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창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창업 컨설팅 시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성공 창업을 위해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점포 운영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컨설팅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늘고 있고, 창업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생존율이 크게 낮아진 점도 창업자들이 컨설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아이템 소개와 상권 분석 등 단순 정보 제공 차원에 머무르던 창업 컨설팅도 업종별, 창업 형태별로 경영 전략을 수립해 주는 등 보다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다.
국내에 창업 컨설팅이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초다.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하이텔 등 PC 통신을 통해 창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를 이뤘고 소자본 창업 아이템을 개발하거나 해외 프랜차이즈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때 활약한 이들이 박주관 유재수 이형석 박원휴 이경희 씨 등이다.
1997년을 기점으로 창업 컨설팅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퇴직자가 대거 창업에 나서면서 컨설팅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창업을 경험한 이들이 속속 컨설팅 업계로 진입하면서 업종별로 특화된 컨설팅이 이뤄지고 보다 전문적인 창업 교육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인호 이상화 심상훈 서정헌 양온식 김갑태 씨 등이 이 시기에 창업 컨설팅 업계를 주도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창업 컨설팅 업계는 또 한 번 세대교체를 경험한다.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속속 창업 컨설팅 업계로 진출하면서 브랜드 인큐베이팅이 활발해졌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시스템 구축 및 브랜드 홍보를 위한 컨설팅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 형태의 창업이 아닌 독립 창업을 돕는 컨설팅도 활발해졌고 인터넷 쇼핑몰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전문 컨설턴트도 등장했다. 창업 컨설팅 3세대로도 불리는 이상헌 강병오 서민교 이경태 김상훈 황윤정 씨 등이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개인·기업·기관 ‘모두가 고객’
창업 컨설팅은 크게 개인 창업자와 프랜차이즈 업체, 정부 기관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한 컨설팅으로 구분된다. 개인 창업자에 대한 컨설팅은 업종과 점포 선정, 프랜차이즈 업체 추천, 창업자금 마련, 점포 운영 및 광고·홍보 방안 등에 관한 상담이 주된 내용이다. 컨설팅 업체들은 개인 창업자의 창업 자금대별로 적합한 업종과 상권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창업 시 필요한 운영 노하우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특정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연계된 업종별 창업 교육도 수시로 연다.
아이템이나 브랜드 선정과 같은 단순 상담은 5만~10만 원 정도면 된다.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타당성 조사 등 보통 2~3주가량 걸리는 작업은 100만~3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상권 분석과 점포 선정 등 부동산과 관련된 조사도 대행해 주는데 300만~800만 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컨설팅 업체에 맡기면 점포 임차 비용을 제외한 창업비용의 20%가량이 컨설팅 비용으로 들어간다.
기존 창업자들 가운데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업종 전환이나 매출 활성화를 돕는 점포 클리닉 컨설팅도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장사가 잘되는 점포의 아이템과 운영 노하우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전수하는 창업 컨설팅도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메뉴 개발까지 해주는 경우 점포당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의 비용을 받는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한 컨설팅도 창업 컨설팅 업체들의 주요 수익원이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과 매뉴얼 작성, 마케팅 및 브랜드 홍보 방안 수립, 직원 교육, 법률 및 세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브랜드 인큐베이팅은 통상적으로 3~6개월 정도 걸리며 컨설팅 비용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2000만~50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창업 컨설팅 업체 외에도 창업 관련 상담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중소기업청이 실시하고 있는 자영업 컨설팅 서비스 제도가 그것이다. 자영업 활성화를 위해 중기청은 지난 2005년부터 자영업자가 희망하면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상담사 등 전문 컨설턴트들이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명예퇴직자, 주부, 청년층을 중심으로 창업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창업 컨설팅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상담사로 활동했거나 가맹사업 거래 상담사나 경영 지도사 자격 시험에 합격한 이들이 속속 창업 컨설팅 업계로 유입되면서 양적으로는 크게 풍부해진 상태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없다 보니 능력과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컨설턴트가 양산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1~2년 새 창업 컨설팅 업체가 많이 생겨나면서 그만큼 예비 창업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컨설턴트들의 자질과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실 프랜차이즈 업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번한 창업 시장에서 컨설팅 서비스마저 부실화된다면 창업자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다른 컨설팅 분야는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한 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반해 창업 컨설팅은 사실상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창업 컨설팅 시장의 양적 팽창 못지않게 질적인 향상이 시급하며 컨설턴트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발하기 위해 이론·실무적 지식을 쌓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돋보기│인기 컨설턴트는 누구
3세대 주도…강병오·이상헌 ‘두각’
현재 국내 창업 컨설팅 시장은 2000년대 이후 등장한 3세대 컨설턴트들이 주도하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 서민교 맥세스실행컨설팅 대표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세대에 속하는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과 박원휴 체인정보 대표, 이형석 비즈니스유엔 대표도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한 B2B 컨설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국내 대표적 창업 컨설팅 업체였던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출신인 강병오 대표는 원할머니보쌈, 훌랄라치킨, 행복추풍령감자탕 등의 컨설팅을 맡아 안정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이상헌 소장과 서민교 대표는 각각 패스트푸드와 편의점 업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과 브랜드 인큐베이팅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경희 소장과 박원휴 대표의 경우 우수 아이템 발굴과 해외 유망 브랜드 도입 분야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개인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분야에서는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 소장과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대표, 이경태 맛있는창업연구소 소장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액세서리 전문점과 음식점을 운영했던 심상훈 소장은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점포 마케팅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1997년부터 창업 컨설팅을 하고 있는 김상훈 대표는 성공한 점포의 노하우를 저렴한 비용에 이전해 주는 ‘전수창업’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경태 소장은 부실 점포의 문제점을 파악해 매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는 점포 클리닉 서비스가 전문 분야다.
이들 창업 컨설턴트의 몸값은 부동산이나 금융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창업자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까지 컨설팅 비용을 아까워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