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쉬운 보석 같은 유럽 소도시 두 번째 추천코스를 소개해 드릴게요!
<에트르타> 모네, 괴도 뤼팽, 모파상의 흔적을 찾아서
에트르타는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지역 대서양 해변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이곳은 일명 ‘코끼리바위’로 불리는 신기한 모양의 절벽이 있는데요, 그야말로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이죠.
1. 모네와 에트르타
모네의 흔적을 쫓는 여행지로는 보통 파리 근교 <지베르니>를 많이 떠올리실 것 같아요. 수련 연작을 그렸던 모네의 정원이 있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에트르타 역시 모네에게 예술적 영감을 선사한 장소랍니다. 모네의 그림과 사진을 비교해 볼까요? 저도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저 모네의 그림을 보았었는데 후에 에트르타를 방문해실제 모델이 된 절벽을 갠퓸참 신기했어요. 그림 속 풍경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랄까요? 모네의 팬이라면 에트르타를 꼭 방문해 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에트르타_모네의 바위와 절벽 연작)
2. 괴도 뤼팽과 에트르타
셜록 홈즈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괴도 뤼팽 시리즈.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적이고 로맨틱한 괴도 뤼팽을 창조해낸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생가가 바로 에트르타에 있답니다. 모리스 르블랑은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누군가에게 단 하나의 바다만 보여 줘야 한다면 나는 에트르타의 바다를 보여줄 것이다." 에트르타에 대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이 더구나 모리스 르블랑은 에트르타 절벽의 기암 괴석에서 영감을 얻어서 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그것이 바로 괴도 뤼팽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기암성>입니다. 괴도 뤼팽의 팬이라면 기암성의 배경이자 모리스 르블랑의 생가가 있는 에트르타, 안 가볼 수 없겠지요?
3. 모파상과 에트르타
단편소설 <목걸이>, <비계덩어리> 등으로 유명한 작가 모파상과 에트르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그 연결고리는 모파상의 장편 소설 <여자의 일생>에 있답니다. 간략한 줄거리 설명 들어갑니다.
수도원을 갓 나온 시골 귀족 처녀 잔느는 사랑에 빠집니다. 젊고 매너 있는 젊은이 줄리앙 자작과 결혼을 하는 잔느는 행복의 절정에 오르지만, 결혼 첫날밤부터 그 행복은 무참히 깨집니다. 무심하고 폭력적인 남편과의 불행한 결혼생활이 이어지고, 더구나 난봉꾼 기질이 있는 남편은 잔느의 하인과 동침하는 것을 비롯해서 외도를 일삼습니다. 후에 줄리앙 자작은 어느 백작부인과 간통을 하고 그 현장을 목격한 백작은 분노한 나머지 그 둘을 에트르타 절벽으로 밀쳐 처절한 복수를 합니다. 혼자가 된 잔느는 외아들 폴에게 애정을 쏟지만 폴 역시 난봉꾼이 되어가고, 결국 폴의 사생아 딸을 잔느가 맡아 기르게 되면서 잔느가 비로소 다시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내용이 좀 우울하죠? <여자의 일생>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에트르타입니다. 잔느의 남편이 떨어져서 죽게 된 곳도 에트르타의 箏절벽이라고 묘사됐지요. 소설의 우울한 분위기와 에트르타의 잿빛 하늘, 검푸르게 철썩거리는 대서양 바다가 제법 어울리는 것 같네요. 소설을 미리 읽고 에트르타를 방문한다면 묵묵히 고된 인생을 살았던 여인 잔느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성 프란시스코의 마을 <아씨시>
얼마 전 카톨릭 새 교황이 탄생한 건 모두들 알고 계시죠?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체스코 1세죠. 프란체스코 1세의 교황명이 바로 아씨시의 성인(聖人) 프란시스코에서 딴 사실도 아시나요? 아씨시는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지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랍니다. 피렌체와 로마 중간쯤이죠. 아씨시는 고결한 삶을 살다 간 성 프란시스코의 정신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여기서 잠깐! 아씨시의 성인 프란시스코의 생애를 간략히 알아볼까요?
성 프란시스코(1182-1226)
유복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에는 사치와 방탕을 일삼았지만 20세에 신의 계시를 받으면서 청빈한 수도사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았습니다. '작은 형제회' 수도회를 설립했으며 용서와 사랑을 역설한 '성 프란시스코의 기도'로도 유명합니다.
(아씨시_성 프란시스코 성당 전경)
도시의 중턱에는 성 프란시스코를 위해 지은 성당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유백색의 외관이 사랑스러운 이 성당은 성 프란시스코 사후 2년에 지어지기 시작해서 1253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성당의 내부에 들어가면 성 프란시스코의 유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최고의 프레스코화로 꼽히는 지오토의 '성 프란시스코의 생애'를 비롯해 훌륭한 프레스코화들로 내부가 장식되어 있어요. 이 성당은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네요.
(아씨시_성 프란시스코 성당 내부)
성당 밖으로 나와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인상적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더해져 도시의 유구한 역사를 짐작케 하는데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가 그렇듯 이 도시 역시도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그다지 요란스럽지도 않고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작은 형제회' 소속의 수도사님, 수녀님들도 종종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아씨시를 조용히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꼭 카톨릭 교도가 아니더라도 방문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아씨시_아씨시에서 보이는 움브리아 지방 평야 모습)
레터스 투 줄리엣의 바로 그 도시 <시에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주연한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보셨た 이뻗?틘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한 사랑이야기인데 저도 참 재미있게 보았어요.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영화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해 드릴게요.
주인공 소피는 '뉴요커' 매거진에서 자료 조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피는 언젠가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는 길은 요원해 보이고, 설상 가상 약혼자 빅터는 낭만이라고는 없어 보입니다. 함께 베로나 여행을 오게 된 그들은 사업에 몰두하는 빅터 때문에 따로 다니게 되지요.
결국 소피는 홀로 베로나를 거닐다 줄리엣의 생가에 들르는데, 그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여성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서 줄리엣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편지들에 일일이 편지에 답장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소피는 그녀들과 함께 전 세계 여성들의 사랑고민에 답장을 써주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50년 전에 쓰여진 한 편지를 발견하고는 뒤늦게나마 답장을 보냈는데 편지의 주인공인 할머니가 손자 찰리와 함께 베로나로 소피를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소피와 할머니, 그리고 손자 찰리 셋은 할머니의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두 남녀 주인공 소피와 찰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이 베로나라면,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어느새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데이트를 하게 된 도시가 바로 시에나입니다.
(시에나_레터스 투 줄리엣 중 장면)
시에나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소도시입니다. 피렌체에서 당일치기로 방문하기 적당한 거리인데 대중교통보다 차로 가는 것이 토스카나 지방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 좋은 것 같아요. 1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는 자그마한 규모의 소도시지만,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 중 하나인 '팔리오(Palio) 축제'가 열릴 때는 드넓은 캄포광장이 인파로 가득 찬다고 하네요.
(시에나_캄코광장)
시에나는 색감이 참 예쁜 도시인 것 같아요. 도시 전체가 약간 불그스름하고 따뜻한 흑빛을 띠고 있습니다. 미로 같은 골목 사이사이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특별한 재미가 됩니다.
또한 시에나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시에나 두오모인데요, 유명한 피렌체 두오모나 밀라노 두오모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입니다. 이탈리아의 쨍쨍한 햇살을 받아서 하얗게 반짝거리는 시에나 두오모는 정말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어요.
(시에나_두오모)
시에나를 여행하실 때에는 주변에 있는 다른 도시 산 지미냐노와 묶어서 함께 맒척것도 추천드려요. 거기에 토스카나 지방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키안티 와인을 맛보는 일정만 더한다면 완벽한 토스카나에서의 하루가 완성되겠죠?
1편에 이어 소개해드린 유럽의 다양한 소도시들, 마음에 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