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통해 내가 있다
시에의 정신은 반딧불이요, 잃을지 모르는 또는 강탈 당할지 모르는 소중한 열정을 같이 나누며
걸어가자는 취지이다. 집단 우울증의 시대에 문학이 대중에게 까지 팔을 뻗지는 못하더라도
동류의 연대를 통해서라도 이 집단우울증에 매립되지말고 깬 정신으로 서로 붙들고 가는 절박감
을 숨길 수 도 없다.
문우들의 고향을 통해, 나는 위안을 얻고 가 보지 못하고 다다르지 못한 서정과 전복의 꿈을 꾼다.
그런 꿈에라도 취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근접시력 교정이 안되는 민망한 홍채의 근육에 새 힘을
키워서라도, '그'를 읽는다.
이애리 시인 덕에 하슬라역에 머무는 시인을 본다. 라문석 시에회장은 그녀의 시집을 통한, 크레파스 같은
푸석한 포말을 맘에 그리며 하슬라역을 응시한다. 어찌 슬픔을 에둘러 감추고 하슬라의 노래를 후렴한다.
박부민 시인은 새벽처럼 출발하여 해질 무렵 우포에 당도하여 찬란하고 시린 풍광을 그대로 복사해
주기도 한다. 김황흠 시인은 이 몸을 남평 장 한 가운데로 몰고 간다. 내가 김시인이 되어 홍어 처럼
익지 못한 국밥집 아주머니를 만난다. 난 새벽이라도 그 술 한잔 먹고도 싶다. 그런가 싶더니 김지순
시인은 나를 숲으로 끌고 들어가 산딸나무, 채송화, 바람개비꽃과 복화를 하게하고 빛을 다투며 뻗는 손을
잡으란다. 매번 김시인은 나를 어지럽게 녹색황홀에 물들게 한다. 그 참, 수액소리까지 쫓으라니......
헐, 김연종 시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체여행을 마이크로 칩을 타고 다니게 한다. 이번 여행은 지난
여행 보다 덜 까다로와 편하게 읽는다. 허이쿠, 김민호 시인은 끝내 밤낚시터 까지 끌고 가네.....
아, 박응식 시인은 내가 놓친 벌곡 하트펜션의 취욕을 대리만족하게 해 주었다. 특별히 고맙게 느낀다.
어제부터, 시의 혼령은 나를'고흥'에 매달고 있다. 아마도 박부민 시인 때문인지는 모르나, 그 보다는
'백제서기' 등의 전설적 저술을 남긴 백제의 대문호 '고흥'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가보지 못한 곳을
감히 시제로 삼다니. 2연 까지 달려 보았지만, 여전히 큰 제목이다. 그래, 남대문 안 본 사람이 더 목청
클 수도 있다지, 질러 보자. 고흥!
새로운 문집에 흥분하는 것은 나의 이데아가 시인과 수필가와 접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머뭇, 멈칫하던 발걸음에 그의 작품을 통해, 날개를 달고, 투명인간도 되었다가, 마이크로 여행까지 한다.
그러면 마치 나는 그의 빛을 내 마음 바구니에 담고, 그가 변주하는 조율에 내 몸을 맡기게 된다.
그 황홀과 비애와 상채기 까지, 서로가 외롭지 않게 보듬는, 또는 손을 건네주고 싶은 상정을 교감한다.
5집의 필진들께 감사한다.
그리하여, 여름의 우울을 딛고, 또 걷는다.
첫댓글 시에티카로, 문학의 소통을 이루어나가는 시에문학회, 자신을 넘어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무크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필진으로 참여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 속에서 강태규 선생님의 자상함과 섬세함을 함께 느낍니다. ^^
"그를 통해" 시에티카"가 있다".
강태규 선생님의 자상함이 마음을 배이게 합니다. 근자에 제가 외적 일이 많아 무관심한것 같습니다. 미안함이 가득 합니다.
시에티카를 이토록 사랑 깊게 읽어본 적이 있는가? ....돌아보는 마음이 생깁니다. 늘 건안 하시길 빕니다.
시에티카 5호를 아직 받지 못했는데, 정말 빨리 보고 싶네요. 저만치 앞서가시는 발자국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부디 오늘 만큼은 하슬라역에서
슬픈 빛깔의 무늬들을 감추고
조금은 담백하게 작별을 하자"
강태규 선생님 덕분에 시를 다시 읽어보았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을 읽고 오전부터 밀려드는 이 포만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마음 가는 글입니다. 모든 분들의 수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타인을 통해 얻게 되는 그 황홀함...이어 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