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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자료실 스크랩 자녀교육 시행착오로 인한 엄마들의 결론
이진희 추천 0 조회 20 12.05.23 15:1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론 조급하게 생각하고

때론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희망에 부풀기도 하는

아이들로 인해 내자신을 성장하게 만들곤 한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것을 생각해내는 아이를 보면서

어느덧 훌쩍 큰듯한 아이를 보면서

새삼 아이들에게서 많은것을 배우곤 한다.

다음에 펌글은 참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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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 시행착오에서 얻은 엄마들의 결론
당신의 조급증이 때론 아이를 망친다

얼마 전 진보신당이 국가 통계 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의 올해 상반기 소득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자녀들의 학원비는 오히려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허리띠를 졸라맬지언정 쏟아지는 교육 정보 속에서 내 아이를 위한 교육비만큼은 줄이지 못하는 게 엄마들의 마음인가 봅니다. 한데 이것이 정말 우리 아이를 위한 길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교육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할까 늘 마음 한구석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면 오늘 선배 엄마들과 30년 교육학자가 전하는,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지혜와 경험에 귀 기울여보시죠.
진행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일러스트 홍종현
Part 01 옆집 엄마 교육 정보에 오늘도 팔랑귀?
그때는 몰랐던 내.아.이 위한 중.심. 잡.기

자녀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 중 하나는 ‘옆집 엄마의 교육 정보’에 혹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의 교육 성공담을 성향 다른 내 아이한테 적용한다고 해서 똑같은 성과를 거둘 확률이란 높지 않기 때문. 그렇다면 최소한 ‘실패 경험’이라도 피해보는 건 어떨까. 선배 엄마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소신, 나와 동시대를 사는 엄마들이 ‘헛된 노력’이었다고 후회하는 부분에 아직 그 길을 가보지 않은 엄마라도 어느 정도 공감을 표할 수 있을 것 같다.
취재 최유정 리포터 meet1208@paran.com
I 첫째 아이 시행착오 통해 새로 그린 자녀 교육 로드맵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은 학습 플랜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인 학습 궤도에 발디딘 젊은 엄마들은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며 흔들리기 십상. 이때 첫째 아이를 기르며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의 결론을 얻은 선배 엄마들의 조언을 길잡이 삼아 ‘숲’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자.

터울 많은 자녀 둔 엄마들,
연륜과 경험에서 얻은 소신
초등 2학년 딸 위로 외고 3학년과 1학년 자녀를 둔 유미혜(47)씨는 막내딸 학교 엄마들과 마주할 때면 늘 여유 있다. 교육 정보 교류가 한창일 때도 한 발 물러서며, 누군가 자문을 구할 때 건네는 말은 “그거 벌써 해봤자 적응 시간만 길어지지 않을까?” 정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애꿎게 버린 사교육비도 많고, 적기 교육의 효율성도 경험한 덕분에 막내에게는 그 시기에 해두면 좋을 학습 방법만 적용하고 있다.
물론 열혈 엄마들처럼 끌고 가진 않으니 당장에 상장 수나 시험 점수가 돋보이지는 않는다. ●●“나이 많은 엄마 때문에 아이가 손해 본다는 미안함도 있지만 일찍부터 너무 학습 위주로 끌고 가다 고학년 때 후회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무엇보다 사춘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순간”●●이라며 “되도록 아이 편한 쪽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유씨. 영재반에 다니던 초등생이 이도저도 싫다며 공부에서 손 떼는 모습도 봤고, 모범생이던 아이가 중학생이 돼선 반항만 하며 비뚤어지는 모습도 주위에서 봤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중3 아들과 초1 딸을 둔 김정란(48)씨는 ‘받아쓰기’ 점수마저 견제하는 둘째 아이 엄마들 틈에서 “언제 봤는데?”라고 물을 정도로 개의치 않는다. 하나만 틀려도 벌벌 떠는 첫아이 엄마들과 달리 수학 단원 평가 70점에도 “아주 잘했다”고 칭찬한다. 큰아이를 키워보니 당장의 점수로 기죽이는 일은 학습 증진 효과가 없더라며, 스스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진득한 내공과 동기부여를 최고 목표로 삼는다.

모범생 첫째 둔 엄마들,
둘째에게 강조하는 건?
올해 외고 지원 예정인 맏딸을 둔 이은선(50)씨는 둘째 아이 교육에는 전투욕(?)을 불사르지 않는다. 교육 특구에 거주하면서도 초등 1학년 아들의 스케줄은 영어와 과학학원뿐, 그외 시간은 일체 노 터치. 어학은 일찍 해둬도 좋다는 판단이며 과학은 아이가 좋아하기에 시키는 것이지, 첫아이 때보다 교육 열기가 과열되었는데도 흔들림 없이 해야 할 것과 군더더기를 명확히 구분해 진행한다. 대신 지금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어려서부터 갖춰야 할 ‘자립심’과 ‘자생력’.
●●“엄마들은 뭔가 많이 해줬기 때문에 아이가 실력을 쌓은 거라 믿지만, 돌이켜보면 스스로 하고자 한 욕심이 원천일 것”●●이라며 “자기 의지와 꿈이 있는 아이들은 당장은 밀리는 듯해도 언젠가 빛을 발하는 걸 봐왔다”고 전한다. 실제 저학년 때는 전혀 눈에 띄지 않던 아이가 고학년 가서 두각을 나타내는 케이스가 있는데, 십중팔구 책을 많이 읽고 부모의 친밀한 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라고.
초등 6학년 영재반 첫째 아이를 둔 이진영(45)씨는 매일같이 친구와 놀자고 전화하는 2학년 둘째를 오히려 ‘세상을 더 잘 살 것 같은 아이’로 인정한다. ●●“자기 의지 없이 끌려온 첫째는 공부는 잘해도 뭔가 하고 싶은 욕구가 없어 성인이 되어서도 앞가림을 해줘야 할 것만 같다. 반면 둘째는 당장 공부에 관심없지만 뭐든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높아 매사에 힘을 발휘할 것 같다”●●는 판단. ‘공부만 잘하는’ 첫째를 보면 진로가 오히려 걱정된다며, 어려서는 100점짜리 모범생 만들기에 매진하기보다 자존감 높고 자신감 넘치는 자아를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게 보다 가치 있는 투자라고 본다.

학습에만 올인하다
의도한 성과 못 얻은 후…
‘봐서 잘하면 특목고에 보낸다’가 아니라 ‘특목고 가도록 만들면 된다’고 판단하는 엄마가 많은 세태. 국제중까지 가세해 초등 저학년부터 본격적인 학습 플랜에 발동을 걸고 있다. 유아기부터 좋다는 교구 수업을 마스터하고, 초등학교에서도 5년간 나름의 플랜을 짜 강행했던 박아무개(41)씨도 그 시류에 편승한 케이스. 그러나 이제야 이렇게 아이를 ‘만드는’ 작업에 한계를 느낀단다.
●●“너도나도 한결같이 올인하는 판국에 결국 판가름되는 것은 아이의 의지와 두뇌 싸움이더라. 서서히 뒷심이 딸리는 아이를 보면 차라리 어렸을 때 실컷 놀게 하고 관심사도 두루 키워줄 걸, 또 다른 가능성마저 차단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
방과 후면 간식 먹을 틈도 없이 아이를 학원과 교습소로 돌린 최경진(43)씨가 요즘 후배 엄마들한테 자주 건네는 말은 “아이를 좀 심심하게 두라”는 것이다. 중학생 아들은 짜인 생활만 해온 탓인지 지금도 ‘엄마, 나 이제 뭐 해야 해?’라며 물을 때가 많다고. 어릴 때 심심할 정도로 자유롭던 아이들이 부모와 애착 관계도 탄탄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배움에 대한 호기심도 샘솟는 것 같다는 판단이다.
고등학생을 둔 엄마들은 간혹 “공부고 뭐고 나중엔 애가 집에 들어오기만 해도 고마울 것”이라고 한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 중학생만 되어도 엇나가는 아이가 많고, 훈계마저 통하지 않는 날이 오기 때문이란 것. 요즘처럼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는 분위기에서는 따뜻한 가정에서 인성과 정서를 잡아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선배 엄마들의 주옥같은 조언이다.
Ⅱ 후회와 정답을 던져준 학습 시행착오들
굳이 당장 필요한 학습 같지는 않은데도, 나중에 후회할까 두려워 서둘러 지갑을 여는 일이 많다. ‘아이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는 게 왕도라는 건 알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진 어쩔 수 없는 투자와 시간 낭비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얻은 것도 없이 돈만 낭비했다는 후회가 드는 부분, 엄마들은 무엇을 말해주고 싶을까?

해보고 나니… 아까운 사교육비, 부질없는 노력
젊은 엄마들이 이것저것 시키며 사교육비를 늘려갈 때, 경험 많고 나이 지긋한 엄마들은 ●●“그 돈 적금 들었다가 하고 싶다고 할 때 실컷 시켜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레이스에 뛰어든 엄마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일 뿐. ‘그 집 애는 시켜도 잘 못했으니까 하는 소리일 거야’ 하는 시니컬한 해석을 내리고 교육비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지나고 나면 ‘돈 아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 대비 성과가 없어 실망하는 일이 종종 발생.
여덟 살 아이에게 아홉 가지 사교육을 시키던 김유란(40)씨도 고등학생 둔 엄마 집에 갔다가 서둘러 사교육 재정비에 나섰다. “하나를 해도 꾸준히 해야 성과가 있지 이것저것 건드려보기만 하는 건 돈 낭비, 에너지 소모일 뿐”이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
현아무개(39)씨는 엄마표 학습을 너무나 잘 따라주는 아이에게 더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반항 한 번 없던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눈을 자주 깜빡이는 ‘틱장애’로 모든 걸 폭발. 학교에서 선생님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 괴롭히는 아이 때문에 가기 싫어했던 것 등 불안한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공부만 강요하다 닥친 결과다. 결국 현씨는 모든 학습을 접고 ‘절대적으로 아이 편’이 돼주어야 했다.

남들 말대로 시켰는데 도리어 후회?
같은 학원에 다닌다거나 그룹 수업을 받는 아이들끼리는 그만큼 교류의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에 엄마 입장에서는 ‘편승’을 고사하기 힘들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 영어학원을 그룹 과외로 돌린 이지연(37)씨도 ‘같이 하자’는 엄마들 말에 약해진 케이스. ●●“이 시기에는 꼼꼼히 밀착해 잡아줘야 한다”는 주위 말이 지당하게만 들렸다. 그러나 넉 달째인 요즘 ‘대세’에 따른 것을 후회하고 있다.●●“스스로 챙겨 얻어야 하는 학원과 달리 과외는 약점을 세부적으로 파악해 평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아이를 밀어붙이는 일만 늘었고, 학원보다 밀착도 높은 수업에 부담을 느꼈는지 갈수록 영어에 자신을 잃어가는 상태”라 전했다.
4인 토론 수업에 남은 한 자리를 횡재라도 한 듯 달게 받은 정유희(41)씨는 4주 만에 하차를 고려 중. 주도한 엄마가 선생님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바꾼 후 정씨 아이는 흥미를 잃었다. 그룹 수업은 아이들 성향도 잘 맞아야 하고 선생님과 아이의 궁합이 가장 중요한데, 내 아이한테 맞출 수만은 없는 것. 더구나 친한 친구끼리 하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고, 엄마끼리도 방해하는 아이는 은근히 그만두길 바라는 뒷말이 불편하기만 하다.
여기저기서 정보를 입수하고 실천해본 엄마들은 알겠지만 ‘친구 엄마’의 말에서도, 교육 커뮤니티의 댓글에서도 교육의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좋다고 해서 보낸 학원에, 잘 가르친다는 과외 교사에도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아이’에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신 좋지만, 마냥 손 놓고 있다가 후회할 수도
‘소신 엄마’를 아무런 준비 없이 아이를 방치하는 교육관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무방비’를 ‘소신’으로 자처하다 고학년이 되어서 아차 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중학생을 둔 엄마들이 어린 둘째 아이 학습에 관심없는 엄마에게 조언하는 부분도 “차라리 큰애를 학원에 보내고, 저학년 아이 기초 잡아주라”는 것. 고학년 아이 옆에 붙어 있느라 저학년 때 기초를 놓쳐 줄곧 헤매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은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므로 연산이나 사고력 문제는 하루 한 페이지라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외고는 들어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첫아이 한 학기 생활을 통해 절감한 양미화(45)씨는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에게 ‘외고 입학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정독은 기본이며, 토론과 논술 능력도 천천히 쌓아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배경 지식을 풍부하게 쌓아온 아이와 입시용으로 공부한 아이는 확실히 다르다”●●고.
적기에 챙겨야 할 것은 공부만이 아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운동’을 시키지 않은 걸 후회하는 엄마들이 많다. 특히 남학생들은 운동 잘하는 아이가 인기도 많고 자신감도 높은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속성’으로도, ‘특강’으로도 만회할 수 없는 건 아이들의 ‘정서’다. 어려서부터 안정된 부모 자녀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사춘기에는 마주 앉는 일마저 어색해지니 ‘때는 늦은 것’. 아이는 부모와 멀어지면 학습과도 멀어지기 쉽다.
Part 02 30년 교육학자에게 자녀 교육 길을 묻다
“공부에 질린 아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

교육계 석학이기 이전에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인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명문대를 나오면 아이 미래가 보장될 것 같아 두 눈 질끈 감고 아이를 학원으로 내모는 이 시대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서울대에서 수십 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는 “지금처럼 아이를 달달 볶다가는 서울대는 고사하고 공부와 인생에 흥미를 잃어버린 실패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얘기를 부모들에게 꼭 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공부에 질린 아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문용린 교수의 쓴소리.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최선주

이제 다섯 살이나 됐을까 싶은 아이에게 한자 카드를 내미는 엄마, 친구와 놀고 싶은 초등학생 아들의 간절한 요청을 ‘학원 숙제’를 이유로 단호히 거절하는 엄마, 딸아이가 영어 단어를 얼마나 외웠는지 내내 ‘스피드 퀴즈’를 내는 엄마. 요즘 버스 안에서 자주 목격하는 풍경이다. 밖에 나와서까지 저러고 싶을까 하다가도 돌아보면 내 아이를 대하는 모습 역시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겸연쩍어 고개를 돌리는 이유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61) 교수는 교육 시스템이 아무리 바뀌어도 자식이 공부 잘해 출세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이 달라질 거라 보진 않는다. 자식이 과거에 급제하는 게 유일한 꿈이던 조선조부터 1천 년 이상 지속돼온 ‘생존의 법칙’임을 부인하지 않기 때문.
“문제는 이 공부가 내 아이와 맞는지 판단하는 거겠죠. 소질도, 적성도 없고 앞으로 행복할 것 같지도 않은 분야를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니까 죽어라 끌고 가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너무 친절한 ‘사교육 로드맵’이 파괴한 자율성
문 교수는 요즘 부모들을 보면 걱정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유치원생 엄마들은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걱정, 빠르면 초등학교 3~4학년 엄마들부터 중학생 엄마들은 특목고 보내겠다고 걱정, 고등학생 엄마들은 코앞에 닥친 수능 걱정.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빡빡하게 스케줄을 짜 아이들을 돌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제자들을 통해 줄곧 봐왔다. 떠 먹여주는 대로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 대치동식 ‘과잉 강의’가 어떻게 아이들의 자율성을 파괴하는지.
“이런 교육을 받고 부모가 목표한 대로 서울대에 진학한 한 학생은 대학 공부를 너무 어려워했어요. 스스로 찾아 써야 하는 리포트도 부담스럽고, 혼자 하는 시험 준비도 너무 어려웠던 거지. 심지어 대학원 공부는 더 어려울 테니 도움 줄 만한 분을 소개해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죠. 게다가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공부에 질린 경우가 많아요. 한 제자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공부만 한 것 같아요. 신나게 놀아본 기억이 거의 없고, 특별한 취미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어요. 대학만 들어가면 실컷 놀겠다고 작정했는데 막상 어떻게 놀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라고.”
그래서 문 교수는 “어디 성적 쑥 올려주는 학원 선생 없나” 하는 엄마들의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무섭다. 자율성을 무시당한 채 너무 친절한 사교육 로드맵에 따라 타율적인 공부만 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서울대 간판’만 믿다가 큰코다친다는 것을 오랜 시간 봐왔기 때문이다.
맹목적 조기교육보다 ‘적기 교육’이 중요한 이유
아이가 또래에 비해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든, 아니면 좀더 앞서나가고 싶은 마음에서든 경쟁적으로 조기교육을 시키는 젊은 엄마들에게 문 교수가 강조하고 싶은 또 하나는 ‘맹목적 조기교육’보다 ‘발달 단계에 따른 적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 이는 튼튼하지 않은 빨랫줄에 물을 잔뜩 먹은 이불 빨래를 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 수학에 한자 급수 자격증까지 따게 합디다. 해보니까 잘 알아듣는 것 같아 점점 가짓수를 늘리거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지요. 사실 더하기, 빼기, 나누기는 초등학교 3~4학년이면 아주 쉽게 배울 것을 2~3년 당겨 가르치려고 애를 괴롭히는 셈이에요. 그렇게 해서 뇌 발달에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발달 단계를 넘어서는 조기교육은 아이들에게 좌절감만 주거든요. 생각해보세요.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 물리듯, 공부도 질리면 또 하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행처럼 ‘특목고 입시를 위한 레이스’에 뛰어드는 엄마들 역시 과연 이 선택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진 않는지 신중하게 점검해봐야 한단다.
“뇌 속에는 ‘도파민’이라는 뇌 호르몬이 많아요. 몸속에 도파민이 부족하면 파킨슨병이 와서 손이 떨리고 거동이 불편해지죠. 그래서 뇌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기도 하고, 촉진하기도 하는 스트레스가 무서운 거예요. 어린아이들일수록 뇌 세포가 스트레스에 약한데, 너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못 자고 뒤척거립니다. 그만큼 뇌 세포가 망가진다는 얘기죠. 특히 ‘너 이렇게 공부하다가는 옆집 아이한테 떨어질 텐데, 어쩌려고 그러니’ 같은 구체적인 비교는 가장 나쁜 자극이에요. 그렇게 만들고 싶으세요?”
그의 반문에 가슴 한 구석 뜨끔하는 엄마들, 적지 않을 것이다.
제자들과 두 아이 통해 얻은 교훈… 자발적 몰입과 적절한 독서 교육의 힘 믿을 것!
그렇다면 이제 문 교수에게 대안을 구할 차례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그가 강조하는 두 가지는 적어도 열 살부터 아이가 즐겁고 자발적인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것과 독서 교육. ‘다 아는 얘기잖아’ 넘겨짚지 말자. 오랜 시간 현장에서 봐온 사례와 두 아이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내린 교훈이 남아 있으니까.
“몰입이란 쉽게 말해 무아지경, 집중, 황홀함입니다. 특히 수준 높은 몰입은 자발적 의지에 따른 몰입이죠.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한 학생은 입시 며칠 전까지도 만화를 볼 정도로 남들이 알아주는 만화 마니아였어요. 한두 시간 머리 싸매고 공부하다 만화책 한 권 읽을 때의 재미는 오아시스 같았답니다. 엄마가 걱정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입시생이니 그 정도 자제력은 있어야죠’ 하는 답변이 걸작이었어요. 허허. 바로 이것이 진정한 몰입이에요. 강요된 공부에 지쳐, 자발적 몰입의 훈련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에겐 어떤 것에도 몰입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요.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지하는 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진짜 공부 뒷바라지죠.”
교육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때 독서 교육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문 교수 역시 부모로서 의욕이 넘치던 초보 아빠 시절 다른 건 다 풀어주는 대신 오로지 책 읽기 하나에는 욕심을 부렸단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는 것이 그의 뼈아픈 자성.
“집사람이나 나나 워낙 책 읽기를 즐기기에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어요. 애들이 왜 자기 방에 아빠 책을 쌓아놓느냐고 항의할 정도로 집에 책이 넘쳐났거든. 한데 아무리 아이들 옆에서 보란 듯이 책을 읽어도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는 거야. 아들 녀석은 물론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던 큰딸도 공부와 관련된 책이 아니면 들여다보지 않더라고요. 나중엔 내가 신문이라도 집어들면 은근슬쩍 피해 제 방으로 들어가고. 허허.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니 책 읽는 것 하나쯤은 억지로라도 시키면 안 될까 하는 마음이 든 게 사실이었는데, 결국 나의 ‘멘토 강박증’이 아이와 교감을 방해한 결과가 된 거죠. 또 늘 책 읽으라는 말은 했어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내용을 두고 같이 토론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독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이 바뀐 건 아니다. 공부란 결국 언어를 매개로 하기에 모든 학습의 핵심은 독서일 수밖에 없다. 단 전제는 적절한 접근법인 셈이다.
‘샤워실의 바보’ 피하려면 철학과 원칙 먼저 세워야
문 교수는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시각이 첫째 때와 달리 둘째 때 좀더 여유롭고 깊이 있어지는 이유는 지나고 보면 결국 아이가 원하던 궤적에 따라 왔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큰아이 때는 아등바등 아이의 궤적을 바꿔보려 애쓰지만, 가만히 보면 원래 아이가 갖고 있던 포물선은 예정된 방향대로 가게 마련이거든.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싶어한 아이를 밥벌이가 되겠냐며 공대에 보내거나, 공대가 맞는 아이를 법대에 보내 실패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아이의 소질이나 적성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데, 전 세계에서 우리처럼 부모 자식이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적은 나라가 없어요.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이벤트를 통해 함께 하는 시간을 자꾸 만들어보세요. 가만히 관찰하면 아이의 속내가 보일 거예요. 나는 ‘좋은 부모’가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보다 자녀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제일 잘하게 만드는 거라는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어요.”
문 교수는 저서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에서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교육 정책을 빗댄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을 인용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려면 손잡이를 더운물 쪽으로 돌려놓고 조금 기다려야 하거늘 이를 참지 못한 바보는 손잡이를 더 돌렸다가 이내 나오는 뜨거운 물에 화들짝 놀라 다시 찬물 쪽으로 돌린다. 온도가 여전히 떨어지지 않자 더 돌렸다가 이번엔 너무 찬물에 놀라 손잡이만 이리저리 돌리다 결국 샤워를 못 하고 만다는 얘기.
그는 꼭 어느 학습법이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들고, 입시 체제가 바뀔 때마다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아이를 다그치는 우리네 부모 모습 같다고 했다. “부모가 교육에 대한 철학과 원칙 없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면 아이는 ‘샤워실의 바보’처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장 미숙인 상태로 어른이 되고 만다”는 문 교수의 일침은 대입 제도가 변한다고 해서 벌써부터 몇백만 원씩 들여 입시 컨설팅업체들의 배를 불려주는 요즘 세태에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문용린 교수는 ●●●
40대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IQ 위주의 지능 발달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 풍토에 반기를 들어 아이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고 발현 정도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는 ‘다중지능이론’을 국내에 처음 제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울대 교육학 학사, 교육심리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최고의 유산> 등이 있다.
Part 03 학습 전문가에게 들어본 시기별 이것만은 짚고 가자!
엄마들이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소신’을 ‘무방비’로 오해해선 안 된다는 것. 초중고 교육 과정이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 시기별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학습 포인트는 무엇인지 재정비해보면 적성에 따른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학습전략실 김창식 연구원이 제안하는 단계별 학습 포트폴리오.
정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초등학교 4~6학년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 교과 학습은 물론 평생 자신의 학습 형태 형성에 기본을 쌓는 중요한 시기. 이때 다양한 독서 경험과 창의사고력 향상을 위한 학습이 앞으로 교과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학교 수업을 기본으로 하되, 여러 분야의 학습 경험을 통해 아이가 좀더 관심 있게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 능력 주요 요소로 부각
최근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와 논·구술, 면접 비중 증가 등으로 언어 능력이 주요 요소로 떠올랐다. 효과적인 국어 학습을 위해선 풍부한 어휘력과 배경 지식 쌓기가 기본.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새로 안 어휘를 국어사전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 학교 교과와 연계된 문학이나 과학 관련 책을 읽으면 선행 학습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신문, 잡지 등을 읽고 관심 있는 부분을 스크랩해 자신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두면 배경 지식을 쌓는 데 효과적이며, 사회 과목과 연계된 개념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

학년 간 연계성 높은 수학·과학
시작은 학교에서 수학, 과학 수업을 통해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 수학은 학년 간 연계성이 강해 어느 한 학년에서 개념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힘들어진다. 무리한 선행보다 철저한 복습 위주 학습이 중요. 과학은 다양한 실험 위주 학습 활동으로 기본 개념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개념이 확장돼 이 시기 개념 이해가 중고등학교 교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중학교 1~2학년
초등학생 시기가 영역별 근간이 되는 기본 개념을 쌓는 단계라면, 중학교 1~2학년은 개념을 체계화하는 과정. 과목별 내용이 심화돼 고등학생 때 다시 나온다. 학습 습관과 적성에 맞춘 진로 교육에 집중해야 할 시기. 과목별로 한 차원 높은 사고력이 필요해 이전 공부하던 방식과 큰 차이를 느낀다. 고교 진학을 위한 기본 준비 단계로 과목별 장단점과 적성, 특기를 고려해 학교를 선택,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생소한 어휘에 어려움 겪는 시기
문학 작품과 다양한 비문학 지문에 생소한 어휘들이 많이 등장, 어려움을 겪는다. 사전을 이용한 용어 정리는 필수. 긴 지문에 대한 독해 능력 향상 훈련을 꾸준히 하고, 글쓰기 연습을 통한 서술형 평가 대비도 필요하다.

수학, 고등학교 기본 개념 모두 담아
초등학생 때 배운 기본기를 활용한 공식 이해와 개념의 연계성을 파악해야 한다. 중학교 수학은 고등학교의 기본 개념을 모두 담고 있어 한 부분이라도 빠뜨리면 고등학교에 올라가 수학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학교 시험에 대비한 내신 위주 학습 습관을 잡는 것이 우선.

중학교 3학년
고교 진학을 직접적으로 고려한 대비 학습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성적이 좋지 않고, 습관이 잡히지 않아 고민이라면 3학년 2학기부터 고교 입학 때까지 6개월 동안이 마지막 기회. 새로운 마음으로 고등학교 선행보다 중학교 3년 동안 놓친 주요 과목 위주로 복습한다.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실력만 믿다가 큰코다칠 수 있는 시기. 수능 영역별 학습의 기본이 되는 1학년 과정은 교과마다 중학교 전 과정에 다뤘던 내용들이 반복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2~3학년보다 여유가 있다. 학교 수업 진도에 맞춰 과목별 예복습은 필수. 중학교 과정에서 놓친 개념들 때문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알고 넘어간다.

고등학교 2~3학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배운 내용이 심화된 부분을 학습하는 시기로, 수능과 논·구술 등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 기간. 수능과 논·구술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수능은 1학년 때부터 쌓아온 영역별 기본 개념만 탄탄히 구축해도 3등급 이상 받을 수 있다. 2~3학년 과정을 거치면서 심화 내용을 학습한다면 2등급부터 1등급까지 성적 향상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논·구술은 초등학생 때부터 쌓아온 독서량에 따라 결정된다. 제시문과 문항에 대한 이해, 분석력, 표현력까지 고3이 돼서 단기간 논술 학습으로 얻어지는 것이 절대 아님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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