바위대로의 조각품인 것 같다. 시계가 눈 가득히 펼쳐진다.
그 중 으뜸은 뭐니뭐니 해도 장군바위!
상투바위는 저렇게 험준한 산악지형과 인간의 한 부분을 그려 넣어 자연의 영웅처럼 자랑하고 있었다.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있는 곳, 마가목이 벌써 열매를 맺고 너덜겅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곳에 닿는다.
너덜하면 황철봉인데 그곳 보다야 못하지만 귀떼기청봉의 얼굴이 될 정도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기계적 풍화에
의해 단애면으로부터 분리되어 떨어진 암설이 집적된 지형이라고 하는 너덜을 걸어 서북능선으로 오른다.
중청과 대청이 희미한 모습으로 설악산을 내어주고 있었다.
세월의 풍화에 이리구르고 저리구르고 변화는 저 돌들을 지레밭 밟듯 조심하여야 한다. 나는 황철봉에서 무수히 헤메던
그 때를 기억하기에 지우려 애쓰는 그림이 또 스쳐온다.
구름은 설악산 높은 대청봉을 가리우고 그리움 산처럼 산릉을 날아 넘고 먼산바라기로 발길을 묶은 나는 한동안 거기에 있었다.
흐린날의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았다.
귀떼기청봉이 점점 가까이 온다. 잎을 떨구고 살아가는 나무들이 애처롭다. 거친 바람에 틈새 하늘을 이고 늘어선 이 산에
저 나무들은 살아있는건지.
이쯤 올라와 뒤 돌아본 상투바위를 쳐다보니 한 분이 [옥구슬바위]로 명명한다. 그 소리에 등을 돌려 보니 정말 그럴싸한
이름이 된다.
산과 바위는 보는 위치와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달라 보인다는 것을!!
너덜지대를 걸어 올랐다. 서북능선에 올라 손꼽아 기다렸던 만큼의 시간이 거슬러 간다. 길섶에 피어있는 산조팝꽃이
그 때를 기억해 준다.
시야가 흐려 더욱 장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이 아쉽지만 높은 산릉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몸이 싸늘해진다.
국립공원의 현위치표지목은 한계령 1.5km의 거리를 알리고 점심을 먹는다. 김밥, 떡과 빵, 과일 등등..
아직 이른 시간인지 능선에 왔음에도 산님들이 없다.
오로지 귀떼기청봉에 우리만 있었다.. 기록을 보니 2005년 12월 남교리에서 시작해 대청봉으로 오르던 그 때였으니 이곳에 8년
7개월만에 다시 섰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 땐 밤이었다. 무척추워 새벽부터 걸어 이곳에 왔을 때 너무 추워 사진기가 찍히지 않
을 정도였고 너무 바람이 불어 서 있을 수 없었다. 많은 눈이 내려 너덜지대를 지나는데 길이 없어 이리저리 길을 찾던 그 때가
깜깜한 밤이었다.
그날이 물밀듯 스쳐간다. 귀떼기청봉의 삼각점도 그 때는 보지 못했었다. 삼각점을 밟고 서서 무엇을 알려고 하는건지 한국이
가 ..
저 골짜기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골짜기로 내려서게 된다.
무수한 나무들이 찍찍하게 들어차 있는 산을 내려간다. 길이 없을 것 같은데 선답자들의 다녀간 흔적이 보이는 대로 내려선다.
좁은 골짜기는 경사가 완만하게 시작되고 물은 바싹 말라 돌맹이만 덩그라니 골짜기로 내려선다.
골짜기의 상류는 산사태로 인하여 엉망진창이 되어 있고 나뒹구는 돌들이 위험하다. 낙석으로 인한 사고가 날까 조심하며
내려서야 했다.
무성히 자란 노루오줌꽃이 이 계곡의 꽃이 피었다. 한결 넉넉하고 느긋해 보이듯 가늘게 쭉 뻗어올린 줄기에 핀 보라도 아닌
것이 분홍도 아닌것이 하늘향해 피어있는 것이 돋보인다.
나무들이 산사태와 함께 뿌리째 봅혀나가 페허를 이루고 있는 계곡을 따라 내려선다. 고도를 낮추며 물도 흐른다.
[상투바위]는 이렇게 또 다른 모습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골짜기는 계속 고도를 낮추며 내려서게 된다. 물이 있다 없기를 반복하면서 능선의 바위들은 험한 산세를 이루며 계곡역시 깊다.
골짜기를 내려서다 서쪽 능선의 이름모를 바위가 우뚝하고 능선이 깎아 지른 듯 험한 계곡을 타고 있었다. 비경지대를 많이
간직한 곳인것 같았다.
슬플때 험한 심산계곡을 소요하노라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 지독한 여름이 지나면 가을에는 무거운
짊이 벗어지려나 싶다.
[제2폭포]는 시작되고
저 아래 낭떠러지에는 흰암반으로 물이 흐르고 폭포위에 대장님이 깔아 준 로프에 손을 잡고 내려가려는 순간 한국이가 사진을 찍다
대장님과 상류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뻔 한 찰라에 내 가슴은 쓰러 내리고..
[대장]님 너무 고마워 이 고마운 마음 간직하며 덜덜 떨리는 조바심은 새가슴이 되어 폭포에 내려서게 된다.
이름없는 무명폭포에 맑은 물이 흐른다.
앗, 차다.
백년쯤 감수한 마음이다. [한국아 사진도 좋지만 물먹은 암반은 언제나 미끌미끌 ]하다는 것 잊지마.
한 분씩 폭포를 내려선다. 언제나 그렇듯 나만 덜덜 떨고 ,
깊은 골짜기는 계곡되고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그 골짜기의 협곡을 이루고 청정계곡물에 산천어 왔다갔다 놀음직한 별천지 같은 세상에
와 있는 듯 하다면 맞을까.
꼬불꼬불한 암반의 급류타기라도 하면 어떨런지.
[제1폭포]를 내려서야 한다
또 로프를 설치하였는데 그 것 잡고 내려가려니 또 깜깜... 대장님이 30m 줄로 안되 10m줄을 더하여 잡고 허리에 감고 [나 죽
었소]하고 거창한 하강에 이른다.
육덕님은 내가 이렇게 무서워 하는지 몰랐을껄요. 그러면 안델고 왔으려나..
상단은 무서운데 내려올 수로 가벼워 지더군요.. ㅋ
다른 분들은 착착..
나만 깨갱.
하산완료..
아직도 하얀암반은 끝나지 않았나 보다.
계곡을 끼고 내리며 몇 굽이의 협곡을 내려선다. 산과 계곡에 어울어지는 만장의 상투바위골이라 하겠다.
다음 단풍이 시작될 쯔음에는 건천골-귀떼기청봉에 오를 것을 약속한다.
내려서기 아쉬운 듯 되돌아 본다. 상투바위골 계곡에 하늘틈 내려선 이 길은 속살을 드러낸 바위들이 수줍은 듯 굽이치는 물결
소리가 크다. 더 머물러 있고 싶은 마음일까.
44번 국도의 다리에 올라서 보니 내려온 산과 골짜기가 저 위에 있었다. 연이어 펼쳐지는 상투바위골의 폭포들과 험한 계곡의
암반과 바라다 보이는 암릉을 보았다. 무더운 여름철에 더욱 신비스러운 곳 계류에 발담그니 차갑기 그지없다. 몇 분을 물
속에 담가 참아내기가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
[남설악의 칼날능선이 저 위에 있었다]
소승폭포와 상투바위골에서 보았던 암릉들을 생각하니 눈이 부시다. 아찔했던 폭포의 순간이 가슴을 쓸어 내린다.
자양쉼터로 와 차를 몰고 인제시장에서 고기를 사 소양강을 따라 44번 국도를 따라 질주한다. 소양호에서 남전교를 지나
남전리로 이동 동아실계곡 어느 한가한 큰정자에서 저녁을 보낸다. 사온 고기와 옆에 있던 어느 가족의 후한 인심으로 먹
을 것은 더하고 오늘 하루의 멋진 여행을 했던 날이 가고 있었다.
내일은 턱걸이폭포와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으로 구경가야지!!
육덕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고모글잘읽었어요ㅋㅋ산에서조심할게요약간의방심도하지않아야겠어요^^
자연앞에선 경건하게 아! 설악의 숨은 비경이 내눈 앞에 있다니
새로운 설악을 만나서 감회 새롭겠군요
잘 봤었어요
설악의 새로운 비경을 볼 수 있는 산행기 즐감합니다.
산님들 멋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