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소금꽃처럼
세상 밖 추위를 못이긴 꽃이 시들었다
바람은 밤을 새워 나뭇가지를 할퀴었다
다음날도 가지는 시든 꽃을 보듬고 있다
시린 꽃잎들 기대어 긴 밤을 세는
꽃잎과 꽃잎들
그대는 언제 한번이라도
세상바람 막아 서 보았는가
저 소금꽃들 처럼
#풋감처럼 떨어지면
땡볕에 풀잎들이 고개를 떨 구고 있었다.
골목에는 그림자 하나 없는 정오
연동댁만 밭에 남아 김을 매고 있다
참깨 들깨 팥 고추 객지 사는 자식들에게
생색낼 여름 농사다
나가 느그 줄라고 농약한번이라도 덜 쳤다
올망졸망 보따리 차에 올려주며 연동댁이
늘 하는 말이다
뙤약볕에 이녘 삭신 타들어간 줄도 모르고
절은 다리 아픔도 잊고 김을 맨다.
고추 익기도 전에 마당가 풋감 빠지듯이
연동댁 먼저 떨어지면 서러움이다
#금메 말이요
오일장정유소에는 쑥대머리 그만그만한 노인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그만그만한 안부를 묻는다.
고치는 얼메나 땃소
먼노무 비가 이러케도 마니온다요
올가치 비를 처부서싸먼 뭔곡식인뽀니 되것씁디여
초차듬에는 되것등마 깨는 문드러져 부럿씁디다
본동떡 아덜은 장개갔다요
작년에 베트나민가서 각씨가 왔등마 쪼깐살다가
가부렀는 갑씁디다
금메 그것들이 찐득허니 못살고 가븝띠다
오마 그러면 어쩐다요
그래도 몽달귀신은 안민했소
우리동네 한 집이는 새끼 둘 나놓고 나가 부러서
즈그 할메만 녹탈빙이 들어서 욕 보요
살다살다 요한시상 다보것습디다
고무신짝도 짝이 있단디
촌에 살먼 가이내꼴은 영 못 보게 생겠으니
이러자먼 촌에는 몽달구신만 모타 살것지라
금메 말이요
@몽달귀신(시집장가못가고죽은처녀총각귀신)
#오마 어쩌까 ?
근동댁 정삽하고 매시라운 그 버릇이 도저
밭가에 불을 놓았다
밭 언덕이 개작지근하등마 꼬실라진 자리는
개젓허니 좋았는디
잡놈의 봄바람만 춤을 안 추었어도
그때까지는 좋았는디
근동양반 묏등으로 도망간 불을 잡으려
기를 쓰고 네발로 뛰어도 못 잡어
산도 타고 근동댁 애간장도 타고 타-
불이야 소리도 목구멍에서 안나오고
오마 어쩌까
오마 오쩌까
혼이 나가버린 저 근동댁 命대로 살는지
#조 우
광천동 버스터널 녹동 행 버스에는 고흥사람만 탓다.
버스통로를 사이에 두고 할머니들이 말을 섞는다.
손아래 동서가 시낭고낭 허다가 빙원에서 죽어서 자석들이
꼬실라가지고 어따가 삐레분다고 해서 그냥 내려 오요
써논 맷둥도 못 빈디 맷둥 맨들어 노먼 뭣하꺼이요 마는
그래도 써운 헙디다 난 흔적도 없응께
우리 아제가 페암이다요 가서봉께 허물 벗은 땅개비 맹이로
허물 허물합디다 술 담배 일 모금도 안 허고 살았는디
왜 그런 요한빙이 다든지 모르것습디다
집이는 모냐봉께 뿌심뿌심허등마 많이 야믈어졌오
자석들이 고찰을 잘해 싼갑소
길지 못한 생의 끈은 놓아 버릴 수 없는 미련인 것인가
돌아보면 스쳐지나가는 밤하늘의 유성 같은 인생의 여정
희노애락의 장단이 마치는 날 당신의 품으로
#동 태 장 수
명태가 얼은 것이 동태라면 지금 길바닥에다 패대기치는 것은
얼은 명태를 떼어내려고 하는 짓이니 동태가 틀림없네.
5일장의 훈훈한 인심도 꽁꽁 얼은 동태를 녹이지는 못했다
한 마리를 더 주던지. 아니면 굵은 것으로 골라달라고 보채는
손님에게 “안 폴아 아! 안 폰당께” 어미뻘도 넘는 손님에게
동태장수가 쏘아대는 끄트머리 없는 말이다
동태장수 단골손님쯤 되는 아주머니가 다가가자
그새 낮 빛이 변해 “장에 오셋오? 니마리에 만원 어메한테는
큰 놈으로 니마리 디리께” 흥정이 수월해서인지 너스레를 떤다.
“아! 아까 정신없는 에펜네가 요새 괴기값도 비싼디 다섯 마리를
깅코 주라앙그라요 그런 것들한테는 괴기가 썩어도 우리는 안폴아
어메 맹키로 점잖은 사람들한테는 말 안 해도 큰놈으로 줘부요”
하늘도 얼고 땅도 얼고 손도 발도 꽁꽁 얼어 마음까지도 얼어버린
동강5일장 날. 뻥 튀기 호루라기 소리에 동태장수 마음만 바빠지네.
#짐이 아닌 짐
제 짐을 지고 가는 달팽이처럼 고단한 여정의
갈무리 길에서 다시 아이가 되어버린 어머니
아들 일손 덜어준다고 거실 큰방 작은 방에 뿌리신
비료는 비료가 아닌 설탕 이었습니다.
사다놓은 고추 모 순을 다 자르시고 나물 해 먹으려고
고추나무 순쳤다 하시고 웃으시던 어머니
기껏 배부르게 식사를 하시고도 다른
사람이 오면 배고프다 하시니 당신께서 내려놓은
인생의 짐이 내게는 짐입니다.
내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길러져 세상에 나와
똥오줌 못 가려도 당신께는 짐이 아닌 기쁨이 되였는데
이 몇 달
아이가 되어버린 당신은 내게는 감당키 어려운
짐이 아닌 짐이 되었습니다.
######
작가의 변
숨은 生이고 생은 命이니
명이란놈이 숨가프게 쫏는다 고얀놈 같으니라고
숨이 가프다
그래도 예쁘게 보이는 것이 더 많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