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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2000-728, 2019. 11. 26. 화>
< 어른의 학교 >
이윤기 지음
민음사
이윤기(李潤基, 1947. 5. 3.- 2010. 8. 27.)
대한민국의 소설가이자 번역가, 신화학자.
경상북도 군위군 우보면 두북동 2구에서 그는 9남매를 낳아 7남매를 키운 집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첫돌을 지낸 직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집안은 400년 가까이 안동에 터잡고 살다 의성을 거쳐 군위로 이주.
대대로 종8품 능참봉을 지낸 집안.
1958년 대구로 이사.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하얀 헬리콥터〉로 문단에 등단.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로 제 29회 동인문학상을 수상.
2000년 한국번역가상을 수상. 소설집 《두물머리》로 제8회 대산문학상을 수상.
2010년 8월 27일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정지로 인하여 향년 6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 연보 -
1947년 5월 3일 경상북도 군위군 우보면 두북동 2구 출생.
1974년 잡지 학원 편집부 기자.
~1980년 성결교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순천향대학교 문학 명예박사
1991년~1996년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종교학 초빙연구원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문화인류학 객원 교수
-수상 –
1998년 제29회 동인문학상
2000년 제4회 한국번역가상
2000년 제8회 대산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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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에 실려 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갈 뿐
(乘興而來興盡而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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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vsky Symphony No.4 2nd movement
Stat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 (Svetlanov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Terje
Mikkelsen
Sala
Sao Paulo, 13 Apri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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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너무 좋아하면 뜻이 상한다는 옛말의 깊은 뜻 알아먹는 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다니 참 한심한 일입니다.
그래서 머리띠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하지요.
「그래 … 머리카락을 짧게 깎으면 머리띠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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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 , 내 머리띠. 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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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북채 … 사람의 기(氣)가 실리면, 그거 별거 아니다. 소리꾼의 박(拍0과 박 사이를, 머리카락 올 째는 듯이 치고 들어가면서 북통을 따악 … 하고 치면, 탱자나무 북채도 뚜욱뚜욱 하염없이 부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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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번쩍 듭디다. 뭘 한다 하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요.
더 아름답기 위해서는 범하지 못할 법칙이 없다고 하니, 탱자나무를 도벌한 죄는 면죄부를 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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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도둑 20-21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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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더라.
자기 하는 일에 깨어 있더라는 것이다.
저금하는 놈과 공부하는 놈에게는 못 당한다는 옛말이 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는 전문성,
그걸 뭔 수로 당하겄냐 …」
깨어 있는 상태에서 보아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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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은 그 깨어 있는 상태에서 쌓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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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야 보이는 것들. 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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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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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져야 하는 것은 세상이 아닙니다.
바로 ‘나의 눈, 나의 인식'인 것이지요.
결국 ‘나'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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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는 없다. 44-48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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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으로 사자를 다스리는 서커스단의 조련사를 아시지요? 우리는 사자가 공격해 올 경우 조련사는 채찍을 휘둘러, 혹은 고압의 전기 충격으로 사자를 격퇴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군요. 사자를 다루기에 앞서 조련사는 사자를 넉넉하게 먹이고 마음을 가라앉혀둔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사자로 하여금, 조련사를 공격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둔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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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세요. 조련사는 채찍을 들면서, 앞발을 뒤로 뽑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사자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는 것은 자기가 자기만의 공간이라고 상정한 지점에서 조련사가 발을 뽑았기 때문입니다. 사자에게 실로 이 순간은 실락원(失樂園)과 복락원(復樂園)의 착잡한 순간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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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유. 52-53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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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은, “백 년을 한 산만 바라보며 나는 살 자신이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나는 그가 마음에 듭니다. 영원히 … 라고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영원의 알레고리*는 도처에 있습니다. 문제는 영원의 지각 범위(知覺範圍)가 되는 우리의 시력(視力)입니다. 영원한 것이 존재하느냐 마느냐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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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고리(Allegory)는
그리스어 ‘다른(allos)’과 ‘말하기(agoreuo)’라는 단어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알레고리아(allegoria)’의 영어 식 표현이다.
우리 영원의 길이. 61p
Agnes Baltsa - To Treno Fevgi Stis Okto (The Train Leaves At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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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날이 얻어들이는 정보, 나날이 읽어들이는 교양이 무엇으로 바뀌는지 보여다오.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도록… 」
「그대가 우겨넣는 나날의 먹거리가 뱃속에서 소화되어 무엇이 되는지 보여다오,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도록…」
나는 이 여행 끝에 이제 이런 생각을 하나 덧붙이게 됩니다.
「세모꼴이 되었든 네모꼴이 되었든 그대가 그 소유권을 차지했다고 생각하는 땅을 보여다오. 그대가 어떤 인간인지 짐작 할 수 있도록… 」
나비는 수심(水深)을 몰라서 바다가 조금도 두렵지 않다 … 이렇게 노래한 시인은 김기림이던가요. 올리버 크롬웰은, 사람은 어디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지 모를 때 가장 높은 데까지 올라간다고 했지요 , 아마.
사람의 땅. 71-72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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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약속을 거두어가셔요. 지금이 좋아요. 행복해요. 천사님께 말씀드릴 소원을 생각하다 보니 제가 막 불쌍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천사님이 이루어지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이 이 세상에서 자장 좋은 약속인 줄 알았더니,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약속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약속을 거두어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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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학교. 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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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많이 가진 사람들, 가진 것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이면 거 참 외로워지지요? 특히 내가 많이 가지지 못했을 때, 그래서 가진 것을 사랑할 수 없을 때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전혀 외로워질 필요가 없답니다. 사물에 대한 지나친 애정은 오히려 그 사람의 큰 뜻을 상하게 할 수 있답니다. 한문으로는 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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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거리는 차를 몰고 다니면 신경이 쓰여서 공부가 안된다」는 겁니다. 사실, 그 교수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 한국인 교수를 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완물상지. 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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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confirms the authenticity and antiquity of myth.
(이것이 신화의 확실성과 고유성을 확증한다).」
흔히 대할 수 있는 번역입니다. 사전을 펼쳐놓고는 이렇게 밖에는 번역할 수 없습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많은 책들이 이런 역문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통탄합니다. 일본의 고약한 본을 본 증거인 것이지요. ‘확실성과 오유성을 확증'한다니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진짜 의미는 전해지지 않지요.
「이것만 보아도 신화가 얼마나 우리 삶에 닿아 있는 것,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에이, 어디 신화만 그런가요.
번역도 그런 걸요.
루거를 불태우지 맙시다.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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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지 못한 꽃이 흐드러지고, 샘이 깊지 못한 물이 굽이칩니다. 이 시대의 많은 분야 종사자들은, 기본기도 되어 있지 않은 주제에,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주제에, 콜로세움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을 부리는 검투사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 너무 서둡니다.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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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빠르되 지나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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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찬」 에 돌을 던질 때조차도.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127p
찬찬찬 / 편승엽
작사:김병걸 작곡:이호섭 1992
お祭りマンボ(美空ひばり)
1977年(昭和52年の映像)
愛燦燦 - 美空ひばり / Hibari Mi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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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 없는데 금연 없고, 집착 없는 데 해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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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너를 괴롭히느냐,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거라 … 그런 연후에는 그 자유로부터도 자유로워지거라 … 조주 스님이 이러시는 것 같네요.
자유로부터의 자유. 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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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似而非)’ 무엇이냐? 비슷하지만 아닌 거, 그게 사이비다. 너는 인마, 비슷하지만 , 아니야.」
나는 어렵풋이, 마음의 이 두 상태는 어쩌면 상호 작용을 통하여 나라는 인간을 지탱하는 에너지 노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짐작할 뿐, 이것을 밖으로 노출시키거나 개념화하는 것은 삼가왔습니다. 말하자면 안으로 다스려왔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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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오스타시스’라는 말을 생각해 내게 된 것은 큰 다행이었지요. 생리학에서 쓰이는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항상성(恒常性) 즉, 신체 내부의 체온, 화학적 성분 따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상호 조절을 통해 스스로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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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제서야 내 마음을 번차례로 지배하는 우월감과 열등감이 바로 마음의 초보적인 호메오스타시스 현상이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평생 공부가 필요할 것입니다만, 마음이 마침내 호메오스타시스(恒常性)이 되겠군요.
호메오스타시스. 140-143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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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 길을 돌아 이 자리에 이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나그네 신분으로, 벗들이 꼭대기를 차지하고 노니는 산기슭에서 이번에는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너는, 그러면, 삶에서 무엇을 취할 것이냐? 가죽이냐, 살이냐, 뼈냐, 골수냐?
그 무얼 찾으려고.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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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왼 것이 아니고 이미지를 왼 것이어서 그랬던 것일까요. 하여튼 따로 가사 왼 기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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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좋아하던 한 어리석은 사람이 소리 더 좋으라고 돌을 모조리 치워버리니 시냇물은 그만 노래를 잃어버리더랍니다.
우리는 이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166-167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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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모래고 유달산은 유달산입니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모래와 유달산의 참 의미로부터 장님이 됩니다. 내가 인문지리를 하찮게 여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프레그먼튼 斷想.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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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세상의 문이라는 문은 모두 보이지 않는 문의 상징이 아닐 것인가, 싶군요. 그러니까 일주문은 상징적인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그것이 곧 산문(山門)은 아닌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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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가는 길.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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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필칭 ‘불립문자'라고 하나 문자도 방편(方便)될 것이면
가히 길동무 삼을 만한 것이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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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p
Stephane Grappelli(1908.1.26.-1997.12.1.) & Yehudi Menuhin(1916.4.22.-1999.3.12.)
- Autumn Leaves -
Stephane Grappelli & Yehudi Menu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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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은, 일기장이 사라진 시대의 내 일기장이다.>
…
189p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