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새로운 한 해, 갑진년 새 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쏘아놓은 화살과도 같이 지나가는 시간은 벌써 1월의 세 번째 주일, 전례력으로는 연중 제 3 주일을 맞게 됩니다. 특별히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언하신 하느님의 말씀 주일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2019년 연중 제 3 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제정하고 선언하시며,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하느님 말씀이 담겨 있는 성경을 더욱더 경건하고 친숙하게 대하고,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성찰과 전파를 위하여 연중 제 3 주일인 오늘을 온전히 봉헌하며 장엄하게 지내기를 권고하셨습니다. 이 같은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온 하느님의 나라에 합당한 우리가 되도록 우리를 회개의 삶으로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전합니다.
우선, 오늘 제 1 독서의 요나 예언서의 말씀은 주님께서 예언자 요나를 통해 니네베의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모습을 전합니다. 죄에 물들어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던 니네베 사람들은 하느님이 보내주신 예언자 요나를 통해 다음과 같은 주님의 말씀을 전해 듣게 됩니다.
“이제 사십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ㄴ)
요나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 성읍을 가로지르는 데에 사흘이나 걸리는 아주 큰 성읍이었던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가, 인간이 지어 만들어 그 위용과 위엄을 자랑하던 니네베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인해 사십일 안에 모두 무너져 내려앉을 것이라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니네베 사람들에게 선포합니다. 그러자 니네베 사람들은 모두 요나의 이 한 마디 말을 듣고 바로 단식을 선포하고 그 도시의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루 옷을 입고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께 자비를 청합니다. 이에 하느님은 죄에서 돌아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시고 마음을 돌려 그들에게 내리기로 했던 재앙을 거두십니다.
한편 오늘 제 2 독서의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의 말씀은 하느님에 의한 마지막 날의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전하며 지금의 삶의 모습을 변화시켜 그 때, 곧 주님이 다시 오시는 그 때에 주님을 합당하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함을 다음의 말로 역설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형제 여러분,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입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1코린 7,29)
이처럼 오늘 제 1 독서와 제 2 독서의 말씀은 공통되게 한목소리로 하느님에 의한 심판의 날이 머지않았음을 이야기하며 그 날이 가까이 다가온 지금, 하느님이 바라시는 대로 과거의 삶, 곧 하느님의 뜻과는 배치되는 죄의 삶에서 벗어나 회개의 삶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이 같은 오늘 두 독서의 말씀은 오늘 복음 말씀으로 그대로 이어지며 예수님의 음성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가까워 왔음을 전해듣게 되며 예수님의 부르심을 통해 변화의 삶으로 초대되는 제자들의 모습을 오늘 복음은 전합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마르코 복음의 말씀으로서 갈릴래아에서의 예수님에 의한 하느님 나라의 선포의 말씀을 오늘 복음은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오늘 제 1 독서의 요나의 선포를 연상시키는 예수님의 이 말씀으로 하느님 나라의 도래가 선포되며 예수님은 본격적으로 이 지상에서의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해 나가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이 사명의 수행을 도울 제자, 곧 사도들을 부르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을 부르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 중 특별히 물고기를 낚으며 삶을 살아가고 있던 평범한 어부들을 부르시는 예수님의 모습 가운데 그들에게 건네시는 다음의 말씀은 그 의미가 깊고 우리로 하여금 많은 묵상을 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예수님은 다음과 같은 말로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17)
고기를 낚던 어부들을 부르시는 예수님은 그들을 부르며 이제 그들을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던지고, 던진 그물을 걷어 올리며 고기를 낚고, 그 후에 그물을 씻고 있던 어부들에게 다가가신 예수님은 그들을 부르며 어부들이었던 그들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생판 처음의 낯설디 낯선 요구를 하지 않으십니다.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그들에게 예수님은 어부인 너희들이 이제껏 해왔던 것과 유사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그들을 부르십니다. 이 같은 점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의 부르심의 말씀은 다음의 말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삶을 버리고 나를 따라오너라.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라. 나를 따라오는 삶은 네가 이제껏 해온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껏 네가 해온 그대로 그물을 던지고 던진 그 그물을 걷어 올리면 된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제 그 그물에 더 이상 고기가 아닌 사람들이 낚일 것이다.”
우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은 결코 우리가 할 수 없거나,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그 무엇을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내게 익숙한 것, 그래서 내가 큰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는 그 무엇을 그 분은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그것을 통해 그 분은 우리를 부르시고 그것으로 우리를 당신의 뜻에 맞도록, 그리고 당신의 뜻에 합당한 사람이 되도록 우리를 변화시켜 주십니다. 왜냐하면 주님이신 하느님은 오늘 화답송의 시편저자가 외치듯, 어질고 바른 분으로서 죄인들에게도 길을 가르쳐주시고 가련한 이들을 올바른 길로 걷게 해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송동 교우 여러분, 새로운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한 해가 벌써 한 달을 지나 새로운 한 달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오늘 우리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은 새롭게 시작한 올 한 해의 삶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삶의 중심에 우리가 무엇을 두어야 하는지를 일러줍니다. 그것은 바로 오늘 복음의 제자들을 부르신 예수님이 지금 이 순간, 우리 각자를 불러주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우리 모두를 불러 주십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우리 삶에 중심에 두어야 하며 무엇에 우리 삶의 토대를 두어야 하는지를 하느님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말씀으로 그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의 이 음성을 듣고 여러분의 닫힌 마음을 열고 열린 마음으로 그 분의 부르심에 응답해보십시오. 그리고 그 부르심에 따라 나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시는 그 분의 뜻에 여러분의 삶을 맡겨보십시오. 그러면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처럼 당신의 길을 알려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시는 그 분께서 우리 모두를 당신의 진리로 이르는 길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 분은 우리 구원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 2 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헛된 세상의 형체에 사로잡히지 말고, 우리를 부르시는 그 분의 음성을 듣고 내가 만든 나만의 성읍 니네베를 버리고 하느님이 이루시는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려 노력하십시오. 제아무리 화려하고 그 위용과 위엄을 자랑하는 세상의 성읍이라 할지라도 하느님 앞에서 그 모든 것은 무너지고 말 헛된 것에 불과합니다.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그를 통해 은총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시는 그 분을 합당하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삶에서 돌아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회개의 삶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오늘 말씀은 이처럼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회개의 삶을 촉구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 우리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우리의 구원자 하느님을 믿고 그 분이 일러주시는 진리의 길을 따라 그 분이 마련해 주시는 기쁨과 행복의 상급을 풍성히 얻게 되기를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이시옵니다.”
(시편 25(24), 4-5ㄱ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