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는 떡국을 먹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설날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오래 쌀을 불려 방앗간에 가셔서 쌀을 빻아 떡가래를 만들어오셨지요. 순서줄이 길어서 대신 우리가 서 있기도 했구요. 그 떡가래를 제일 잘 썰 수 있는 알맞은 꼬득한 상태가 되었을 때, 비스듬한 동그라미 모양으로 이쁘게 써셨지요. 또 한꺼번에 잘라두었다가 말려서 나중까지 두고 먹을 수 있게 하는 과정이 조금 번가로웠지요.
그래도 어머니가 불 위에서 구워주셨던 떡가래의 고소한 맛과 대바구니나 신문지 위에서 썰어논 떡을 말리던 그 풍경이 어머니와 함께 아련하게 마음 한모퉁이에 정겨움과 따뜻함으로 아롱 자리잡고 있지요. 불꺼진 캄캄한 방안에서도 고르게 떡을 써시던 한석봉 어머니의 말없는 가르침이 마음에 교훈으로 온전히 느껴지기도 했던 그 때.^^"
요즘에는 수시로 썰어놓은 떡을 편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떡국 먹는 일이 간편한 일이 되었지요. 그래도 설날에 먹는 떡국은 평상때와 달리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설날이 천지 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인 만큼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뜻에서 깨끗한 흰 떡국을 먹음으로써 한 살을 더하게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나이를 물을 때 '떡국을 몇 그릇이나 먹었느냐'고 비유하여 묻기도 하지요.
요사인 떡국떡이 타원형이지만 옛날에는 동그만 원형이었다고 합니다.
실지로 조선시대 궁중에서 가래떡을 동그렇게 썰어서 떡국을 끓여 겨울밤 야참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하얗고 동그란 떡국떡은 태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순수함, 완전함을 상징하며 새해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 합니다. 희고 길어서 순수와 장수를 뜻하는 흰가래떡은 한 해 살아가면서 순수한 마음 가짐과 건강을 생각하라고 새날의 음식으로 쓴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세상 일이 하도 시끄러우니, 온갖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간다는 일 자체가 정성인 시절입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고 따스함과 더불어 희망으로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