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문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12월 해넘이에는 무심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있다. 해넘이 명소를 찾아 감성에 푹 젖는 송년의식을 가져보자. 사진작가들이 추천하는 출사지 6곳을 소개한다.
수반에 담긴 일몰, 고성 포교마을
포교마을은 고성군이 자랑하는 청정해역 자란만의 동쪽 끝이다. 고성읍에서 20분 거리이지만 제법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야 해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미식가들에게는 유명한 곳이다. 일명 '하모 샤브샤브'라는 갯장어 요리의 원조마을이라면 대번에 알아챈다.
반원형의 오목한 해안선이 특징인 포교마을은 고요한 수면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동쪽으로 통영반도, 서쪽으로 남해도, 남쪽으로 욕지도와 사량도가 바닷바람을 막아서 바다는 늘 잔잔한 편이다.
고성읍에서 출발, 삼산면사무소가 있는 미룡리 용호삼거리에서 좌회전해 4km가량 해안길을 달린다.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싶을 때 동그랗고 오목한 포교마을 풍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바로 거기, 마을 입구 언덕길에 주차하면 손용희 작가가 찍은 일몰풍경을 직접 볼 수 있다. 해는 마을 너머 사량도 위로 진다. 마침 주차할 갓길 공간이 있어 맘껏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통영 평인노을길 따라 해넘이 산책
평림동과 인평동을 연결하는 해안로인 평인노을길은 지난해 8월 통영시가 '평인노을길 사진콘테스트'를 열 정도로 해넘이가 아름다운 도로이다.
평림동의 평림생활체육공원과 인평동의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까지 이어지지만, 실제 바다를 끼고 노을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은 평림생활체육공원에서 인평초등학교 직전에 있는 민양마을 입구까지 대략 6.5km 정도이다. 멋진 일몰을 보려고 어느 한 지점을 정해 움직일 필요는 없다. 일몰 시각에 맞춰 도착하면 도로를 달리는 내내 해넘이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림생활체육공원에서 출발하면 크고 작은 구비를 돌아 우릿개방파제가 있는 우포마을에 닿는다. 대망자도와 소망자도, 그 너머 도산면을 배경으로 두 개의 방파제와 두 개의 등대가 마을 지킴이처럼 서 있는 곳이다. 서서히 번져오는 붉은 낙조를 카메라에 담기 좋은 지점이기도 하다.
우포마을을 지나 흑용호선착장, 민양마을 입구까지 해넘이 산책은 이어진다. 보도블록 인도가 잘 조성돼 있으므로 저녁노을에 젖는 산책길로 제격이다.
죽방렴이 낚는 남해 지족해협 일몰
지족해협은 남해군의 본섬과 창선도 사이의 물살 빠른 좁다란 바다이다. 20여개의 죽방렴이 설치돼 있어 보기 드문 진기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지족해협 을 가로지르는 창선교는 사진애호가들이 죽방렴 촬영 을 위해 자주 출사하는 곳이다.
최진규작가가 일몰 출사한 곳은 창선교 삼동면 쪽의 죽방로. 죽방로는 삼동면의 갯벌체험장으로 유명한 전도마을에서부터 이동면 석평리까지 약 12km의 해안로이다.최작가는창선교를등뒤에두고지족항방파제에 서서 일몰장관을 담았다. 계절에 따라 해넘이 지점은 달라진다. 봄 여름에는 관음포 너머로, 가을 겨울에는 망운산 너머로 해가 떨어진다. 짧아서 아쉬운 해넘이 장관이 끝나면 죽방로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 다. 바로 창선교의 경관조명.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점등되는 창선교의 무지갯빛 조명이 일몰 후 새까매졌던 지족해협을 환하게 밝히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솔라타워가 있는 창원 진해해양공원 일몰
진해해양공원은 섬 공원이다. 창원시 진해구 명동의 음지도에 250m 길이의 연륙교를 건설해 조성했다. 음지도에 이웃한 우도에도 106m의 보도교를 설치해 섬에서 섬으로 공원은 이어진다.
해양공원에는 해양생물테마파크, 어류생태학습관 등 볼거리가 많지만 창원시의 랜드마크가 된 136m의 솔라타워전망대가 단연 최고의 볼거리이다. 해넘이 풍경의 조연으로도 솔라타워는 인기가 높다.
솔라타워가 있는 일몰 풍경을 보려면 해양공원 입구인 명동선착장에서 삼포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으면 된다. 200m가량의 언덕길이 해넘이 감상의 적지이다. 일몰에 맞춰 가로등이 켜지면 한 결더멋진풍경이연출된다.서대수작가는붉은 낙조와 저녁을 알리는 반짝이는 불빛이 어우러진 짧은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더 이상은 없다 사천 실안노을길
사천에는 이름난 낙조 전망대가 많다. 그중에서도 실안노을길은 '실안낙조'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사천과 남해를 잇는 삼천포대교 아래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실안노을길은 시작된다. 바다를 끼고 계속 가면 실안방파제가 있는 실안선창마을을 지나 유료 낚시터가 있는 산분령마을까지 이어진다. 2.8km 가까운 실안노을길은 낙조를 배경으로 걷는 커플들을 자주 볼 수 있는 낭만적인 길이다. 주차장과 화장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걷는 것도 좋다.
실안낙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산분령마을에서 해안관광로를 타고 모충공원 쪽으로 길을 잡으면 삼천포마리나리조트의 요트가 있는 일몰 풍경도 볼 수 있다.
조금 더 달리면 실안선상카페로 유명한 바지선 위의 카페를 만난다. 이윤상 작가의 '실안낙조'속 선상카페이다. 인공 구조물이 없는 바다에 생기를 불어 넣는 선상카페의 불빛이 실안낙조를 이국적인 풍경으로 완성해낸다.
석양에 풍덩, 거제 노을이 물드는 언덕
거제시 사등면 가조도의 '노을이 물드는 언덕'은 거제시가 작정하고 만든 해넘이 전망대이다. 남부면의 '바람의 언덕'을 언뜻 떠올릴 수 있는 거제시의 언덕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섬 전망대이지만 거제도와 연결된 2009년 가조연륙교를 통해 자동차로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과 화장실, 전망대와 전망데크, 그리고 여러 개 의벤치가설치돼있어편안하게해넘이를감상할수 있다. '탁 트인 시야로 다도해 일몰에 빠져드는 감상 지'로 소문나면서 일몰 시각이 되면 주차장이 제법 붐빈다.
전망대의 철 구조물이 갑갑한 이들에게 10m 남짓한 전망 데크가 일몰출사 포인트로 더 환영받는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은 마치 붉은 조명을 켠 듯 낙조가 사방으로 번지고, 구름 낀 날은 구름 밖으로 퍼져 나오는 빛 내림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