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실험 루비콘 강을 건너다.
10월 9일 오전 10시 36분 함북화대군무수단지의 수평갱도에서 북한당국이 핵실험을 실시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 측 지진연구센터도 진도 3.58의 인공지진파를 감지함으로써 북한당국이 발표한 핵실험보도내용을 사실로 확인하고 있으며 미국군부와 미국정보당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CNN 방송은 즉각적으로 특집보도에 나서면서 출연자마다 강한 톤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방언론들도 호떡집에 불난 것 마냥 북한핵실험보도에 법석을 떨며 나서고 있다.
북한중앙통신은 "우리과학연구부문에서는 2006년 10월9일 지하핵시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에 의해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핵시험은 100% 우리 지혜와 기술에 의거해 진행된 것이며 강위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갈망해온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 사변이다. 핵시험은 조선반도(한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라며 지하핵실험을 공표했다.
북한노동당창건 61주년기념일을 하루 앞둔 날에 실시한 지하핵실험은 앞으로 엄청난 국제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의 반응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본당국은 모든 북한선박의 일본출입항금지와 대북교역금지와 대북송금금지와 같은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북한을 고립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핵실험문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비핵화원칙을 무시한 북한의 핵실험은 중소까지 북한과 등지게 만들지 모른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과 주변국들의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있는 것이나 원화가 급상승하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투자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장면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북한당국은 앞으로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해서 위협한 바 있었다. 일본역시 북한이 핵실험을 실행하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하겠다고 천명해왔다. 북한에 공조적인 중국도 이례적으로 북한당국에게 핵실험을 자제하도록 강하게 만류해왔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대북포용정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평화통일원칙을 지향하던 우리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사업 분야도 당장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고 개성공단 사업확장 문제나 대북물자지원문제 등도 난경에 처해지게 되었다. 미국에 안보를 맡기고 있는 우리의 취약한 안보상황 때문에 북한을 지원할 수도 그렇다고 끝까지 경원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이다. 대북한외교문제에서 지렛대 역할을 자청해오던 우리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무색해져버린 셈이다.
미국의 제재위협과 주변국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협상카드인 핵실험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속셈은 복잡할 것이다. 먼저 부시의 일방적인 대북제재로 야기된 대북정책실패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생각해볼 문제다. 또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음으로써 대미협상을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적 입장으로 전화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게는 앞으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고립화를 극복해야하는 난제가 안겨졌다. 자멸이냐 난국탈피냐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우려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