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래아 호수 위의 그리스도
외젠 들라크루아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는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로
작품은 초기 고전주의에서부터 바로크적 특징과
낭만주의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두루 포함하고 있다.
말년에 들라크루아는 역사화와 정부 건물에 그린 뛰어난 벽화로 인기를 얻었고,
프랑스 왕립 학술원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마르코복음 4장 35-41절을 배경으로 1853년 전후에
<갈릴래아 호수 위의 그리스도>를 7점 이상 그렸는데,
그중 이 그림은 1853년경에 그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이다.
성경에서는 예수님께서 거센 돌풍을 잠잠하게 하신 것이 핵심이지만
들라크루아는 거센 돌풍이 일어 풍랑에 시달리는데도
예수님께서 고물에서 편안히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장면을 그렸다.
그날 저녁이 되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들이 군중을 남겨 둔 채,
배에 타고 계신 예수님을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다른 배들도 그분을 뒤따랐다.
그때에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다가가 예수님을 깨우며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그들은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로 말하였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마르 4,35-41)
그림 전체의 분위기는 거센 돌풍이 불어 제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장면과
풍랑 속에서도 평온하게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대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이 보이는 바다 풍경을 그린 것은 아마도 들라크루아가
노르만 해안의 디에프를 방문한 덕분일 것이다.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하늘에 비치는 하얀 빛은
더 나은 날씨에 대한 희망을 암시할 수도 있지만
먹구름은 거센 돌풍이 되어 호수에 풍랑을 일으켜 배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짙은 회녹색 절벽과 청록색 빛이 감도는 검푸른 바다가 강렬하게 그려져,
흔들리는 배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 오는 급박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폭풍우 장면의 회색과 녹색과는 대조적으로
배 안에는 예수님과 사도들의 옷이 밝은 색으로 그려졌다.
주황색, 파란색, 노란색, 흰색이 두드러진다.
사도들은 강렬하고 요란한 색상의 옷을 입었지만,
예수님은 빛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상아빛 흰색 속옷과
부드러운 푸른색이 감도는 망토를 이불삼아 덥고 있으며,
노란색 후광이 턱을 괴고 있는 머리를 고요하게 감싸고 있다.
그림의 굵고 묵직한 붓놀림은 강렬한 감정을 순간적으로 포착했고,
들라크루아는 밑그림도 없이 빠른 속도로 그림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라
엄청난 감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려는 그림이다.
거센 돌풍의 공포와 밝고 고요한 그리스도의 형상이 대조를 이루어
숭고하고 심오한 영감을 주는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초자연적인 빛에 잠긴 잠자는 그리스도의 고요한 태도가
자연의 거센 분노와 제자들의 요란한 동요와 대조를 이루어
인생의 역경 속에서도 고요함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이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