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이 선거일이라서 그런지 이놈의 일기예보가 이번엔 꼭 맞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제주지역에 비가 80~120mm가 온다나 어쩐다나
장비를 챙기면서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분으로 챙겼던 가스버너, 램프, 가스2통, 여벌의 옷(오버트라우져로 대신), 식량(안주거리), 과일....다 내려놓으니 얼추 5kg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선배님들의 짐 쌀때 수칙하나... 이것이 없으면 내가 죽을 수 도 있을까?
그래도 혹시나 슬링 몇개는 챙겨본다.
다 연결하면 족히 8m 는 될 것같다.
배낭을 메고 저울에 오르니 18kg... 평소의 종주산행에 비하면 10kg은 절감한 것 같다.
무게 줄이기의 가장 큰 공헌은 식량(안주거리)..ㅎㅎ
아침은 누룽지, 점심은 행동식(샌드위치) 어깨가 많이 가볍다.
21시30분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사람도 별로없이 바람만 휭하니 분다.
15,000원에 택시를 타고 관음사야영장에 도착...이곳도 텐트가 한 동 없이 캄캄하다.
기사님의 도움으로 야영장을 찾아 겨우 짐을 풀고 오늘밤을 지켜줄 텐트를 친다.
춘식형님이 가지고온 족발에 라면을 끓여 소맥을 조제하고...
밤이 늦도록 이야기는 깊어진다..
사실 남자 둘이 좁은 텐트안에서 뻘쭘히 있을까 걱정했는데...ㅎㅎ 역시 춘식형님과 함께하니
참 할 말도 이야기거리도 많다.
언제 잠들었는지 얼마 못 잔것 같은데...텐트에 비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 5시...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에 대한 대비는 얼추 해온지라 크게 걱정은 안된다..
그래도 비에 젖어 점점 무거워질 배낭생각에..자꾸 침낭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본능은 어쩔 수 없나보다.
안되겠다 싶어 떨치고 일어난 시간이 7시경....
누룽지를 끓여 소래산 조개젓과 오징어젓을 반찬삼아 대충비벼먹고 굵어진 빗발속에 재빨리 텐트를 걷고 한라산을 오른다.
(주차장엔 차 한대 없는데..이상하게 통제표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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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에 앞서 관음사 등산로 입구에서...(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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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뒤에 쓰러진 현판이 산행통제 표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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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인지 계곡인지 구별 못 할 정도로 흐르던 길을 따라 탐라계곡 대피소 도착..(09:30)
첨엔 이곳이 화장실인줄 알았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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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화장실에서 큰 일보고 오신 형님..
이제 빗 속에 나뭇가지 잡고 매달리실 일은 없을 것 같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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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500M 이제 슬슬 눈이 보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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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마지막 일 것 같은 눈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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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아래가 용진각대피소인데...아직 백록은 저 뒤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는 계곡도 불어 돌아갈 수 도 없는데 통제할까 좀 불안하다.(물이 미쳐흐르는 계곡을 건너 도착하니 사람 하나 없고 대피소는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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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모르고 춘식형님은 대피소에서 점심먹자며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웃음은 잃지않는다..
기대는 원망이 되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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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각에서 마지막 피치를 올려 오른 이곳....백록담(12:30)
가족모두 행복하게 해달라며 외치는 춘식 형님 기도소리에 왠지 빗물이 내눈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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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계양산이라고 외치는 세속에 물든 이들을 위해 꼭 증거를 남기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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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판악 하산길에 진달래밭산장....관음사에서 왔다는 우리얘기에 전화를 하고 무전을 치고 난리다...귀신인 줄 알았나?
괜히 먼 일 났으면 알지도 못할뻔 했다. 시간은 13:30분 이제야 07:00이후 처음 뱃속에 뭐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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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했다는 안도감에 한 숨도 쉬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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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엔 비가 좀 잔다..이녀석들도 이젠 지쳤나보다. 하긴 95MM이상을 쏟아부었다니..
지고온 성의가 있어 이제 한 병 꺼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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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를 안주삼아~~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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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아주 잠깐..해가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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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분 제주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도착한 터미널옆 메로식당에서...무사히 마친 산행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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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산행을 정리해 본다......
2008년 4월 9일
지난겨울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오늘 만큼은 춘식이 형님과 나와 한라산 셋 만의 정말 잊지못할 하루였다~~~~~
첫댓글 음,,,요긴 한라산이 맞네...ㅋㅋ...수고가 많았네...이건 완죤...수고한거다...
애썼다....평생 기억할 좋은산행 했구나....
백록담 안보이는뎅...
너 끝까정.....겐세이냐.....
와우~ 형!! 넘 멋찐산행이다^^
계양산이라고 우긴사람들 다 나왓!!!!! 마짜나 한라산... 난 계양산이라고 안 우겼음... 동주야 나 이쁘지? 수고 많이했다. 우중에 텐트치느라 엄두도 안나고... 돌아가려니 제주도고, 올라가자니...수고한모습이 훤히 그려진다. 모악산에서 소주한잔 따라줄걸그랬어...
한라산 맞긴맞다. 근데 너무 고생을 했네~~~좋은 날씨일때 함 더 가자~~
존날 골라서...첫비행기타고 가서 막비행기 타고 오면 널널합니다...누나....허허허
좋은 방법인데 존날일지 안존날일지 그것이 문제구만....ㅎㅎㅎ
형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음~ 본 적이 있네~ 한라산 맞네~ 즐거웠겠다~^^
***** 굿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