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뭐 하나 시민을 위한 것은 없다: 울산 버스 파업 논란이 남긴 것
울산시 버스가 또 다시 운행 중단 직전까지 갔다가 회복되었다. 최근만 보더라도 2023년, 2024년에는 파업 선언 이후 직전에 중단되었고 2025년에는 통상임금 쟁점으로 파업이 진행된 바 있다. 사실상 버스 파업은 연례적 행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시에서 쟁점이 되었던 임금인상과 퇴직적립금에 대한 회복을 약속함으로서 해결된 올해 상황은 많은 숙제를 남긴다. 특히 울산시는 2024년 말에 진행된 버스노선개편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었고 이 때문에 올해 실시된 지방선거 자체가 ‘버스 선거’라고 불릴 만큼 쟁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파업을 지난 노선개편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전형적인 기득권의 담합구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현행 버스는 민영제다. 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노선권, 차량 그리고 고용은 개별 회사의 소유권에 속한다. 민간 병원이 갖는 공익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병원은 수익에 근거한 영업을 한다. 법에 의해 비영리법인이라고 정해놓은 병원도 이런데 버스 법인은 그야말로 영리업체다. 노동조건의 개선 책임은 당연히 해당 회사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노사가 공히 울산시의 재정지원을 목적으로 담합하여 진행한 것이다. 즉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공공재정을 약탈하는 행위다.
둘째, 일시적 봉합이다. 매년 버스 파업이 반복되는 것은 진짜 문제를 감추기 위한 것이다. 진짜 문제는 버스를 타는 시민들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의 편익이 증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면서도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당장 울산시가 재정을 쏟아붓더라도 이용자인 시민이 이용하지 않으면 민간 버스회사의 사정은 나빠질 것이고 버스 노동자들은 사업자 대신 울산시를 대상으로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더구나 현재 울산시의 버스회사는 절대 다수가 자본잠식 상태로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부실하다. 여기에 재정을 쏟아붓는 것은 재정 낭비다.
셋째, 사업자의 책임이 전무하다. 기본적으로 파업은 노동자가 고용된 사업주를 상대로 벌이는 행위다. 물론 산업 자체에, 그리고 사회적 정의를 위한 정치적 파업도 있지만, 울산 버스 파업은 형식적으로라도 승객 안전이나 이용 증대와 같은 사회적 목적은 고려조차 되지 않은 오로지 임금 인상 등을 위한 경제적 파업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파업은 사용자로 하여금 생산 중단에 따른 지속적인 손실과 노동자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적 보상 사이에 판단을 강제하는 목적을 갖는다. 그런데 이번 울산 파업에서 사업자는 어떠한 책임도 약속한 것이 없다. 그동안 지적된 지원금의 투명성 문제 같은 것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현행 표준운송원가 상에 명시된 퇴직적립금 명목의 재정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검증도 없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현행 버스사업이 사실상 지역적 독점 구조로 고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는다. 사업자들은 경쟁보다는 노선에 대한 독점권을 바탕으로 담합하고 노동 시장 역시 선별적 고용과 전별금 제도와 같은 구태를 통해서 통제되어 있다. 반면 이에 대한 행정 권한은 극히 미미하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을 했으나 대부분이 기관위임에 불과해 사실상 대행 사무에 가깝고 법적제재 수단 역시 감차나 운행 중단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차나 운행 중단을 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이용자인 시민이니 사실상 행정적 조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비대칭성은 버스사업자와 노동자 간의 구조적 담합을 손쉽게 만들고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비대칭적 권력을 행사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파업권은 노동자의 자주적 권리로서 인정한다. 또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경제적 파업이 다른 파업에 비해 낮은 가치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가, 시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가 노사 간의 담합을 위한 희생양이 되는 반복적인 구조는 정상적인 구조라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울산시의 현행 버스 상황이 정상적인 민간사업자라면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인지 되묻게 만든다. 공공교통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울산시는 2019년 대비 2025년 기준으로 승객 수가 21.6%가 줄었다. 이를 단순 인구 감소 등으로 볼 수 없는 것은 같은 기간 동안 자동차 등록 대수가 57만대에서 61만대로 4만 대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버스업체의 손실을 재정으로 메꿔 주느라 재정지원은 136%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지원금을 늘려 사업자의 퇴직금 손실을 메꿔 주고 버스노동자 임금을 높여주는 것이 어떤 공익적 효과가 존재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지금이라도 울산시가 버스 파업을 막는다는 근시안적 접근에서 벗어나 좀 더 중장기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역설적으로 지금과 같은 재정지원 구조가 울산시의 버스 환경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업성이 나빠지고 있는데 재정지원금을 통해서 버티는 것은 최악의 조건이다. 더구나 울산시는 준공영제도 아닌 순수민영제에 불과한데도 재정지원금을 100% 지급하기로 한 것은, 자본잠식 상태인 버스업체를 좀비 기업으로 존속시킨다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간사업자로서의 의무다. 최소한 퇴직적립금까지 명시된 표준운송원가 상의 지원금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추가적인 재정지원금은 이 기준에 통과된 업체에만 선별적으로 지원될 필요가 있다.
둘째, 부실한 업체의 퇴출과 필수적 노선의 유지를 위한 공영 노선 운영방안을 시급하게 수립해야 한다. 지역 내 사업자와 노동조합의 담합에 의해 발생한 비대칭성은, 울산시가 자체적인 버스 운행을 위한 최소 자산을 보유할 때만 해소할 수 있다. 현재 울산시는 85대의 증차 계획이 존재하는데, 이미 노선을 줄이거나 폐선한 업체에게 다시 줄 필요가 전혀 없다. 울산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하고 노동자들도 신규 고용을 해서 대항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김상욱 시장이 말한 공기업 논의 역시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지만, 공기업이 있어야 공영노선을 운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강원 정선군이나 제주도의 경우 39대 이상의 공영버스를 운행하면서도 별도 공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직영 운영을 하고 있다).
셋째, 이용자 시민들을 정책의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버스가 살아나려면 좋은 일자리로만은 안된다.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공공서비스는 존립하기 어렵다. 교통서비스가 공공서비스라면 이는 생산자만으로는 유지될 리 없다. 그런 점에서 울산시는 울산시민들, 특히 버스를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민들을 정책의 장으로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울산시의 버스 행정이 가진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시민들과 함께 버스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특히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재정투자 방식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적 거버넌스는 결국 민주적 과정을 통해서만 작동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행 버스 체계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선후 과정’으로 만들어서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저걸 논의할 수 없다는 식으로 논의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통상임금 쟁점은 기본적으로 사업주의 고민이어야 한다. 그와 같은 임금 구조를 합의한 노동조합의 고민이어야 하고 그 귀책에 따라 부담질 곳이 부담해야 한다. 대신 울산시는 버스 사업자의 부실로 인해 언제든 버스가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버스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기적, 장기적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맞다. 시민을 책임지는 것은 영리 회사인 버스 업체가 아니라 행정이다. 버스업체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버스 행정에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오히려 이번 울산 버스 파업이 급한 불을 껐다는 식으로 자위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끝을 보자고 계기를 삼는 태도를 갖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미 예정된 2026년과 2027년의 버스 파업을 준비하는 책임있는 행정의 모습일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용자 시민의 편에 서서, 궁극적으로 버스의 공익성이 버스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언제든 개입할 것이다. [끝]
2026년 9월 1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