舌詩(설시)
풍도(馮道:882~954)
다섯 왕조 11명의 군주를 섬기며
재상의 지위를 유지했던 처세술의 정치가였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舌是斬身刀 설시참신도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다면
閉口心藏舌 폐구심장설
가는 곳마다 몸은 온전하게 할 수 있다
安身處處牢 안신처처뢰
*
취중 한담
잠을 자면
꿈을 꾸고
꿈을 꾸면
모르는 세상이 보이고
다가오는 꿈속의 사람들이 보이고
아름답다 말만 하네
꿈이 편안한 날은 아침이 밝다
눈 뜨고 만나는 사람들이 소중하게 보이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술만 마시면 전화하는 후배가 있다
30여 년 넘게 들었지만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다
시간은 불문이다
새벽에도 전화가 온다
술을 마시면 시간은 멈추는가 보다
그래도 내가 그 전화를 받는 것은
꼭 마지막 안부는
나에게 묻는다
“ 형, 잘 지내지?”
세상 누가 그렇게 알뜰히 안부를 논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으랴!
오늘 횟집에서
식구들과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지만
한결같이
“당신은 목소리가 크다.”
“아빠는 말이 많다.”
모처럼 만난 자리에 기분이 좋아서 하는 말들이
모두가 잔소리였구나!
아직도
모르는 세상이 너무 많다
자숙하며
읽다 보면
누렁지가 되어
구수한 맛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
첫댓글 이 유명한 말들이 한시였습니다.
간결함 속 서늘한 비수의 맛을 느끼합니다.
정훈 씨의 한시 해설 참, 유쾌합니다.
가족은 저도 너무 안다고 생각해서
무심하고 퉁명하게 말하고, 또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 같은 이야기를 계속 전화하고 마지막에 안부를 묻는,
아직도 풀지 못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형 하나 뿐이라고.
안심하고 전화하게 하는,
쉴 그늘이 깊은 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