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프레'의 오후.
'셈프레'라는 곳이,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산 사람들이 모여 색소폰,
기타, 드럼, 키보드 등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춰 악기를 배우는 곳이다.
오후 시간쯤이면 거의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커피잔을 놓고 둘러앉아, 음
악 얘기에, 세상 돌아가는 얘기, 때로는 천하지 않은 여자와 관계된 농담으로
약념을 쳐놓고는 왁자지껄 웃을 때도 있다.
오늘도 연습을 하다 커피 타임이 벌어졌다.
특별히 좋은 커피가 아닌데도 여럿이 둘러앉아 마시는 그 맛이 참 좋다.
그러다 누군가가 "요새 과메기 철 아이가. 며칠전에 술 한 잔 하면서 과메기로
안주해서 먹었는데 좋더라고.하는 말이 나왔다.
마침 집에 여동생이 사서 보내준 과메기 남은 것이 생각났다.
"그라마 집에 과메기 있는데 오늘 과메기하고 한 잔 할랑교?"
"있어요? 진짜 있어요? 있으마 좋지!"
"형님들, 권형 집에 과메기 있다카는데 자실랑교?"
"있으마 가지고 온나. 요새 과메기 제철 아이가!"
집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좀 갖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새 다른 사람들은 여성 회원을 데리고 나가서 김이다 파, 김치 등등을 준비
해서 소주를 곁들여 한 잔을 했다.
과메기를 먹을 때 갖춰야 할 미역이나 채소 약념 등을 다 갖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같이 먹다보니, 제법 많은 양이었는데도 모자라서 시장에
서 파는 과메기를 더 사다 먹어야 할 만큼 맛이 있었다.
나는 몇 년동안 술을 끊은 상태였지만, 선하고 착한 사람들과 함께 먹는 그 과
메기 맛과 그 분위기, 그리고 그 소주 맛에 끌려 정말 맛있게 한 잔 했다.
몇 십만원 짜리 양주가 어디 이런 맛이 나겠는가!
아니다.
몇 백만원 짜리 술자리에서 어디 이런 맛이 나려고!
분명 다른 사람들도 그 과메기 맛보다는, 정다운 사람들끼리 나누는 그 정담들
이 더 맛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웃음이 그렇게 밝고, 그렇게 온화하고 정답
지 않았을까?
나는 거의 5년이상을 끊고 살았던 술이라 아마 술맛은 잊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나는 그 분위기에 흠뻑 젖어 보았다.
또 과메기 생각이 나네!
영철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