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갤러리 투어를 하기로 합니다.
먼저 점심을 먹기로 해서 인사동으로 갑니다.
채식전문식당 오세계향..
입구에 채식을 한 유명인들의 사진을 걸어놓았네요.
예수, 석가모니, 간디, 아인슈타인, 제인구달, 달라이라마, 슈바이쳐, 밥 딜런, 마이클 잭슨,
다이애나, 부룩쉴즈, 리처드 기어, 아웅산 수지, 반 고흐, 니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반가웠어요.
시공간을 넘어서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
또 고난을 많이 당한 사람들이네요.
그러나 무심히 흘러가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영향을 많이 끼친 이들입니다.
깔끔한 내부에 영성지도자의 워크샵하는 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구요.
탁자에 홈을 파고 꽃을 넣고 유리를 덮어서 좋아하는 꽃에 따라 좌석을 선책할 수도 있어요.
요즘 자연미술에 관심이 많은 진달래와 같이 오고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광택없은 하얀 도자기 찻잔과 차주전자도 단아해 보입니다.
연잎밥 정식, 표고버섯말이, 우엉들깨탕 정식, 버섯탕수를 시켜서 골고루 먹어봅니다.
탕수육은 좋아하나 고기가 들어가서 튀김만 떼서 조심조심 먹고,
장조림도 국물과 메추리알만 골라서 먹었었는데
고기같이 보이나 고기가 아니어서 마음놓고 다 맛볼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식사후 차를 3주전자나 부탁해서 마시고 또 마십니다.
둥굴레와 보이차를 섞은차가 진하지 않으면서 구수합니다.
이야기숲에서도 아이들과 이렇게 만들어서 마셔보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갤러리 투어를 하러 정독도서관 뒤로 갑니다.
오늘 우리를 안내해 줄 가이드를 만납니다.
조소를 전공하고 문화운동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
조곤조곤한 말씨에 인상이 참 좋은 청년입니다.
먼저 좁은 계단을 올라간 2층의 작은 갤러리,
이은의 '일상의 여백'이라는 사진전을 봅니다.
자신의 집, 자신의 일상의 사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의 여백'의 글을 인용해 놓았습니다.
무심하던 사진이 무라카미의 글을 만나니 마치 살아나서 자신을 소개하는 듯 느껴집니다.
사진이 아니라 작가의 집에 들어와 있는듯한,
우리의 일상을 보고 있는 듯한,
여백이 많은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참 편안해 집니다.
'여백'이 있어서 지루한 일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 우리 아이들에게도 '여백'이 필요함을 새삼 느낍니다.
- 난 하늘이 좋아. 하늘은 나를 질리지 않게 하고,
보기 싫으면 보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
- 너에게 필요한건 시간과 경험이야 -
골목길을 돌고 돌아 들어간 지하의 조그만 갤러리,
동양화 작가 박능생의 '도시를 탐하다'의 전시공간입니다.
뉴욕의 사람들, 부산의 야경, 해변으로 간 도시인들,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들..
묵과 붉은 소나무염료, 그리고 아크릴 물감으로도..
동양화의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나무를 깍아 직접 붓을 만들어 다양한 터치를 해 내고 있네요.
이야기숲에서도 나무를 깍아 먹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진정한 예술가는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직접 만들게 되나 봅니다.
소재는 옛것, 주제는 지금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 '우리화'라 부르고 싶어졌어요.
부산의 영도다리 건너 섬동네 산복동을 그린 그림은 크기가 벽면하나를 다 차지 해서
부산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아랫동네를 내려다 보고 있는듯 합니다.
검은 먹의 시원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무더운 여름의 밤바닷가 같기도 하구요.
- 번지점프 하는 사람들 -
안내를 하는 작가가 자기 얘기, 작가들 얘기, 그림 얘기, 문화투어에 대한 얘기를 조곤조곤 해줍니다.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관람자들에 맞춰 잘 소통하고, 주요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면서,
여유있고 편안하게 해주고.. 참 마음에 드는 청년입니다.
마치고 나오니 모두 다리.허리가 아프다고 난리네요..
골목 저 아래 까페로 들어갑니다.
'Museum Radio'라는 까페 이름답게 지하로 내려가니
와우~
온통 옛날 오디오들, 유명 스피커, 엠프, 턴테이블..
고색창연하고 중후한 원목의 옛 가구들.. 정말 오디오 박물관입니다.
여울각시의 소망중 하나가 집에 오디오방을 꾸며놓고 마음껏 좋은소리의 음악을 듣는것입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얘기하니 빨리 다은이를 시집보내 버리라고 합니다. ㅎㅎ
커피도 맛있고 자몽빙수도 일품입니다.
간결하고 깨끗한 나무탁자와 낮고 편안한 의자, 인테리어도 마음에 듭니다.
모두 만족스러워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약속하고 헤어집니다.
저녁 모임이 있어 이제 여의도로 갑니다.
모처럼 반가운 사람들 만나서 밥먹고, 회의하고 식당 문닫는 시간이 되어서야 나옵니다.
친한 몇명은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까페에 가서 늦은 시간인데도 또 커피를 마십니다.
집에와서 늦게 잠자리에 듭니다.
처서(處暑)가 되니 확실히 밤바람이 달라졌네요.
한달만에 방에 들어가서 자기로 합니다. 방에 누워도 덥지가 않아요.
'처서에 모기 입 돌아간다'더니 절기에는 무더위도 못당하는가 봅니다.
시간이 새벽이 되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 다시 일어나서 나옵니다.
앉아서 맞는 시원한 바람이 좋기도 하고,
낮에 둘러본 북촌의 골목길이 생각나기도 하고.
누구와 통화를 하고 싶어집니다.
그 누구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