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10일 오후7시 동백섬을 출발하여 2007년 11월 11일 오전11시2분 어린이대공원 학생회관 만남의 광장에 도착하기까지 16시간2분간의 부산5산종주산악울트라 서바이벌 65키로 마라톤 이야기.....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안타깝고 아리한 추억이라 기록으로 잠깐 남기려 한다......
금요일저녁, 편안하게 휴식한다는 것이 DVD영화를 보는 바람에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토요일3시, 나를 포함한 경주의 울트라런너3명은 부산 해운대로 출발하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동백섬에 도착하니, 두어시간 여유가 있어 저녁을 먹고 준비를 하여 7시 출발선에 선다.
부산에 산이 그만큼 많은 줄 미쳐 몰랐다..
이번 코스는 동백섬-간비오산-장산-산성산-쌍다리재-기장테마임도-아홉산-곰내재-문래봉-철마산-동면우체국부산CC-지경고개-계명봉-범어사뒤임도-금정산고당봉-북문-원효봉-의상봉,동문-산성고개-대륙봉-2망루-만덕고개-만남의숲-불태령-불웅령-백양산-성지곡임도-어린이대공원 학생회관만남의광장에 골인하는 것!
코스 답사는 불가했고, 지리도 몰라 그저 명칭만 쳐다보고 외우고, 지도만 바라보았을 뿐이었다..그리고, 그냥65키로니까, 가볍게 뛰면 되겠지 했다....그랫던 것이 이렇게 크나큰 아픔으로 다가왔을 줄이야.....
동백섬을 한바퀴 돌아 지하철역을 건너 간비오산(147m)에 오르니, 야트막한 것이 땀이 났다.
산악마라톤의 특성상 먼저 산초입에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어 제법 선두권에 섰다. 능선과 오르락 내리락 달려 중봉(420m)을 지나 부산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장산(634m)에 도착하니, 해운대 광안대교 야경은 참말로 장관이었다..이곳에서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아쉽다..가벼운 마음으로 뛰기로 해서 디카를 준비해 갔으나, 카메라를 꺼내는 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정상에는 밤공기가 차고 바람이 심했다.
컨디션 좋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갈 요량이었다.
조금의 휴식중, 어딘지 모르게 부산 야경을 찍어 보았으나, 잘 나오지 않았다..사방이 워낙 깜깜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오르막과 내리막은 걷고 기고, 능선은 달리고, 임도는 냅다 뛰고.....가파른 오르막과 능선 급경사 내리막이 심한 산성산(368m)을 지나 또 다시 급경사 내리막을 꽂히니 쌍다리재(150m) 제1cp 16.2키로 지점에 도착한다. 제한시간5시간 보다 3시간 가량 일찍은 9시10분경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왔나...물주머니에 물을 보충하고 파워젤 한개 먹고, 다음목표로 출발했다. 오르막을 걷다 싶이 빠른 걸음으로 오르니, 기장테마임도 자갈길을 계속 달리니, 주변에 개짖는 소리도 들린다. 니거들도 오늘은 울트라로 짖어야 될끼라..미안테이...긴 임도를 달리니, 우회전, 곧 급경사 산이 앞을 막는다. 아홉산(359m)이다..올라가면서 누군가 왜 아홉산인지 아는 사람 있습니까했으나, 아무도 대답이 없다. 아니면, 10산이라카머 이상하재요?하면서 5~6명이 함께 움직인다..앞사람을 놓치면 길을 잃을 염려가 있어 거리가 벌어지면 달려가 좁혀 놓아야 했다. 산을 오를때엔 말할 힘도 없었을끼다.. 어두운 산속에 갈래길이 많기도 했지만, 주최측에서 파란색 전구를 요소요소에 걸어 놓아 길을 찾는데에는 큰 애를 먹지 않았으나, 갈림길에서는 여전히 두리번 거렸다.
아홉산 정상 능선을 타고 임도로 계속 직진한다..냅다 달리니, 앞에 한 사람이 보인다..서울에서 왔단다..자신의 헤드렌턴은 밧데리가 빨리 소진되어 버리므로 내 렌턴에 의지하여 우리 두 사람은 자갈길 임도 오르막을 계속 달린다..가을 밤 바람의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들의 달리기는 산속 임도에서 계속되었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 국도에 접어 들었다. 이상한 터널을 통과하니, 제2cp 곰내재 26키로 지점, 제한시간7시간30분에 3시간 이른 11시30분경 도착했다.-4시간30여분 소요-누군가, 나보고 37위로 도착했다한다..그게 무슨 의미있소~~~벌써 온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구만...이곳에서 국수한그릇과 막걸리 한잔만 하고, 사진을 부탁하여, 한컷 찍고 출발-아래 사진-
제2cp를 나서자 마자 곧장 급경사 오르막 큰 산이 맞이한다..철마산인가 싶었는데, 문래봉(512m)이다. 겨우 헥헥거리며 올라 능선을 따라 오르막 내리막을 한참 걷다 기다 달리다 하니, 곧 고불고불 또 다시 급경사 오르막이 나를 막는다...모든거 용서하이소~무조건 잘못했심더~다 내탓입니다..하면서, 고개숙여 한발 한발 오르고 오르니, 이름하여 철마산(605m)!! .정상에 다다르니, 얼마나 뾰죽한 산인지 사람5-6명 서니, 설 틈이 없어 보인다..그래도 이곳에 언제 다시 와 보노 싶어 디카 꺼내니 그곳에 두터운 겨울파카입고 대기중이던 자봉님 친절하게도 한컷 찍어주신다..아래사진--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내려갈 때 부디 조심하이소~너무 가파르고 위험합니데이~한다...아..정말 가파르고 90도 깍아 지른듯한 급경사 구간..군데군데 로프를 잡고 나뭇가지도 잡아 땡기고...,칼돌은 피하고 나무끌때기도 피하고, 기다 싶이 다리에 있는힘 없는힘 다 주어 내려오는데만 1시간 30여분 걸렸다...약1키로 가량 아스팔트 달리니, 철마교 제3cp 35키로지점....이곳에서 국밥을 받아, 국물만 쭈욱 빨아 먹고 신발을 벗어 보니, 양말은 흙에 범벅이 되어 있고, 신발도 엉망이었다..몰골은 이미 맛이 간 상태였다..
15분여간 쉬고 나니, 추웠다..국밥집에서 나와 경부고속도로 밑을 향해 냅다 뛰었다..7번국도 좌회전하여 이하봉(222m)으로 올라간다..아까 춥던 것이 어느새 이마에 땀이 난다..하룻밤에 옷이 젖었다 말랐다를 몇 번하는지 모르겠다..이하봉 능선 임도를 따라 뛰다 다시 산 으로 올라 간다..이번에는 무슨산? 아니다, 그냥 능선이다..아니다, 산이었다, 지경고개(162m)를 넘어 국도를 건너니, 38.2키로 지점이었다. 하도 산을 많이 올라 약간 언덕만 시작되면 큰 산인가 싶어 겁부터 났다...커피한잔 마시고, 이번에는 좌회전하여 진짜로 산길이 시작되었다...계명봉(602m)을 고개숙여, 바람을 맞으며, 한발 한발 올라가니 가도가도 정상이 아니 보인다 싶었다......바람이 몹시 심하다 싶어 고개 들어 보니, 정상이었다..그곳에서 산악구조요원이 자봉으로 텐트를 치고 바위뒤에서 커피한잔을 건네준다..고맙습니다...무조건 감사합니다....잘 마시고 갑니다..내려갈 때 조심하이소~~아주 아주 가파른 급 경사 위험구간입니다...예!...정말 그랬다..가을 낙엽이 뒤 덮혀 더 미끄러웠다....가재걸음으로 옆으로 사알살 내려 오니, 앞뒤로 사람이 아무도 없다,,아까 몇이서 같이왔는데....내가 서니 갑자기 조용하다..사방은 어둠 천지...어디선가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들렸다-나중에 지도에 보니 범어사 내원암에서 나는 소리였다-다 내려왔다 싶었는데 능선이 계속되고 있었다......길이 넓고 개울물이 돌돌돌 흐르는 소리가 낙옆 뒹구는 소리와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있었다....아, 범어사 뒤쪽 임도였다...내 앞뒤로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직진이었다..넓고깊고웅장하고위대한 산 금정산....한순간 65키로라고 가볍게 보았던 내가 엄청 원망스러웠다.....어젯밤에 잠을 푹 잘 걸......졸리고, 배고프고,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다....계속되는 오르막을 한발 한발 가다가 가다가 누워버렸다...억새에 바람소리와 내 숨소리만 요란했다...별들은 와 저래 많이 반짝이노...추워 지기 시작했으므로 무조건 가야만 했다...드디어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니 정상이다..급좌회전하여 능선을 한참 달리는데 갑자기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불현 듯 무서움!! 망개나무가시가 옷가지를 찢는다..아차 길을 잃었다....지도를 꺼내 헤드렌턴을 비추었으나, 파란불이 보이지 않는다....주위를 둘러 보며 왔다리 갔다리,,,마침, 저 멀리 우측에 파란불이 나무에 걸려 있다,,,얼매나 얼매나 반갑던지.....무조건 파란불빛따라 직진..낙엽에 푹푹빠지고 가시덩굴에 찔려도 불빛쪽으로 직진!! 불빛아래 도착하니 도로 발견...마침내 금정산 고당봉을 지나, 북문을 향했다. 능선에 부는 바람은 세차고 심했다. 원효봉과 제3망루를 지나 동문으로 가는 도중, 또 다시 추위와 허기에 시달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누워 휴식!!아공!!!@_@.빨리 날이 밝아 왔으면.......오늘 밤은 와 이래 기노....
4cp가 나올때가 되었는데,,,그곳에서 컵라면 한개 먹어야지...지도를 펴 보니, 바로 앞 조금만 가면 4cp 49.5키로 지점이었다.. 일어서 걸었다..꾸역꾸역 4cp에 도착하니, 라면은 없고, 감귤만 있어 2개 빨아 먹고 건더기는 뱉어 버리고 5분간 휴식하고 출발한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니, 등산 나온 사람들이 한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곧 해가 뜨겠다..원래 금정산 원효봉이나, 의상봉에서 일출을 보겠노라 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와 버렸으므로, 적당한 곳을 찾아 바위틈에 앉았는데, 마침 바로 앞에 마른 노목이 나목으로 나를 반긴다.-아래 사진- 아직도 저 아래는 어느 동네인지는 몰라도 잠에서 들깬 아파트들이 눈에 많이 들어 온다...
이곳 바위틈에 엎드려 얼마나 많이 토를 했는지..건더기는 하나도 안 나오고 헛구역질만 계속된다.
얼굴에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추월해 간다.
지난 밤 금정산에서 헤멜때에는 아무도 안 오더니만,,,날이 밝기만 기다린 사람들인가..
한 명의 선수에게 사진을 부탁하니 예 하고 두 컷이나 찍어 주면서, 빨리 왔네요 하고 잘도 뛰어 간다.. -아래 사진-
휴식하려니 추워서 더 이상 못있겠다 싶어 힘을 내어 달려 본다.
어느새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어 포근해 진 듯 했다.
이렇게 금정산을 뒤로 하고, 제5cp 만덕고개 54.2키로 지점에 도착, 라면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장사꾼이 안 나와서 그대로 출발한다.
수없는 나무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니, 능선이 나오고 구민숲에서 누워 한참을 쉬었다.
배가 고파 걸을 힘도 없을 지경이었다.
잠들면 안된다 싶어 걷다가 추우면 뛰다가 하니, 어느샌가 앞에 아름답고 크다란 산 하나가 버티고 있다..,,핑계김에 앉아서 쉬면서 사진을 찍었다..-아래 사진-
마지막 산 이겠지..저 산이 이제 마지막 백양산이겠지...
누군가 백양산만 넘어면 평탄한 내리막의 임도가 되어 쉽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있는 힘을 다 짜내어 올라 갔으나 저 산을 오르는데 1시간이상이 걸렸다. 중간에 두 번을 쉬었다....그런데, 이 산은 5산종주에서 가장 난공불락이라는 불태령(611m)이었다.
단풍이 너무나 아름다운 불태령!!저런 아름다움으로 자신의 위엄과 높음을 표현하고 있는 걸까...보기엔 왜 저래 나즈막하고 부드럽고 온화하며 아름다워만 보일까.....
마침내, 오르고 올라 불태령 정상이다 싶었는데, 아직 정상이 아니었고, 두번을 쉬면서 뒤를 돌아 보니, 내가 밤새 달려온 금정산 자락들이 보인다.
저 멀리 제일 뒤에 흐끄무레 하게 약간 보이는 산이 금정산 고당봉이다.-아래 사진-
불태령 정상에서 그래도 한 컷 부탁했다..잠이 솓아 지고 있고,얼굴에는 배고픈 흔적이......-아래 사진-
불태령 정상에서 백양산(641m)정상까지 가는 억새능선에서 솓아지는 참을 도저히 참지 못한 나는 억새숲에 들어가 늘어지게 잤다..베낭을 베게 삼아....
그러고 나니, 배고픔과 헛구역질도 사라지더니, 새롭게 달릴수 있었다.
백양산 정상에 올라 마지막 배번 체크하고 백양산 정상의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공룡발자국을 보면서 어린이대공원학생회관 만남의 광장 골인지점에 도착하니 오전11시2분이었다.
경주에서 간 울트라맨2명 중1명(이승근님)은 전체 3위 했으며, 나머지 1명(이진우님)도 12시간대의 호기록이었으며, 나는 16시간2분이었다...
먼저 들어온 두 선수는 나를 기다리느라 한참을 걱정했단다.
골인지점에서 반갑게 나를 기다려 준 두 선수에게 너무나 고마워 광안리에 가서 회에 폭탄주로 회포를 풀고, 모자라 경주에 와서 막걸리로 또 다시 회포를 풀었다.
*.감사의 말씀:밤새 자봉하신님들과 이런 천혜의 코스를 뛰게 해 준 추최측에 감사드립니다.
*.달리고 난뒤 2일정도 지나면 다리가 회복되는 편인데, 3일째 되어도 다리가 풀리지 않고 있고, 발톱이 아작이 나 있는 사실과 발가락 한개가 감각이 없는 사실을 늦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