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해 대림 제4주일 강론 : 마리아, 엘리사벳 방문(루카 1,39-45) > (12.22.일)
* 오늘 복음은 성모 마리아가 친척이며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엘리사벳을 방문했던 사건에 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류구원을 위해 엄청난 역할을 했던 두 여인에게 감사드리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저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꿈같은“안식년”을 보냈습니다. 그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을 상상할 수 없는 시기였기에 전 세계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었고, 아마 지구 5바퀴쯤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참 많이 다녔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면서 꼭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안식년에 아주 많이 이뤄냈고, 그래서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하고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잘 지냈던 덕분에, 후반기 사제생활을 신나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현역에서 퇴임 전에 한 번 더 안식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안식년이 주어진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번 더 걷고 싶고, 또 이곳저곳을 신나게 다니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안식년 때 미국 LA에서 만난 샌디(Sandy) 김 부부가 12/19(목) 저녁, 우리 본당에 오셨고, 5년 만에 만났습니다. 이분은 흑인인데, 1952년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우리말을 아주 잘 해서 눈을 감고 들으면 완전 대구사람입니다. TBC 탤런트 9기로 활동했는데, 동기가 탤런트 한진희 씨고, 가수로도 활동했는데 설운도 씨보다 훨씬 더 선배입니다. 한국 음식 좋아하는지 물으니, 매일 집에서 된장, 청국장 먹는다고 해서 아구탕과 간재미무침을 사드렸더니 맛있게 잘 드셨고, 전례안내서 10권과 연도책 1권을 선물로 드렸더니 좋아하셨습니다. 저녁미사 마치기 전에 당신의 삶에 대해 잠깐 얘기해달라 부탁했더니 그렇게 하셨고, 먼 길 찾아오신 성의에 감사드리며 대구 숙소에까지 픽업해드렸습니다.
2. 하느님은 안식년을 만드시어, 7년마다 땅을 쉬게 하고, 빚 진 사람의 빚을 없애고, 자연적으로 맺힌 열매는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 되게 하셨습니다.
안식년과 관련해서 “희년”(禧年, Jubilee)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단어는 숫양의 뿔 나팔인 “요벨”(Yobel)에서 유래된 말로, 희년을 선포하기 위해 사제가 부는(레위 25,9) 숫양의 뿔 나팔을 가리킵니다. “나팔을 불어 자유의 기쁨을 선포하는 해”를 의미하는 “희년”은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다음 해, 다시 말해서 (7×7)+1=50년째가 희년입니다. 희년은 종으로 일한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평등한 삶을 되찾아주는 해로,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하느님의 큰 선물” 같은 기간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5년 “희년”을 준비하기 위해 2024년을 “기도의 해”로 선포하셨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로마 5,5)라는 말씀으로, 칙서(시성과 희년, 교의문제 등을 다루는 교황문헌)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희년은 2024년 12월 24일부터 2026년 1월 6일까지인데, 25년 만에 다가온 정기 희년은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던 2022년 초에 선포되었습니다. 그 당시 교황님은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감염병은 외로운 죽음이라는 비극을 비롯해, 존재의 불확실성과 덧없음을 직접 경험하게 했고,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습니다. 이번 희년은 희망과 신뢰 분위기 회복에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희년 주제 “희망의 순례자들”도 그렇게 결정된 것인데, “희망의 순례자들”에서 희망은 우리 희망이신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교황님은 이번 희년 동안, 세상에 전한 구체적인 “희망의 징표”를 제시했습니다. ①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 ② 이주민 환대, ③ 젊은이에게 다가감, ④ 노인 존경, ⑤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친밀감, ⑥ 군비를 식량지원금으로 전환 등, 교회를 초월해서 온 세상이 희년을 맞아 함께 실천해주길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그러면 2025년 희년의 로고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제단 벽에 붙어있는 플랜카드를 보시기 바랍니다. 로고의 뜻은 “변화무쌍한 파도 같은 현실에서 삶의 순례를 하는 사람들”로 “아래로 길게 늘어진 십자가”는 닻으로 변해, 파도의 움직임을 지배하고, “4명의 사람이 포옹하는 모습”은 사람들을 일치시키는 “연대와 형제애”를 뜻합니다.
3. 세계 청년들의 연대와 형제애를 독려하기 위해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가 열리는데, 2027년 세계청년대회 개최지가 우리나라 서울입니다. 1986년부터 매년 “세계 젊은이의 날”이 기념되어왔는데, “세계 젊은이의 날”을 매년 각 교구에서 기념하지만, 2-4년에 한 번씩 교황님이 정한 교구에서 여름(7-8월)에 “세계청년대회”로 진행됩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지금까지 주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렸고, 아시아 대륙에서는 1995년 필리핀 WYD 이후, 우리나라가 두 번째입니다.
2027년 서울 WYD의 주제 성구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이며, 공식 로고는 전통적인 서예 기법으로 십자가와 서울, WYD 등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2027년 서울 WYD의 본대회는 서울대교구에서 열리지만, 그전에 교구별 지역대회를 거쳐 본대회에 합류합니다. 대구와 경산에도 분명 외국 청년들이 방문할 것이기 때문에, 작년 여름 잼버리 사태처럼 기막힌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기쁘고 즐겁게 그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겠습니다.
4. 오늘 복음에서 성모 마리아는 세례자 요한을 낳을 엘리사벳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차가 있었습니까? 나귀가 있다고 해도 가난한 형편이었기에 걸어서 갔을 것입니다. 그 집에 도착하자마자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자, 엘리사벳의 태중에서 세례자 요한이 뛰놀았고, 엘리사벳은 성령에 가득 차서 성모님을 칭송했습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 누가 찾아와도 반갑게 환영하고, 기쁘게 대접할 수 있도록 늘 열린 마음을 갖고 살아가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