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직접 경험한 일과 간접 경험한 일
며칠 전 집을 구하기 위해서 살람과 살람 친구분과 이동 중이었습니다. 복잡한 바그다드 시내도로를 벗어나 고속도로와 만나는 외곽도로 편도 4차선의 널따란 도로를 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어요. 한국으로 치면 서울 외곽순환도로정도 되려나? 잘 가다가 갑자기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서서히 속도가 줄더니 약 시속 100킬로도 다니던 주위의 차량들이 대부분 시속 10킬로 정도로 서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저희 차량은 이리저리 앞으로 헤쳐 나가기 시작했고 얼마 안 되어서 차량들이 왜 이렇게 서행을 하는지 알 수 있었지요. 편도 4차선 넓은 도로에서 미군의 험비차량이 후미(後尾)에, 중간에는 미군 탱크가, 선두에는 미군의 험비차량이 이렇게 미군의 탱크와 차량이 4차선 중 가운데 차선을 탱크의 속도에 맞춰서 일렬로 운행 중이었고 맨 후미의 미군 험비차량의 미군이 총구를 아래로 향하고 뒤에 쭉 따라오고 있는 이라크 어느 차량도 자신들을 추월하거나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지요. 차선도 일차선이 아니라 편도 4차선이 되는 넓은 도로에서 미군 탱크와 험비차량 때문에 수백 대의 이라크 차량이 규정속도 약 80킬로 되는 도로에서 시속 10킬로로 답답히 뒤꽁무니에서 약 사 오십 미터 뒤에서 쫓아가는 꼴이 되었지요. 이미 제 입에서는 '!@#$%^%$#$%^&^'욕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앞좌석에 있던 살람과 살람 친구도 기가 막힌 듯 '저것 봐! 저게 미군이야. 누군가 앞으로 나오면 바로 총으로 쏴버릴 꺼야.'
한 오 분을 그렇게 쫓아갔을까? 옆에서 비슷한 속도로 가고 있던 덤프 트럭이 조금 씩 조금씩 속도를 높여서 미군 험비차량 과 최대한 옆으로 떨어져서 추월을 하려고 했지요. 이에 뒤의 차량들도 그 덤프차량의 꽁무니 뒤로 붙었고. 그랬더니 후미 험비차량 위에서 총구를 쥐고 있던 미군이 손짓으로 '접근 하지마. 뒤로 가.'라고 표시를 합니다. 순간 덤프트럭은 속도를 줄이고 다시 저희들과 비슷한 속도로 운행을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옆으로 갈 수 있는 샛길이 나오더군요. 차량들은 일제히 그 길로 빠졌고 한꺼번에 샛길로 빠진 차량들 속에서 한참을 씨름하니 다른 도로를 이용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늦게 서야 목적지에 도착했지요. 사실 그 당시 속으로는 미군차량에 의해 강제로 서행을 당할 때 그냥 미친 척하고 미군차량의 바깥으로 추월을 하면 진짜 총을 쏘겠느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오늘 살람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렇게 하지 않길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이틀 전, 바그다드 외곽도로에서(같은 도로는 아니에요.)미군의 탱크 행렬이 이동 중 일 때 미군들은 또 그런 차량 통제를 했지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라크 차량(오래된 중고 차량이 대부분입니다.) 중 한대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하여 속도를 줄일 수가 없었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차량은 경적과 전조등을 켜면서 나름대로 미군 험비차량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했는 듯 했어요. 탱크가 커브를 틀려고 할 때 이라크 차량은 핸들조작을 해서 탱크의 옆을 스치듯이 들이 받고 한 쪽 벽에 부딪쳐서야 멈출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때 미군의 험비차량은 그 차량에 대해서 기관총을 발포했고 그 운전사는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리고 살람은 미군의 주둔으로 인하여 이라크들은 계속 피를 흘려야 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실상 눈으로 보지 못하면 믿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히나 미군에 관련된 사건, 사고의 경우에 그렇지요. 작년에 제 주변에서 아부 그래이브 교도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속으로는 믿지 않았어요. 아부 그래이브 교도소에서 미군들이 이라크 사람들을 성 고문 한다거나, 수감되어 있는 이라크 여성, 심지어는 남성들도 강간한다는 그런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처음 접하면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거려도 속으로는 '에이! 설마. 뭔가 와전(訛傳)된 거겠지.'했지요. 그런데 올해 4월 아부 그래이브의 진실이 알려졌을 때 개인적으로 당시 내가 들었던 말이 모두 사실 이었구나 라는 걸 깨달았지요.
지금도 매일 많은 미군에 관련된 사건 사고를 접하고 보고 듣습니다. 와중에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도 많아요. 인간의 탈을 쓴 사람이, 이성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에 계속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인간적 행위를 인정하는데 저항하고 부정하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깨닫습니다.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 무엇을 남겼는지? 미국의 점령 하에서 지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쟁과 폭력이 무엇을 양산하는지? 점령이 지속되면서 어떻게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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