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 여전히 반대말놀이 / 감상 - 김승희, 김시언, 임정일

[즈런나모]

여전히 반대말놀이

                                  - 김선우

행복과 불행이 반대말인가

남자와 여자가 반대말인가

길다와 짧다가 반대말인가

빛과 어둠

양지와 음지가 반대말인가

있음과 없음

쾌락과 고통

절망과 희망

흰색과 검은색이 반대말인가

반대말이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 때문에

마음 밑바닥에 공포를 기르게 된 생물,

진화가 가장 늦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에게 가르쳐주렴 반대말이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들아 어른들에게

다른 놀이를 좀 가르쳐주렴!

― <시작> 2011년 여름호 /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

이 시를 읽고 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얼마나 이항대립적 배타성의 폭력에 물들어 있었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반성했다. 세상에는 반대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중간항이 있고 꿈이나 사랑은 그 중간항에서 자란다. 세상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섬세한데 아직도 좌파·우파만 있는 줄 아는 분들께 이 시를 권한다. 파블로 네루다가 “사람은 누구나 조금은 리얼리스트, 조금은 모더니스트”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는 누구나 조금은 좌파, 조금은 우파인 것이 아닐까.

김승희 시인ㆍ서강대 국문과 교수

‘나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둘로 나누고 그 속에 갇혀 힘을 과시한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야 더없이 편안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둘로 나눌 수 있을까. 시인은 ‘여전히 반대말놀이’를 하느라 ‘진화가 가장 늦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은 ‘반대말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들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반대말놀이가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을 버릴 수 있을까. 아니,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김시언 시인

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한 쪽만 보는 편견입니다.

한 쪽만 보는 것은 한 쪽으로 치우친 선입견을 만듭니다.

선입견은 유연함이 없어 쉽게 굳어버리며 단단히 굳은 생각은 고정된 관념을 만듭니다.

편견에서 벗어나면 더 넓은 세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선입견을 버리면 세상이 좀 더 유연해 집니다.

고정관념을 버리면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편견은 자신을 우물에 가두는 것과 같습니다.

우물 안에서 보이는것, 그 테두리 밖에 있는 것이 세상입니다.

임정일 시인 / 산문집 『동행』, 「흔들림 없는 삶을 원하는 당신에게」, 책나무, 2013

[즈런나모]

gaiA님께서 2016년 8월 19일 김시언 시인의 감상글과 함께 올리셨던 시입니다..(글번호 ; 207)
오늘 김승희 시인과 임정일 시인의 감상글을 덧붙여 다시 한번 올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감상, 시공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모두모두 코로나 잘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gaiA]

고맙습니다 즈러나모님 몸은 어떠하신가요 늘 건강하시옵길

[즈런나모]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백수라 어디 갈 데도 없고..
코로나로 불러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고..
그저 방에 콕 처박혀 있습니다..
우리 카페지기님은 잘 견디시는지요..?

[gaiA]

저도 덕분에 잘지내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고 좋은날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