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육의 미래는 있다
황금들녘에,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 등교하는 아이들이 있는 10월의 농촌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농산물 수입개방에 이은 쌀개방 협상국면,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전북도민 190만 명선 붕괴 등 답답한 소식들을 접하노라면 농촌학교의 미래는 아득하기만 하다.
최근 전북농촌교육발전위원회가 도내 면 지역 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교사의 72%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농촌중학교는 머지않아 통폐합될 것이다”고 진단하고 있다. 면 지역 중학교의 이러한 상황은 지난 99년, 전북교육청이 경제논리로 농촌소규모학교를 인위적으로 통폐합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초등학교가 폐교된 지 5년여 지난 지금, 그 여파가 중학교로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당시 교육당국이 학교통폐합을 강행하면서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농촌학부모, 지역주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었다는 점이다. 소규모학교라는 이유로 시설투자를 하지 않는 농촌학교에서 복식수업, 상치수업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으며 농촌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는 이농과 위장전출을 부채질하였다.
중학교가 사라진 면소재지의 삭막한 풍경을 생각해 보라. 이러한 모습에서 농촌지역, 과연 전북의 미래는 있을 것인가. 이제 지난 시기 정부의 시책이라는 명분아래, 농도인 전북에서 농촌학교 폐교에 앞장섰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농촌교육 살리기는 이시기 가장 소중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전북교육청이나 각 자치단체가 농촌학교의 역할과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그동안 농촌교육운동을 전개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농촌교육발전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농촌교육이 발전하려면 첫째, 전북교육청이 농촌교육발전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망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농촌교육은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교육당국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때 발전가능성이 있다. 농촌학교에 희망을 갖게 되면 아이들은 되돌아온다. 실례로 폐교위기, 복식수업에서 벗어난 초등학교에는 도시로 나갔던 지역학생들이 되돌아오고 있다.
둘째, 농촌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내야 한다. 연구회 조사에 의하면 교사들은 농촌교육 발전방안으로 공문, 출장등 업무경감과 복식수업, 상치수업 해소, 농촌형 교육과정개발 운영을 들고 있다. 또한 농촌교육여건을 감안, 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수업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교실, 중등학교에서는 현대화된 어학실과 도서실 시설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설은 교육의 질 향상과 직결된 것이니 만큼, 교육당국은 물론,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선결조건으로는 농촌교육에 대한 확고한 교육철학을 가진 교사, 교장을 배치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자치단체, 지역주민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전북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사회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농촌교육 살리기는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청정한 자연환경과 원형의 전통, 농경문화가 자산인 전북지역에서 농촌학교는 지역사회의 문화 구심체 역할 뿐만 아니라 21세기형 생태체험학습의 산실로 자리 매김 해야 한다. 이제 자치단체는 지역사회에 각종 문화 산업시설을 유치하려는 노력 못지 않게 면 지역 중학교를 유지, 발전시키는 일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도민들은 황금 들녘을 지키고, 농촌 학교에서는 희망을 만들어 내자. 그래야 전북의 미래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