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밤 보름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6개월 만에 다시 펼쳐진다. 지난해 10월 8일 개기월식은 1시간 동안 진행된 반면 이번엔 고작 12분 정도다. 달이 지구 그림자 중심부가 아닌 상단부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개기월식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나라에선 오는 3년 뒤인 2018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천문학의 발전과 대중화에 밑거름이 돼 온 개기월식의 원리와 의미를 돌아봤다.
6개월 만에 다시 개기월식... 이번에 놓치면 3년 뒤에
개기월식은 크게 '반영식→부분 월식→개기월식→부분 월식→반영식' 단계로 진행된다. 달이 지구 반그림자에 들어가 평소보다 어둡게 보이는 '반영식'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후 6시 48분에 달이 뜨기 때문에 관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날 날씨만 좋다면 오후 7시 15분 시작되는 부분 월식부터는 모든 과정을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달이 컴컴한 지구의 본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서서히 기우는 '부분 월식'은 1시간 40여 분 동안 진행된다. 오후 8시 54분 달이 지구 그림자 뒤로 완전히 숨는 '개기월식'이 시작돼 12분간 '붉은달'이 이어진다. 오후 9시 6분 다시 살짝 모습을 드러낸 달은 오후 10시 45분쯤 완전한 원형을 갖추지만 반영식은 자정께야 마친다.
개기월식 동안에도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고 지구 대기를 통과한 햇빛을 받아 평소보다 어둡고 붉은 달을 볼 수 있다.
달이 붉게 물드는 건 빛의 산란 현상 때문이다. 햇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산란 현상이 일어나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산란되고 파장이 긴 붉은 빛만 달 표면에 닿았다 반사돼 지구에 있는 우리 눈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월식'이 달에선 '일식'... 천문학 대중화 밑거름
개기월식은 태양-지구-달 순으로 나란히 설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구에서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동안 달에서는 태양이 지구 뒤로 지나가는 '일식'과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개기월식은 망원경이나 관측 도구가 없던 시절 천문학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2500여 년 전 월식 때 보름달에 드리운 그림자가 지구 그림자고, 이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역시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인 아리스타르쿠스는 2300년 전 보름달이 지구 그림자를 통과하는 시간을 측정해 달의 크기가 지구의 1/3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은 4일 오후 5시부터 천체 특강과 공개 관측회를 연다. 일반 시민들도 전문가와 과학 동아리 청소년들 도움을 받아 천체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할 수 있고, 대형 모니터를 통해서도 개기월식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날 한국천문연구원(kasi.re.kr), 국립과천과학관, 사단법인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등은 전국에서 개기월식 시민 공개 관측회를 연다. 특히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회원들과 천문지도사들은 4일 오후 전국 24개 지역에서 200여 대의 천체 망원경을 동원해 개기월식뿐만 아니라 목성, 금성 등 태양계 행성과 천체 관측을 도울 예정이다. 서울 성북구청과 낙성대 서울과학전시관에선 '개기월식과 달 관측의 즐거움' 등의 주제로 천문 강연도 진행한다.
심재철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기획국장은 "강연은 좌석이 200명으로 제한돼 이미 예약이 다 찼지만 전국 어디든 공개 관측회 현장에 가면 망원경으로 개기월식을 관측할 수 있다"면서 "언론에선 개기월식을 단순한 이벤트나 신비한 천문 현상으로만 보도하지만 천문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시민과 학생들이 눈으로 느끼고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행사 문의: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사무국 3275-1178, 010-6396-2265).
▲ 지난해 10월 8일 개기월식 당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공개 관측회 모습. 과천과학관은 오는 4월 4일 저녁에도 공개관측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